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용팔이’가 빠른 속도감으로 주원과 김태희의 복수전이 펼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기대보다 느린 전개 탓에 아쉬움을 사고 있다. 방송 초반부터 막장 드라마의 전형인 휘몰아치는 속도감을 보였던 이 드라마가 갑자기 전형적인 로맨스 드라마의 다소 지지부진한 전개를 택하자 다수의 불만이 쏟아지는 중이다.
SBS 수목드라마 ‘용팔이’는 동생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불법 왕진을 하는 의사 김태현(주원 분)이 상속 전쟁 속 목숨을 위협받는 상속녀 한여진(김태희 분)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를 담는다.
초반 태현이 사람을 구하는 과정이 짜릿하게 담겼다면, 이후에는 여진의 위기와 그 위기를 뚫는 태현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졌다. 지난 2일 9회가 방송된 ‘용팔이’는 앞으로 태현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여진과 태현이 사랑을 키우는 한편, 상속 전쟁에서 통쾌한 복수와 성공을 이끌어내는 이야기가 주된 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9회는 그동안 건너뛰거나 축약해서 담긴 태현과 여진의 아픔이 상세하게 그려졌다. 태현이 왜 의사가 됐는지, 사람을 살리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사람이 됐는지 어린 시절의 아픔이 담겼다. 또한 여진이 행복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랐다는 것도 회상신으로 표현됐다. 그동안 살짝 살짝 건드렸던 두 남녀의 깊은 상처와, 이 둘이 왜 사랑할 수밖에 없는지가 차근차근 그려졌는데, 문제는 함축해서 이야기를 표현하는 기존의 방식과 조금 달랐다는 것.
‘용팔이’는 그동안 빠른 속도감으로 장황한 설명은 건너뛰고 시청자들이 상상하게 만들었다. 허나 더 이상 설명을 미룰 수 없는 시점에 다다랐고, 극중 인물들이 그동안 했던 행동에 대한 당위성을 집어넣으려는 듯 한 박자 느려진 전개, 과거에 스쳐갔던 장면까지 복기했다.
때문에 이 드라마를 처음부터 본 시청자들로서는 다소 느리고 기대했던 이야기가 나오지 않은 듯한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태현과 여진이 사랑을 키워가는 감정이 마치 불필요한 것처럼(심지어 이 드라마는 로맨스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는데 말이다), 태현과 여진이 상속 전쟁에 뛰어들지 않고 아직 조심스럽게 관전하는 모양새가 답답하게 느껴지고 있는 셈이다.
9회 말미에는 태현이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 전쟁 속에 휘말리는 이야기가 예고됐다. 그동안 다소 비현실적인 속도감으로 높은 흡인력을 발휘했던 ‘용팔이’가 성미 급한 시청자들을 어떻게 돌려세울지는 오롯이 이야기에 달려 있다. 이 드라마 제작진이 의도한 바와 다르게 로맨스보다는 통쾌한 복수와 태현의 의사로서의 활약을 기대하는 시청자가 많다는 것을 제작진 역시 알고 있을 터. 시청률 20%를 넘어섰다가 주춤하기 시작한 ‘용팔이’가 다시 빠른 속도감을 보여줘야 하는 시점이 왔다. / jmpyo@osen.co.kr
'용팔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