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수 이승철의 행보는 ‘국민가수’라는 수식어에 어울린다. 문제아로 낙인찍힌 청소년들과 합창단을 꾸린 것을 시작으로 탈북 청년들과 독도를 방문하고, 광복 70주년을 기념한 기념식의 음악감독을 맡는 등 공익적인 활동에 힘을 쏟고 있는 것. 무섭게만 보였던 엠넷 ‘슈퍼스타K’ 독설 심사위원의 이 같은 변화는 한 데뷔 30년차 가수가 짊어진 사회적 책임감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이승철은 지난 3일 서울 상암동 MBC 공개홀에서 한국방송협회 주관으로 열리는 제42회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서 문화예술인상을 수상했다. 지난 1월 8~9일 KBS 1TV 신년 특별기획으로 방송돼 많은 시청자들을 울렸던 다큐멘터리 ‘이승철과 탈북청년 42인의 하모니-그날에’에 대한 수상이다.
‘이승철과 탈북청년 42인의 하모니’는 국내에서 건실한 청년으로 자라난 탈북청년들과 함께 합창단을 꾸려 독도, UN, 하버드대학교 등에 나선 이승철의 10개월 여정을 그리는 다큐멘터리. 방송 내내 시청자들에게 가슴에 뭉클한 감동을 일으키며 화제가 됐다. 당시 이 방송은 10개월 간 이승철이 사비를 털어 제작해온 것이란 점에서 의미가 컸다. 탈북청년들의 해맑은 얼굴과 가족에 대한 진한 그리움, 이들과 함께 미국으로 갔다가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이승철의 사연 등도 세간의 이목을 모았다.
그 결과 이 프로그램은 다큐멘터리로는 이례적으로 8%에 이르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주요 예능 프로그램을 제치는 등 기록을 달성했다. 광복70년에 맞는 최고의 작품이라는 찬사도 잇따랐다. 이승철은 당시 독도에 입도한 일 이후 석연찮게 일본 입국이 거부된 바 있다.
이 모든 노고가 가져다 준 열매일까. 한국방송협회는 지난 7월 심사위원들의 예심과 본심을 거친 뒤 이견 없이 이승철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승철은 “프로그램에 담긴 10개월이 매우 힘든 과정이긴 했지만 보람 역시 그만큼 크다. 오히려 더 많은 걸 깨닫고 얻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또 “수상 여부를 떠나 탈북청년, 통일, 평화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앞으로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에 마음을 보탤 계획”라고 포부를 전하기도 했다.
과거 이승철의 수식어는 ‘라이브 황제’였다. 별명만큼, 그는 30년 간 탁월한 가창력으로 무대 위를 날아다니며 노래를 불렀고, 대한민국과 함께 울고 웃었다. 국민 오디션에서는 꿈을 향해 도전하는 젊은이들의 멘토가 돼 아낌없는 독설과 칭찬을 날렸다. 이후 한 가정의 가장이 되고, 가요계 대선배가 되면서 그가 선택한 다음 행보는 ‘공익적 활동’이다. 자신이 가진 재능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아이디어는 생각에서 그치지 않았고, 뚜렷한 목표, 치밀한 계획 아래 실현됐다. 이는 곧 묵직한 반향을 일으키며 의미 있는 결과들을 만들어냈다.
가수로서 독도와 통일 등 예민한 사안에 있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일이 쉽진 않다. 하지만 지난 1월 연 신년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이승철의 동기는 분명했다. “부담과 두려움이 없진 않”지만 “데뷔한 지 30년이 됐으니 사회에 이바지하고, 후배들에게 교훈이 되는 일을 하자고 마음먹었고, 독도와 통일 문제는 그 중 하나”라는 것. 단순하지만 분명했던 그의 목표는 조금씩 그 결과물들로 드러나고 있다. 그렇게 30년차 ‘라이브 황제’는 ‘국민가수’로 성장했고, 그 이름값에 걸맞은 행보를 보이며 훈훈함을 주고 있다. /eujen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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