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심야식당’이 지난 5일 ‘가을 전어파티 편’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바탕으로 온기를 전하는 데 주력했던 ‘심야식당’의 끝은 우려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첫 방송에 비해 꽤 씁쓸했다. 큰 인기를 구가하고 많은 팬들을 확보했던 일본에 비해 한국판 ‘심야식당’은 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을까.
동명의 일본 원작 만화를 기반으로 한 ‘심야식당’은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문을 여는 독특한 콘셉트의 식당과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보편적이고도 특별한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김승우가 식당을 운영하는 마스터 역을 맡아 투박하지만 따뜻함이 느껴지는 음식을 만들어내 손님들과 시청자들의 허기를 달랬고, 박준면 최재성 반민정 정한헌 주원성 등 조연 배우들은 쫄깃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극에 재미를 불어넣었다.
여기에 2회 심헤진을 시작으로, 강두, 지진희, 오지호, 남지현, 이영하, 이영범, 조동혁, 서우, 김정훈, 전소민, 김정태, 남보라, 남규리, 안재욱, 이기우, 윤하, 제이, 김준호, 홍석천 등 이름만 들어도 놀라운 초호화 게스트들이 특급 손님으로 함께해 극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일본적인 색채가 강한 ‘심야식당’을 한국 드라마로 만들다 보니 시청자들이 느끼는 이질감이 상당했다. 먼저 극 전반을 아우르는 김승우의 내레이션은 어색했고, 마스터라는 호칭 역시 낯설게 다가왔다. ‘서민 정서를 그리겠다’는 기획 의도를 찾아보기 힘든 식당 내부와 소품들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작은 동네 골목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서민 식당이라 하기에 ‘심야식당’은 너무나 정갈했고, 상처 하나 없는 식기구들은 고급스럽기까지 했다.
디테일한 요리 과정도 없이 손님들 앞에 뚝딱 나오는 음식들도 아쉬웠다. 물론 추억이 담긴 음식을 먹으며 과거를 회상하고 그 속에서 가슴 찡한 감동을 느끼는 경우도 있었지만, 일부 회차에서는 그저 간접 광고를 위한 소재로 이용돼 씁쓸함을 남겼다. 여기에 과도하게 빠른 이야기 전개는 몰입도를 떨어뜨렸다. 식당을 찾은 인물들이 별다른 소통이나 이해관계도 없이 중요한 비밀을 털어놓는 모습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짧은 시간 안에 하나의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 때문인지 모든 것이 말로 설명된다. 이는 시청자들이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해 감동을 반감시켰다.
토요일 밤 12시 15분 2회 연속 방송이라는 시간적인 제약 역시 ‘심야식당’의 흥행을 방해하는 요소가 됐다. 재방송으로 다시 보기를 하지 않는 이상 쉽게 드라마를 접할 수 없다 보니 방송이 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시청자들도 상당했다.
그럼에도 제작진과 출연 배우들은 드라마 자체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며 시즌2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 ‘심야식당’이 따뜻한 정서를 담아내며 착한 드라마 제작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자명하지만, 또 다시 문을 열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듯 하다./ parkjy@osen.co.kr
‘심야식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