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들은 '사랑과 전쟁’을 떠올렸다. 가정이 있는 남자를 당당하게 사랑하는 여자(박한별)의 모습과 이를 매몰차게 거절하지 못하고 흔들리는 남자(지진희)의 모습은 그럴만했다. 고장 난 엘리베이터에서 키스를 나누고 이를 아내(김현주)가 CCTV를 통해 목격하는 등의 장면은 부부클리닉의 단골메뉴 아니었던가.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는 방송 초반 이 같은 요소들 때문인지 막장 불륜극으로 억울한(?) 의심을 받아왔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은 이제 그만 거둬야할 것 같다. 단순한 불륜이 아닌, 얽히고설킨 다양한 이야기들이 점차 수면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그려질 준비를 갖추고 있는 모양새다.
이 작품은 쌍둥이 자매가 각기 다른 인생을 살다가, 하나의 사건을 계기로 인생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가난을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가 컸던 도해강(김현주 분)은 거대 제약회사 회장 아들인 최진언(지진희 분)을 성공의 사다리로 올라탄 상황. 허나 진언은 순수했던 해강이 점점 집안 식구들과 다름없는 탐욕을 갖게 되자 실망하고 사랑을 잃어버린다. 그리고 순수한 사랑으로 무장한 강설리(박한별 분)와 불륜에 빠진다.
쌍둥이 자매 해강과 독고용기(김현주 분)의 이야기는 아직까지 따로 그려지고 있다. 서로의 존재에 대해서도 모르고 있는 상황. 그런데 다음 회부터 급물살을 탈 예정이다. 해강은 제약회사 비리의 중심에 있는데, 해강과 손을 잡은 민태석(공형진 분)은 악행을 꾸미고, 이로 인해 용기가 위기에 처하면서 두 쌍둥이 자매는 인생이 바뀌게 된다. 이들과 주변 인물의 얽히고설킨 관계가 본격적으로 그려지기 시작하면 포커스는 불륜이 아닌 ‘스토리’에 맞춰질 전망이다.
지난 5일 방송에서는 남편이 새로운 사랑을 시작했음을 알고 이혼을 결심했던 해강이 회사 부사장의 자리에 오르려는 야망 때문에 마음을 다시 고쳐먹는 모습이 그려졌다.
해강은 지금껏 남편 진언이 설리와 키스를 나누고, 거짓말까지 하며 외박을 했음에도 철저히 모른 체 해왔다. 하지만 그토록 고대하던 천년제약 부사장 자리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게 된 이상 이혼 서류를 내미는 진언과 그런 남편을 뒤흔드는 설리를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이에 본격적으로 둘을 떼어놓기 위해 나선다.
이 드라마에서 불륜이 토대이고, 시발점이 됐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불륜 막장극’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는 탄탄한 스토리라인으로 세 남녀 모두의 행동이 비교적 설득력 있게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물이 가진 일관성과 그 사이의 개연성이 확실하다. 또한 속도감 있는 전개에도 좀처럼 빈틈없는 몰입감을 선사한다는 점도 이 드라마가 그저그런 불륜극이 아님을 뒷받침한다.
한편 '애인있어요'는 기억을 잃은 여자가 죽도록 증오했던 남편과 다시 사랑에 빠지게 되는 동화 같은 사랑과 절망의 끝에서 운명적으로 재회한 극과 극 쌍둥이 자매의 파란만장 인생 리셋 스토리다. /joonamana@osen.co.kr
'애인있어요' 빙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