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내딸 금사월', 김순옥이 보여 준 '막장의 유혹'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5.09.06 07: 05

명불허전이었다. 2008~2009년 SBS '아내의 유혹'과 '천사의 유혹'으로 '막장극' 시동을 걸고 지난해 MBC '왔다 장보리'로 정점을 찍었던 김순옥 작가의 차기작다웠다. 5일 베일을 벗은 MBC 새 주말극 '내 딸 금사월'은 '막장드라마'의 가능성을 오롯이 품고 있었다.
5일 오후 10시 첫 방송된 '내 딸 금사월'은 강만후(손창민 분)와 신득예(전인화 분)의 결혼 사진이 불에 타는 강렬한 장면으로 시작됐다. 그리고는 강만후의 전 아내 최마리(김희정 분)와 신득예의 출산 장면이 이어져 출생의 비밀이 '내 딸 금사월'의 '막장' 포인트로 작용할 것임을 은연중에 알렸다.
신득예을 사이에 둔 친구 강만후와 오민호(박상원 분)의 대립이 1회의 주된 골자였다. 둘은 친구 사이였지만 건축 공모전 우승을 두고 맞섰고, 보금 건설 사장이자 신득예의 아버지인 신지상(이정길 분)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사랑도 일도 오민호의 차지였다. 신지상은 가난한 강만후에게 "네가 득예를 좋아한다고 했을 때 인연을 끊으려고 했다. 넌 득예의 짝이 아니다. 내가 널 아들로 생각했듯 너 역시 친오빠처럼 그 아이 곁에 있어 달라"고 타일렀다.
그러나 강만후는 열등감에 사로잡혀 "제가 한 번이라도 아들인 적이 있었나요? 이번 천비궁 재건 프로젝트, 오민호와 함께 저도 껴 달라. 그동안 말 잘 듣는 개처럼 짖고 뛰었는데 왜 저는 안 되냐"고 발끈했다.
가난한 형편, 전처 사이에 낳은 두 딸, 신득예의 집에서 도우미 생활을 하는 어머니 소국자(박원숙 분), 만년 2인자로 좌절하게 만드는 오민호. 이 모든 게 강만후를 악인으로 폭주하게 만들었다.
그는 신지상과 오민호가 극비리에 준비하는 천비궁 재건축 프로젝트를 망치고자 귀한 소나무 자재를 빼돌렸다. 이 일로 자재 담당이었던 오민호는 누명을 썼고 신득예는 그와 결혼식날 모든 걸 망쳤다.
그리고는 빗길을 하염없이 달렸다. 절망감에 빠져 빗길에서 과속 운전을 했고 큰 사고를 당했다. 뒤쫓아 오던 강만후는 목숨을 걸고 신득예를 살렸고, 누명을 쓴 오민호 대신 감언이설로 꾀어 그의 선택을 받았다. 그렇게 강만후와 신득예는 결혼에 골인했다.
폭풍 같은 전개가 한 시간 넘도록 몰아쳤다. MBC 주말극 특유의 'LTE급' 스토리 전개가 안방 시청자들을 사로잡았지만 '막장'의 얼룩은 지우기 힘들었다. 출생의 비밀, 음모와 배신, 선과 악의 대립, 2세에게로 이어지는 악연 등 김순옥 작가가 즐기는 소스가 고스란히 담겼다.
뜬금없는 컷도 튀었다. 신득예의 집에서 키우는 대형견 복실이가 강만후의 딸이 준 초콜릿을 먹어 문제가 되더니 급기야 오민호-신득예의 결혼식날 죽고 말았다. 강만후와 신득예의 악연을 암시하는 내용인지 또 다른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극 중에서 종종 개를 죽이던 '막장극의 대모' 임성한 작가가 귀환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MBC 주말극은 그동안 꾸준히 높은 사랑을 받았다. 이는 욕하면서 본다는 '막장'의 요소가 안방을 사로잡았기 때문. '내 딸 금사월'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첫 회부터 자극적인 스토리, 빠른 속도감, 작가 특유의 개성이 '막장 드라마'의 가능성을 내비친 이유에서다.
다만 이 '막장' 요소가 거부감보다는 중독성으로 작용한다면 시청률은 떼놓은 당상이다. 백호민 PD와 김순옥 작가의 전작 '왔다 장보리'가 전국 시청률 35%까지 기록한 적이 있으니 '내 딸 금사월'도 기대를 모으는 대목이다. PD와 작가는 '왔다 장보리'를 지워 달라 했지만 어김없이 '막장의 유혹'은 시작됐다. /comet568@osen.co.kr
'내 딸 금사월'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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