팝핀현준 “후드·리스펙 빠진 ‘쇼미’식 힙합? 비정상적” [인터뷰]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5.09.03 14: 39

엠넷 ‘쇼미더머니4’의 열기가 한 차례 훑고 지나간 늦여름, 합정동 OSEN 사무실에 들어선 팝핀현준은 에너지가 넘쳤다. 보통 10분~20분 이상 걸리는 사진 촬영을 5분 만에 끝냈다. 어떤 포즈가 사진에게 가장 맞는지를 알기에 망설임 없이 필요한 포즈를 척척 취해준 덕분이다. 새롭게 발매하게 된 앨범에 대해, 존경하는 뮤지션인 마이클 잭슨에 대해, 댄서로서 보는 요즘의 힙합 열풍에 대해 조리 있게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그의 이야기는 속도감 있고 흥미로웠다.
팝핀현준은 가수로서 6년 만에 새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다. 오는 7일 정오 발매되는 앨범의 이름은 ‘아임 현준(I'M HYUNJOON)’. 그간 방송인, 안무가, 그래피티 아티스트, 화가, 영화배우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경험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의미다. 그는 타이틀곡 ‘현준이와 함께 춤을’을 통해 현실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힘들게 사는 사람들에게 이를 잊고 춤을 추면서 즐겁게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6년간 결혼도 하고, 공연도 하면서 영감을 얻은 것도 있고요. 기회가 맞아서 여러분들한테 보여드리게 됐어요. ‘불후의 명곡’에서 팝핀현준, 박애리의 퍼포먼스가 진지하고 동서양의 만남을 그렸고,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것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모든 사람들이 따라할 수 있고 재밌는 걸 준비했어요. 춤도 쉬운 춤으로 구성해 재미가 있어요.”

대중에게 팝핍현준은 어느새 친숙한 아티스트가 됐다. ‘불후의 명곡’ 등을 통해 아내 박애리와 동·서양의 만남을 콘셉트로 한 색다른 무대를 선보였고 남녀노소를 불문,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는 실제 아내와 방송 외에도 여러 지역 축제 및 행사들을 다니며 배우는 게 많다고 했다. 자신의 전문 분야인 힙합과 춤 외에도 국악의 대중화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갖게 된 점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결혼 후)일단은 무대의 범위가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힙합 페스티벌이나 비보이 배틀, 클럽 행사 정도를 다녔다면, 지금은 다 해요. 전부 다요.(웃음) 국가 행사도 가고 기업 행사, 지방 축제도 가죠. 지방 축제가 많이 생겼어요. 고추 아가씨 페스티벌, 송이버섯 축제, 옹기그릇 축제에 가서 노래를 하고 춤을 추면 할아버지 할머니도 같이 춤을 추면서 하나가 돼요.”
전통과 힙합이 혼합된 특별한 무대의 아이디어는 대부분 팝핍현준의 머리에서 나온다. 그는 국악이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악을 하는 사람들이 틀을 깨고 요즘 젊은이들의 문화에 관심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어떤 걸 좋아하는지 알아야 접근도 가능하다는 것. “제 색시는 마이클 잭슨 비보이 춤도 배운다”는 그의 말에서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아내도 전통이라는 것 자체가 한 길을 가야하기 때문에 다른 데로 눈을 돌릴 시간도 없고 필요도 없었대요. 이건 계속 어렵고, 어렵고, 어려운 길을 가면 그걸로 깊이가 생기는 장르잖아요. 대중들에게 일부러 다가 갈 필요는 없는데, 대중예술을 해서 그런지 제가 듣기에 너무 어려웠어요. 쑥대머리 귀신형용, 이게 무슨 말이에요? 이거 진짜 힘들어요. (생략) 창극, 판소리를 하는 분들이 대중화를 꿈꾸며 다들 ‘젊은 창극, 젊은 국악’을 외치세요. 전통 문화가 소외 받고 있다고 생각하시고요. 젊은 사람들이 전통적인 분야에 많이 도전하길 원하시죠. 그런데 만드시는 분들은 젊은이들의 문화를 아무도 몰라요. 홍대 클럽은 어떻게 가냐고 묻더라고요. 30대 중,후반 사람들인데 홍대 클럽을 못 가요. 왜 못가냐고요? ‘입장 거절당하는 거 아니냐’고 하시더라고요. 가볼 생각을 못 하신 거죠. 젊은이들이랑 어울려보지도 않고 어떤 걸 좋아하는지 어떻게 알겠어요?”
팝핍현준은 아내 박애리와의 공연을 통해 만난 국악인들에게 틈이 날 때마다 여러 가지 아이디어로 제안을 했다. 창극이나 판소리에 힙합, 랩 스타일을 차용해보라고 하는 등의 새로운 시도들이었다. 이 과정에서 그가 느끼게 된 것은 일종의 사명감이었다. ‘국악의 대중화’를 이루고 난 후, 새로운 국악 문화의 앞에 아내와 자신의 이름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숨기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불후의 명곡’ 무대는 매회 수 천 만 원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것임에도 불구, 큰 의미가 있는 무대들이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대중의 직접적인 반응을 통해 부부의 무대를 시험해볼 수 있는 자리기 때문이다.
