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톡] ‘무도’가 참 촌스럽지 않게 안방을 울리는 방식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9.06 08: 37

친할머니처럼 남의 것 훔쳐먹지 말라고 여러 번 당부하는 말, 이제 가면 언제 오냐는 아쉬움 섞인 인사. ‘무한도전’이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 한국인들이 모여 살았던 우토로 마을을 다루면서 시청자들을 펑펑 울렸다.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그리고 잊고 살았던 강제 징용 문제를 건드리는 동시에, 잠깐의 만남이었지만 우토로 1세대 할머니가 선물한 따뜻한 정을 안방극장에 전달했다. 울지 않고 버틸 수 없었던 순간, ‘무한도전’은 담담한 시선으로 더 많은 눈물을 이끌어냈다.
지난 5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일제강점기 일본의 강제 징용으로 고향을 떠나 일본에 정착하게 된 우토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유일하게 생존한 징용 1세대인 강경남 할머니에게 고향의 음식을 선물하고자 유재석과 하하가 일본으로 건너간 것. ‘배달의 무도’ 특집 3탄이 방송된 이날 ‘무한도전’은 우리의 아픈 역사를 다룬 만큼 지난 2탄의 감동을 뛰어넘었다. 사랑하는 이의 정성이 담긴, 고국의 사랑이 담긴 음식 하나로 위로와 위안이 될 수 있다는 것, ‘무한도전’ 배달의 무도 특집이 보여준 진정성이었다.
이날 3탄은 우토로 마을이 일본 정부와 기업의 무관심 속에 한때 상하수도 시설이 없을 정도였고, 지금 역시 하수도 시설이 없다는 가슴 아픈 현실이 담겼다. 또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후 한국과 재일교포 사람들의 도움 속에 우토로 마을의 땅을 정식으로 매입했지만, 재건축으로 인해 조만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해방 후에도 한국으로 돌아올 돈이 없어 우토로 마을에 남았고, 수십년간 핍박 속에 살다가 이제는 정식 주민으로 인정받아 살게 됐다는 아픔이 시청자들의 가슴에 인처럼 박혔다. 이 가운데 유재석과 하하를 따뜻하게 대하던 강경남 할머니와의 이별의 시간은 미안함과 고마움의 감정이 뒤엉키며 눈물을 흘리지 않고 버틸 수 없게 만들었다. “이제 가면 언제 오노”, “남의 것 훔쳐먹지 마라” 등 마치 두 사람을 친손자처럼 대하는 할머니의 마지막 당부에 어찌 울지 않을 수 없었다.
하하가 오열하고, 유재석 역시 우토로 마을 사람들이 준비한 도시락을 삼키기 힘들 정도로 눈물을 보이는 모습은 시청자들과 같았다. 한순간도 잊지 말아야 할 아픔의 역사, 그 역사 속 마지막 끝자락을 잡고 있는 강경남 할머니의 구슬픈 노래는 참 담백하게 표현됐다. 할머니가 그리워하는 고향을 연상하게 하는 노래 ‘고향의 봄’이 흐르고, 미안함과 고마움에 어쩔 줄 몰라하는 유재석, 하하의 표정에만 집중한 제작진의 세련된 편집 덕에 시청자들은 더 큰 감동을 받았다.
많은 예능프로그램들이 ‘이쯤 울어야 한다’면서 눈물을 자극하는 장치를 깔아두기 마련인데, ‘무한도전’은 이 같은 촌스러운 방식 대신에 있는 그대로 유재석과 하하, 그리고 강경남 할머니의 모습을 담는데 주력했다. 평소와 달리 제작진이 개입할 수 있는 자막도 최소화하고 이들의 진심이 잘 전달될 수 있게 담백한 시선을 유지했다. 제작진과 출연진이 애써 담담하려고 노력했기에 강경남 할머니가 부른 마지막 노래가 슬픔이 가득했다. 아쉬운 이별 후 밥을 집어삼키는 게 유독 힘들어보였던 유재석의 눈물은 ‘배달의 무도’의 깊은 감동을 더했다. / jmpyo@osen.co.kr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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