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3월 31일 첫 방송. 국내 유일 이야기 형식의 시사 고발 프로그램,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오는 5일 무려 1000회를 맞는다. KBS ‘추적 60분’이 30주년이 지난 국내 시사 고발 프로그램 원조라면, ‘그것이 알고 싶다’는 MBC와 KBS 시사 고발 프로그램이 맥을 못 추고 있는 현재까지도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시사 고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 초기부터 안방극장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흥미를 자극할 만한 이야기 형태로 사건을 구성했다. 때론 사건 자체가 지나친 극성을 띠는 바람에 제작진이 의도한 바를 뛰어넘는 파장이 생기기도 했다. 이야기 형태를 띠다보니 다소 과장된 구성이 아니냐는 채찍질 혹은 오해의 시선이 있기도 했다. 결론을 정해놓고 ‘기승전결’을 짜놓은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 허나 이 프로그램이 여전히 건재하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우리 사회의 이곳저곳을 들추고 다니며 한층 투명하고 진실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발걸음을 이어갈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데 이유는 있다.
사실 지상파 시사 고발 프로그램은 혹독했던, 그리고 서슬퍼런 군사 정권 시절도 버텼지만 오히려 이명박 정부 이후 더 큰 시련을 겪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공정한 여론 형성의 장을 마련해야 하는 언론의 자유를 저해하는 걸림돌이 어디선가 툭툭 튀어나온다는 것을 우린 현실에서 마주하고 있다. 시사 고발 프로그램의 위기는 어떤 형태로든 존재하는 외압, 그로 인한 자체 검열의 악순환이 프로그램의 근간을 흔들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 가운데 ‘그것이 알고 싶다’는 현명한 줄타기로 사회 전반에 걸친 부조리와 의혹을 다루며 건전한 감시자 역할을 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출범 이후부터 정치 이념에 따라 의견이 엇갈릴 수 있는 정치 현안은 다루지 않는다는 볼멘소리를 견뎌왔다. 어떻게 보면 '알고 싶다'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다소 다양한 범위의 쟁점에 관심을 갖다 보니 생긴 문제이기도 했다. 굵직굵직한 사회적 논쟁거리는 피해왔던 까닭에 다소 가벼운 시사 고발 프로그램이라는 약점이 있었으나, 높은 영향력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파헤치고 공적인 토의가 필요한 부분을 신랄하게 건드렸다. 첫 회였던 이형호 유괴사건을 시작으로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 사이비 종교 문제,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지 김 사건, 세월호 참사 등 아무도 쉽사리 주목하지도, 건드리지도 않았던 미제 사건 혹은 중대한 쟁점을 환기시켰다.
물론 일각에서는 ‘그것이 알고 싶다’를 비롯한 탐사 보도 프로그램이 PD를 비롯한 제작진의 신념과 가치관이 반영, 공정하지 못한 고발 프로그램이라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또한 몰래카메라 혹은 사전 동의 없는 무단 녹취 등이 취재 폭력이라는 지적도 있고, 예단된 결론이라는 지적 역시 PD와 기자 가리지 않는 시사 고발 프로그램의 병폐라는 시선도 있다. 이를 문제 삼는 쪽은 항상 ‘그것이 알고 싶다’만의 무거운 짐이 아니라 시사 고발 프로그램에 대한 공통의 문제라고 바라본다.
무엇보다도 ‘그것이 알고 싶다’는 때론 선정적인 소재를 휘몰아치듯 전개하는 방식이 하나의 잘 짜인 드라마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이는 전직 진행자인 문성근, 정진영, 그리고 8년여 동안 이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김상중의 흡인력 있는 진행이 가진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흥미를 자극하고 높은 몰입도의 이유인 동시에 비균형적인 의견의 여지를 제공하는 장치이기 떄문이다.
이 같은 누군가에게는 병폐이고,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트집인 이 같은 시선에도 ‘그것이 알고 싶다’가 1000회를 걸어올 수 있었던 것은 제작진의 집요한 취재와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이 시청자로 하여금 어느 한 사안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게 했고 세상을 조금씩 바꾸는데 일조했기 때문일 터다.
수없는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에도, 타 방송사 시사 고발 프로그램들이 침체를 겪는 이 시점에도 체면을 지키고 엄청난 영향력을 자랑하는 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출범 이래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진실을 보여주겠다는 제작진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금보다는 조금 더 좋은 사회, 지금보다는 조금 더 신뢰할 수 있는 사회, 지금보다는 조금 더 공정한 사회를 향한 발걸음이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지치지 않는 무한 호기심이 조금이라도 다른 시선의 여지가 있어도 우리 사회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1000회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한편 ‘그것이 알고 싶다’는 5일부터 3부작에 걸쳐 우리 사회의 특권을 다룬다. 방송은 매주 토요일 오후 11시 10분. / jmpy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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