“‘불후의 명곡’은 제2의 전성기를 열어준 프로그램이에요. 솔직히, 제작비가 많이 들어요. 그렇지만 제작비만큼 배우는 게 생기죠. 무대를 할 때마다 레벨이 달라져요. 정확한 계산이 잘 나오면 히트를 할 수도 있고, 반응이 달라요. 또 이건 내가 잘못 생각했나보다, 하고 다시 고치면서 발전하도록, 그런 테스트를 할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해요.”
팝핀 현준의 인생에서 마이클 잭슨은 빼놓을 수 없는 우상이다. 그는 이번 앨범에 마이클 잭슨을 오마주한 곡인 ‘미스 잭슨(MISS JACKSON)’을 수록했다. 2006년 발매된 장우혁의 ‘미스터 잭슨’을 새롭게 리메이크한 이 곡에서 그는 자신의 영웅에 대한 그리움을 표했다.
“마이클 잭슨이 죽었을 때 되게 많이 슬퍼했어요. 식음을 전폐할 정도였죠. 나도 죽어야 되나? 그러면 만날 수 있겠다. 이런 생각도 했어요.(생략) 제가 춤을 추게 된 동기가 됐죠. 초등학교 5학년 때 우연치 않게 TV를 틀었는데 사람이 뒤로 가더라고요. ‘뭐지? 거꾸로 돌렸나?’ 이랬어요. 그 때 부모님이 알려줬어요. 마이클 잭슨이다. 그 때부터 팬이 돼 방바닥을 매일 누볐죠.”
그는 이 ‘미스 잭슨’과 타이틀곡 ‘현준이와 함께 춤을’을 통해서 요즘의 아이돌 가수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미스 잭슨’에 마이클 잭슨에 대한 제 생각을 담은 가사가 있어요. 멋있는 척하는 게 아니다,  그런 이야기가 있는데요. ‘현준이와 함께 춤을’의 안무나 무대 연출에 담고 싶은 게 그거에요. 요즘 아이돌 가수들은 정말 멋있고 다 잘해요. 그런데 멋있는 게 다예요. 멋만 있어요. (생략) 젊기 때문에 가능한 허세 같은 게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콘셉트로 계속 가면 나중이 힘들어져요. 나이가 들어도 그런 겉으로만 멋진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아저씨가 되면 그런 풋풋함이 없겠죠. 아이돌 친구들에게 좀 더 무대를 즐기는 모습을 보면 좋겠어요. 멋있는 것만 말고요. 여러 가지 모습을 띈 아티스트는 어떨까요? ‘형이 한 번 해봤는데 춤 밥 20년 먹었더니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더라’ 그런 걸 보여주고 싶어요.”
이야기를 하다 보니, 요즘 유행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댄싱9’, ‘쇼미더머니’ 같은 경연 프로그램으로 대화의 주제가 흘렀다. 그는 미디어에서 비보이를 많이 다뤄주는 게 감사하고 좋다고 했다. 다만, 너무 승패를 논하는 걸로만 끝나지만은 않기를 바란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쇼미더머니4’에 대한 생각도 이와 같았다. 비보이로 춤을 췄던, 힙합의 1세대로서 이 프로그램을 보며 안타까웠던 점이 많았다.
“힙합에는 후드, 리스펙, 디스, 배틀이 있어요. ‘쇼미더머니4’ 같은 프로그램에서는 경쟁이 중요하니, 상대방을 씹어 판가름을 하죠. 그런 문화 밖에 표현이 안돼서 안타까워요. 그걸 하려면 후드와 리스펙도 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판정단이 손을 들었는데 후드와 리스펙이 없으니까 ‘네가 뭔데 날 평가해’ 하면서 도발이 나오죠. 이러면 물론, 프로그램은 재밌겠죠. 그래서 프로그램에는 디스와 배틀만 넣는 건가 봐요. 비정상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팝핀현준은 자신이 춤만 추는 사람이 아닌 노래도 하고 춤도 추는 ‘아티스트’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 이번 활동의 첫 번째 목표라 했다. 앨범 성적은 최선이 멜론에서 1등을 하는 것이지만, 다음 앨범을 낼 수 있을 정도로만 반향을 일으키면 된다고 한다.
“답답한 일도 많고, 대한민국도 안 좋아지고 있으시죠. 그거 잠깐 내려놓고 환기하는 마음으로 저랑 춤을 춰요. 에너지 팍팍 줄 테니까. 춤 못 춘다고 자신감 없어하지 마세요. 몸이 듣고 느끼고 흔들리면 춤이에요. 이게 ‘현준이와 춤을’ 이에요. 그런 에너지를 드리고 싶어요.” /eujenej@osen.co.kr
김경섭 기자 greenfiel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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