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조건3' 불금, 초록으로 물들다
OSEN 권지영 기자
발행 2015.09.05 08: 18

내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다. 콘크리트 바닥에 흙을 깔고, 모종과 씨를 심고 물을 주며 지난 수개월간 자식처럼 정성을 다했다. 윤종신-조정치-최현석-정태호-박성광 도시농부 5인방은 땀 흘린 결실을 볼 때마다 그런 순간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4일부터 금요일 밤 10시 50분에 방송한 KBS 2TV 예능프로그램 ‘인간의 조건-도시농부’가 금요일 밤을 애잔한 추억을 곱씹게 하는 초록빛 힐링 타임으로 만들며 관심을 끌고 있다. ‘인간의 조건-도시농부’는 방송 시간대를 옮기고 이날 처음 금요일에 방송했다. 지난 시간을 떠나보내고 새 시간을 맞은 프로그램처럼, 도시농부 5인방도 과거를 곱씹으며 소중한 텃밭의 추억을 공유했다. 
도시농부 5인방은 겨울 김장을 위한 배추 모종을 심으며, 어느새 농사를 즐기게 된 자신들의 지난날을 떠올렸다. 처음에는 작물이 뭔지도 모르고, 심는 방법도 몰랐던 그들이 배추 모종을 심으며 어디에 얼마나 심어야 할지를 계획하는 모습에서 제법 농사꾼 티가 났다. 농사 초기 벼에 비료를 너무 많이 줘 생육과 발아가 모두 안되던 벼도 윗부분을 조금 잘라내는 노하우도 벼를 잘 자라게 했다.

소중한 텃밭을 다른 이한테 분양해주면는 도시농부들은 잘 키운 딸 시집보내듯 신중했다. 김흥국과 이정은 땅을 분양받으려고 옥상 텃밭을 둘러보는 과정에서 어린 시절 자연을 벗 삼아 놀던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김흥국은 까마중을 보며 “어릴 때 많이 먹던 것”이라며 반가워했고, 벼에 누워있는 허수아비를 보면서도 오랜 친구를 만난 듯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땅 분양을 위해 함께 옥상을 둘러보는 과정에서 이들은 또 다른 추억을 쌓았다. 가지를 맛본 김흥국이 놀라며 내뱉는 모습이나, 입을 마비시키듯 얼얼하게 만드는 잠부를 먹은 이정과 김흥국의 반응 등, 농작물을 맛보고, 옥상 텃밭을 구경하는 과정 자체가 추억 제조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나이가 들며 도시로 나오고, 자연을 접할 길이 없던 어른들이 옥상 텃밭으로 잠시나마 여유를 가졌다. 과거 뛰어놀다 오며 가며 따먹던 농작물은 어른이 되어 만나면, 그 자체만으로 추억으로 가는 타임머신이 됐다. 맛있게 먹고 푸르름을 느끼는 것을 넘어 누군가에게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고, 공통 관심사를 만들어주는 등 옥상 텃밭은 시청자의 금요일을 초록으로 물들였다./jykwon@osen.co.kr
‘인간의 조건-도시농부’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