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구라는 예상대로 이혼의 아픔도 ‘셀프 디스’로 웃음으로 만들었다. 어쩌다 보니 연예계 대표적인 보살이 된 김구라가 이야기를 하지 않고 넘어가기에는 너무 많이 알려진 자신의 이혼을 개그 소재로 활용하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예능인의 삶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구라는 지난 2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서 최근 이혼 발표를 한 후 처음으로 자신의 가정사를 언급했다. 김구라가 상징 같은 프로그램인 ‘라디오스타’이기 때문에, 그의 장기인 독설이 최적화돼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이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했던 바. 심각한 이야기도 가볍고 친근하게 접근하는 ‘라디오스타’는 기둥 같은 MC인 김구라의 이혼도 애써 덤덤하게 다루려는 노력을 보였다.
김구라는 지난 해 전 아내가 선 보증 때문에 당시 수십억 원의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그는 한동안 방송 활동을 중단한 채 병원 치료를 받았고, 연말 시상식에서 ‘셀프 디스’를 하기도 했다.
당시 김구라는 "혼자 유난 떨어 죄송스럽다. 자업자득이다. 건강하지 못한 모습 보여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여러분의 가정 행복하시길 바란다. 수염은 면도할 시간 없었다. 칩거 후 나타난 정치인처럼 수염을 길러 봤는데 제 뜻대로 되지 않았다. 세상 일이 내 뜻대로 안 된다"고 말했다.
이후 김구라는 출연하는 예능프로그램에서 채무에 대해 자학하는 농담을 하거나, 가정생활이 원만하지 않다는 것을 솔직하게 말했다. 아픔도 웃음으로 승화하며 ‘웃음을 줘야 하는’ 예능인의 책임을 다했다.
김구라는 이번 인생의 변곡점이자 자신에게는 큰 아픔인 이혼에 대해서도 피하지 않았다. 그는 “굉장히 고민되는, 불가피한, 가슴 아픈 결정이었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한 후 “사실 죄나 흉은 아니지 않는가. 앞으로 방송하면서 전국에 계신 많은 이혼남, 이혼녀의 파이팅, 사기 진작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농담을 했다.
이어 그는 혼자 사는 스타들의 일상을 담는 ‘나 혼자 산다’ PD에게 연락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나 혼자 산다’ PD한테서 연락이 왔다. 형님 이제 ‘나 혼자 산다’ 출연해도 된다더라. 난 동현이와 둘이 산다고 말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사실 김구라와 같이 활발한 활동을 하는 예능인에게 이혼과 같은 가정사는 언급을 안 할 수도, 하자니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은 사안이다. 대중의 관심이 쏠리는 최전방에 있는 예능프로그램, 더욱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엔 쉽지 않은 프로그램 특성상 그가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갈지에 대한 관심이 쏠렸다.
언제나 솔직한 돌직구 방식으로 자신의 아픔을 털어놓으며 공감의 장을 열었던 김구라는 이번에도 정공법을 택했다. 그렇다고 개그 소재로만 활용한 것은 아니었다. 이날 김국진은 임창정이 학부모 모임 이야기를 하자, 김구라의 전 아내를 ‘다른 분’이라고 표현하며 조심스러워했다. 김구라는 “아니 (아이) 엄마를 왜 엄마라고 하지 않느냐. 다른 분이 뭐냐. 법적으로 정리 됐어도 그런 식으로 호칭을 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라고 선을 그으며 전 아내에 대한 예의를 지키려는 모습을 보였다.
공식적인 이혼 발표도, 한번쯤 털고가야 하는 방송에서의 언급도 김구라답게 솔직하고 거창하지 않게 끝마쳤다. 현재 9개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까닭에 다른 연예인들처럼 잠시 쉼표를 찍고, 자신의 사생활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선택도 하지 않았다. 예의는 지키면서, 그러면서 스스로 동정 여론을 형성하지 않는 재미를 선사한 김구라는 언젠가부터 ‘김보살’이라는 별명을 추가했다. 이는 독설을 주무기로 하는 그에게, 그리고 참 인생살이가 쉽지 않은 그에게 조금은 위안이 되는 선물이 되지 않을까. / jmpyo@osen.co.kr
'라디오스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