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밀히 말해 tvN ‘삼시세끼’가 ‘쿡방’의 원조라고 할 수는 없다. 그 전에도 올리브TV ‘한식대첩’를 비롯 요리를 주제로 한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을 ‘쿡방’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이유는 ‘쿡방’ 열풍의 선두에 서서 대중화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삼시세끼’는 방송을 시작한 이래 큰 인기를 누려왔고, 뒤에 나온, 요리를 앞세운 프로그램들에 영향을 줄만큼의 큰 반향을 만들어 냈다. 돌이켜보면 불과 지난해 10월, 배우 이서진과 2PM 옥택연이 하루 세 끼를 만들어 먹는 내용은 ‘이런 프로그램이 나올 수 있구나’ 싶게 신선했다.
지난 4일 오후 방송된 tvN '삼시세끼-정선편'(이하 '삼시세끼')에서는 마지막 게스트 박신혜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옥순봉의 집과 작별하는 이서진, 옥택연, 김광규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박신혜와 함께 하는 마지막 저녁 만찬은 풍성했다. 매번 요리에 뛰어난 감각을 보였던 박신혜는 역시 토마토 김치, 양념 갈비 등을 뚝딱 해내며 ‘오빠들’을 기쁘게 했다. 박신혜가 만든 음식에 감탄한 이서진은 “신혜는 홍석천과 붙어도 꿀리지 않는다”, “신혜가 안 왔으면 마지막까지 우울할 뻔 했다”고 칭찬을 할 정도.
그러나 박신혜와의 이별은 빨리 다가왔다. 박신혜 역시 두 번째 방문하는 옥순봉에서의 마지막 시간에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서진, 옥택연, 김광규는 우산이나 토마토, 옥수수 등을 챙겨주며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박신혜를 보냈다.
전날 박신혜와 아쉬운 작별을 한 세 사람은 아침 일찍 일어나, 처음 옥순봉에 왔을 때 만들어 먹었던 무밥과 된장찌개를 해먹기로 했다. 옥택연이 끓인 된장찌개가 완성되고, “반찬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나영석PD의 말에 김광규는 겉절이를 맛깔나게 만들어 반찬에 보탰다. 세 사람은 풍성한 마지막 아침 식사를 했다.
일정으로 인해 한 발 먼저 김광규가 떠나고 난 후, 이서진과 옥택연은 1년 가까이 살아온 옥순봉 집을 돌아보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텃밭에서 키웠던 농산물들을 수확하고, 집 안에 있는 물건을 내어오며 “처음에도 둘이 왔는데, 마지막에도 둘이 남게 됐다”며 다소 씁쓸해 했다.
섭섭하기는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일단 ‘삼시세끼’ 정선편은 1년으로 계획됐고, 지난 5월 실제 여름 수확을 끝으로 종영한다는 점을 알렸던 상황. 당시 나영석PD는 OSEN에 “‘삼시세끼-정선편’이 끝나게 되면 (정선이 아닌) 또 다른 장소를 찾아갈지, 아니면 전혀 다른 프로젝트를 하게 될지는 앞으로 더 고민할 문제”라고 계획을 밝혔었다. 결국 옥순봉에서의 ‘쿡방’은 이날이 끝이었던 셈이다. (물론, 미방영분과 이서진, 옥택연, 김광규의 후일담이 담긴 1회분의 방송이 더 남아있기는 하다.)
‘삼시세끼’의 ‘쿡방’이 재미있었던 것은 다소 어설퍼도 직접 수확한 신선한 재료들로 만들어 건강하면서도 맛있어 보이는 결과물들 덕분이었다. MSG 등은 배제한 채 이리저리 레시피를 물어보고, 화로와 가마솥을 이용하는 등 도시에서 꿈꾸기 힘든 요리 기구들도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요리 초보자들이 힘을 합쳐 그럴싸한 한 끼를 만들어 가는 모습은 유명 셰프들이나 어촌편 차승원 정도의 수준급 요리 능력을 가진 이들이 만드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를 줬다.
김광규가 먼저 떠나고 옥순봉에 남은 옥택연과 이서진은 남은 농작물들을 수확했다. 지금까지 정선을 방문했던 게스트들에게 줄 택배를 준비하기 위함이었다. 이들은 택배에 농작물들을 넣고, 전날 썼던 카드를 동봉하는 등 정성을 기울였다. 그렇게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재미를 줬던 첫 ‘쿡방’ 프로그램은 다음주를 끝으로 작별인사를 하게 됐다. /eujenej@osen.co.kr
'삼시세끼'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