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격태격, 아웅다웅, 옥신각신. 이만기와 그의 장모 최위득 여사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단어다. 하지만 미운 정 고운 정이라고 했던가. 장모 앞에서 불만을 표하기를 서슴지 않고, 다시 태어나면 서울 여자와 결혼해 살겠다는 간 큰(?) 발언도 마다않는 사위는 어느덧 먼저 간 남편의 자리를 대신할 만큼 커다란 존재가 되어 있었다.
지난 3일 오후 방송된 SBS ‘백년손님-자기야’에서는 막바지 휴가철, 함께 계곡으로 캠핑여행을 떠난 톰과 제리 커플, 이만기와 장모 최위득 여사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최여사는 캠핑을 위한 짐을 싸며 유독 들뜬 모습이었다. 파라솔과 야외테이블, 아이스박스를 비롯 집에서 쓰는 솥단지부터 보자기로 싼 각종 양념들, 고기 잡는 그물까지 바리바리 챙기는 장모의 모습에 이만기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투덜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톰 사위 잡는 제리 장모답게 평상 가득 쌓여 있는 짐을 옮기며 계곡에 놀러가는 것보다 평소 하던 밭일이 차라리 낫다고 얘기하는 이만기에게 최여사는 “그럼 지금 할래, 일?”이라는 협박 아닌 협박으로 그의 불평을 일단락 시켰다.
계곡에 도착해서도 이만기의 수난은 계속됐다. 한 가득 싣고 온 짐을 우여곡절 끝에 물가로 옮겨왔지만 그것들을 세팅하는 것도 일이었다. 처음 세팅해보는 캠핑 장비에 이만기는 내리쬐는 햇볕 아래 땀을 뻘뻘 흘리며 짜증이 난다며 장모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장모는 사위의 그런 투정에도 아랑곳없이 기분만 좋다며 오랜만에 찾은 계곡에서의 시간이 행복한 듯 보였다. 물가 옆에 쉴 자리를 마련한 두 사람은 이내 힘을 합쳐 물고기를 잡기 시작했고, 평소에도 유쾌하고 밝은 장모는 이날따라 더 신나했다. 계곡에서 장모의 모습이 특별해 보였던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두 사람이 찾은 계곡은 바로 옛날에 여름이면 최여사가 남편과 함께 늘 놀러 왔었던 곳이었던 것. 계곡으로 향하며 남편과의 추억을 기다렸다는 듯이 사위에게 미주알고주알 얘기하는 장모의 입가에는 어느 새 미소가 띄워져 있었고, 남편과 함께 했던 고기 잡기를 사위와 함께 하는 장모의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보였다.
어느덧 해가 지고, 후라이드 치킨을 먹고 싶어 하는 사위를 위해 최여사는 뚝딱 요리를 만들어냈다. 이에 이만기는 자신도 장모님을 위해 맛있는 걸 만들어 드리겠다며 참외 칵테일 주를 선보였고, 속을 파내 만든 참외잔에 소주를 담아 사위와 함께 건배를 한 최여사는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사위의 앉아 있는 폼이 죽은 남편과 판박이라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 서방이 자주 찾아오니 남편 생각이 덜 난다”며 “방송을 볼 때면 후포리 할배는 있는데 왜 우리 할배는 없나 싶다”고 말하는 최여사의 말에는 진한 외로움이 묻어났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외로운 장모 옆을 지키는 건 듬직한 사위 이만기였다. 꿈에 가끔씩 나타나는 남편을 볼 때면 혼자서도 이서방과 즐겁게 잘 지내는데 조금만 더 있다 가지 그랬냐고 생각한다는 최여사는 그렇게 은연중에 사위를 향한 고마운 마음을 표시했다.
1년에 한 번 보기도 힘들었던 사위는 이제 2주에 한 번씩 장모를 찾아 남편이 떠난 큰 자리를 조금씩 채우고 있었다. 곁에 있을 때는 서로를 못 잡아 안달이 난 것 마냥 싸우고 지지고 볶아도 결국 빈자리를 메우는 것은 사위라는 이름의 사람이었다. 명절 때나 되어야 겨우 볼 수 있는 백년손님은 이제 때로는 아들처럼, 때로는 남편처럼 서로의 인생에서 한편의 시간을 공유하며 함께 걸어가고 있었다.
한편 '백년손님-자기야'는 고부갈등 보다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장서(사위와 장모)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이들이 함께 지내며 변화하는 모습을 그리는 프로그램이다. 매주 목요일 오후 11시 15분 방송. / nim0821@osen.co.kr
‘백년손님-자기야’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