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의 두 대세가 방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나영석 PD는 플랫폼을 웹으로 옮기면서 거시적인 변화를 꾀했고, 백종원은 실용적인 팁을 제시하는 방송 스타일로 미시적인 변화를 선도하고 나섰다. 이들이 보여준 ‘웹방’과 ‘팁방’은 신선했고, 꽤나 임팩트 있었다.
먼저 나영석 PD는 ‘웹방’의 물꼬를 텄다. 네이버 TV캐스트를 통해 방송되는 ‘신서유기’를 시작으로 인터넷을 통해 방송 되는 예능이 큰 인기를 끌 것 같은 분위기다. 강호동, 이승기 등 메이저 연예인들이 방통위(방송통신위원회)눈치 안 보고 쏟아내는 거침없는 입담이 특히나 ‘꿀잼’이다. 과오를 들춰내는 신랄한 디스부터 특정 브랜드 언급에 PPL까지 난무하는데, TV로는 볼 수 없었던 이 같은 요소들이 선사하는 웃음이 굉장히 신선하고 새롭다.
타이트한 방송의 제약에서 벗어나 얼마든지 자유로운 구성이 가능해 신선하고 친근한데다가, 시청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에 제약이 없어 접근성이 높다는 것도 결정적인 장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다보니 폭발적인 반응이 이어지며 놀라운 성과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 4일 공개된 ‘신서유기’ 1화는 공개 하루도 채 안 된 시점에 이미 170만 건의 조회수를 넘겼다. 2화는 140만 건, 3화부터 5화는 100만 건에 육박하고 있다. 약 10분 정도의 영상 클립 5개가 하루도 안 돼 총 600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백종원은 그간 예능계 트렌드였던 ‘먹방’과 ‘쿡방’을 넘어선 새로운 디렉션을 제시했다. “아는 만큼 맛있다”며 제안하는 팁들이 꿀맛이다. 음식을 맛있게 요리하는 방법이 아닌, 맛있게 먹는 방법을 설명하는데 굉장히 실용적이다.
지난 4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3대 천왕(이하 3대 천왕)’ 2회에서도 백종원의 ‘꿀팁’들이 쏟아졌다. 이날 방송에서는 술안주, 밥반찬, 야식 등으로 널리 사랑 받고 있는 ‘닭볶음탕’을 주제로 화려한 요리쇼가 펼쳐졌다. 그런데 ‘쇼’ 보다 오래 남는 것은 ‘팁’이었다.
바쁜 현대 사회에서는 요리를 ‘하는’경우보다 ‘먹는’경우가 더 잦은 것이 사실이고 현실이다. 맛있는 요리 방법을 배우게 되더라도 어쩌다 한두 번 써먹는 것이 대부분. 하지만 맛있게 먹는 방법은 알아두면 언제라도 활용이 가능하다. 백종원의 주옥같은 설명과 조언은 현실에 좀 더 가까이 맞닿아 있다.
그간 ‘실용성’을 앞세워 사랑 받아온 백종원이기에 이 같은 조언이 좀 더 임팩트 있게 다가온다. 셰프들이 고급진 스테이크와 파스타를 화려한 솜씨로 요리할 때, 마요네즈와 설탕으로 입맛 당기는 ‘서민 음식’들을 내놓았던 바. 집에서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실용적인 요리들을 선보이며 대중의 지지를 받아오더니 이제 한 걸음 더 현실적인 조언을 하고 나서기 시작했다. 범람하는 ‘쿡방’들로 싫증이 난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도 충분했다.
예능계에서 어마무시한 영향력을 자랑하고 있는 두 사람이기에 이 같은 변화와 디렉션이 예능 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웹방’과 ‘팁방’이다./joonaman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