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을 보면서 눈물을 쏟는 일은 이제 요상스런 일이 아니다. 아무리 드라마와 영화가 주변에서 벌어질 법한 일을 이야기한다고 해도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예능 프로그램보다 생생하게 살아있을 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송인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더 진심으로 다가온다.
역시나 지난 5일 방송된 MBC 예능 '무한도전-배달의 무도' 편을 보면서 눈물을 한바가지 쏟았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방송 후 시청자 게시판과 SNS에는 "오늘 너무 슬펐다"는 후기가 쉴새 없이 올라왔다. 고국을 그리워하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리라.
더불어 할머니를 극진하게 대접하는 유재석과 하하의 진심에서 유독 우리의 감수성이 봇물터지듯 흘러나왔다. 한정된 할머니의 시간 속에서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이라는 아쉬움과 애달픔을 뒤로한 채 어찌 두 발이 떨어졌겠는가. 하하의 진심 담긴 행보는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키 작은 꼬마' '하로로' '하초딩'이란 별명을 가진 하하는 항상 가볍고 장난을 치는 모습이 눈에 선한데 그렇기 때문에 가슴 깊이 우러져나온 무거운 눈물은 감동적이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하하와 유재석이 일본 우토로 마을에 사랑이 가득 담긴 음식을 배달하는 모습이 담겼다. 하하는 일본으로 가기 앞서 경상도 경주로 떠나 오징어 김치, 잣경단 등 할머니들의 고향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배우며 떠날 채비를 마쳤다. 더불어 '1인자' 유재석과 함께 할 수 있는 특권을 얻었다.
우토로마을은 오사카에서 차로 두 시간이나 떨어져 있는 먼 곳이다. 그는 지구촌 동포연대를 찾아 대표와 간사를 만나 일본 우토로 마을의 가슴 아픈 사연을 접했다. 오랜 만에 하하의 진지한 모습을 만날 수 있었던 날이기도 했다. 지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은 국가총동원령을 발표하고 1941년 교토 군 비행장 건설을 위해 한국인들을 강제 징용했다. 이에 700여 만명의 우리 국민들이 강제로 끌려갔다. 이후 70년 동안 우리 동포들이 우토로 마을에 살고 있다.
일본은 최근 '지옥섬'으로 불린 하시마섬 등 일제 강제징용시설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무리하게 등재시킨 바 있다. 일본 정부는 해당 시설을 산업화의 상징으로 부각시켰고, 조선인 수만 명이 끌려간 역사는 끝내 외면했다. 현재 우토로 마을에는 150여명의 한국인들이 살고 있다.
일본인으로서 30년 넘게 우토로 마을을 지원해준 다가와 아키코 할머니는 "27년 전 우토로에서 태어나고 자란 친구가 수도 시설이 없다는 것을 말해줬다. 그걸 듣고 너무 충격을 받아서 뭐라도 해줘야 겠다고 생각했다"며 우토로마을에 수도를 설치하자는 운동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예전에는 우물을 사용했는데 땅을 팔수록 점점 물이 나오지 않아 수도를 설치하기로 했다는 것. 하지만 우토로마을에 아직까지 하수도 시설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같은 사실이 하하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할머니들에게 우토로마을은 '제2의 고향'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떠날 수 없었을 터다. 1989년 이래 계속된 일본 정부의 퇴거 명령 이후 우리나라 동포들이 힘을 모아 1/3의 땅을 얻게 됐음에도 재개발로 인해 추억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할머니들은 아쉬운 마음에 떠날 수 없었다느 것이다. 좋지 못한 상황에도 할머니들은 희망을 가지고 밝게 살고 있다. 그들의 웃음이 현실을 비관하던 우리들에게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었다.
하하는 '난봉꾼' '겁쟁이'라는 수식어로 표현되기도 했다. 그러나 사랑의 힘, 아빠의 위대함은 하하를 '사랑꾼' '국민 남편'으로 등극하게 만들었다. 사람들 앞에서만큼은 언제나 듬직하고 멋진 남자라는 걸 이번 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purplish@osen.co.kr
'무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