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PD는 ‘무한도전’이 예능프로그램으로서 16년 만에 한국방송대상을 수상한 후, 멤버들과 스태프에 대한 신뢰와 프로그램의 큰 인기로 인한 중압감을 털어놨다. 기쁨을 만끽하는 순간, 그의 입에서 나온 말 그대로 ‘무한도전’을 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 대한 고마운 감정, 프로그램 수장으로서의 부담감은 모두를 뭉클하게 만들었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지난 3일 상암 MBC에서 열린 제 42회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다. 이번 대상은 본심 심사위원 전원 일치의 결과다. 심사위원들은 ‘무한도전’이 예능프로그램의 새 지평을 열고, 매회 창의적인 아이템을 발굴하며,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점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한도전’을 10여년간 이끈 김태호 PD는 수상 직후 “‘무한도전’은 PD 1명, 작가 1명이 만드는 게 아니라 다양한 스태프가 존재한다”라고 자신이 대표로 보이지만, 숨은 곳에서 큰 노력을 하는 제작진 모두에게 공을 돌렸다.
이어 그는 “한 주가 무섭고 도망가고 싶은 중압감을 부정할 수 없다”라면서 “멤버들과 스태프가 있기 때문에 믿고 녹화장에 나올 수 있다”라면서 의미 있는 소감을 남겼다. 그의 수상 소감은 흔하디 흔한 감사 인사도, 아름답게 포장된 공치사도 아니었다.
‘국민 예능’이라고 불릴 정도로 숨만 쉬어도 관심을 끌고, 예능을 선도하는 선도자로서 늘 새로운 재미와 큰 감동을 선사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엿볼 수 있는 소감이었다. ‘무한도전’은 2005년 4월 23일 첫 방송 이후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형식이 없는, 그리고 주말 격전지에서 언제나 1등 예능프로그램으로서 위엄을 떨칠 수 있었던 것은 늘 변화를 꾀했기 때문이었다.
‘무한도전’이 꾸려간 하나 하나의 특집은 자사 혹은 타 지상파, 케이블, 종합편성채널에서 유사한 형식의 새 프로그램으로 탄생할 정도로 예능 흐름을 선도했다. 언제나 시청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언제나 사회적인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며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와는 거리를 뒀다.
우리 이웃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웃음을 지향했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감동을 선물하고자 노력했다. 늘 변화를 꾀하고, 안주를 하지 않는 까닭에 사고도 참 많이 쳤다. ‘트러블메이커’라는 별명처럼 끊이지 않는 노력을 했기에 발전도 있었고, 때론 부침 혹은 위기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정면승부 혹은 뼈아픈 반성의 시간을 가지며 새로운 도약을 꾀했고, 다시금 편안한 웃음과 감동으로 성난 시청자들을 돌려세웠다.
워낙 큰 영향력을 발휘하다보니 의도와 달리 몸집은 커졌다. 작은 일을 벌여도 큰 일이 됐고, 다른 프로그램이었으면 조용히 넘어갔을 일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제작진 혹은 멤버들이 사과해야 하는 일이 참 많았다. 언제나 시청자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지만, 또 다시 사고를 칠 것이라는 것을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이 같은 선의의 의도로 출발했지만 어쩌다 보니 실수가 된 부분이 있었기에 성장하는 예능, 진화하는 예능의 표본이기도 했다.
11년이라는 시간 동안 방송됐지만, 여전히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데 이 같은 변화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프로그램 제목 그대로의 ‘무한도전’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래서 김태호 PD가 수상의 기쁨보다 제작진과 멤버들에 대한 고마운 감정, 때론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큰 사랑을 받는 것에 대한 중압감을 토로한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능한 대목이었다. / jmpy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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