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때때로 역사를 잊어버리게 만드는 현실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참 뼈아픈 경고인데, ‘무한도전’이 다시 한 번 두고두고 잊지 못할 역사 교과서를 펼쳤다. 굳이 외우지 않아도 깊게 박히게 말이다.
지난 5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배달의 무도’ 3탄으로 일제 강점기 강제 징용 한국인들이 모여 살았던 우토로 마을을 다뤘다. 유재석과 하하가 고향의 음식을 그리워하는 강경남 할머니를 위해 정성 가득한 음식을 배달한 것.
우리가 잊지말아야 할, 꼭 기억해야 할 역사가 ‘무한도전’에서 쉴 새 없이 펼쳐졌다. 일제 강점기 영문도 모르고 끌려와 강제 노역을 했던 한국인들, 해방 후에 돈이 없어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했고, 일본 정부와 기업의 무관심과 핍박 속에 삶의 터전을 빼앗길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일본이 인정하는 국민이 아니기에 상하수도 시설도 없이 살았던 우토로 마을 사람들. 다행히도 재일교포와 한국인들의 도움 속에 우토로 마을 땅을 사면서 이 같은 눈에 띄는 억압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친 채로 살아가고 있었다. 이날 방송에는 재개발로 인해 조만간 공용 주택 시설로 이동을 하면서 우토로 마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는 사실까지 공개됐다. 아흔 살을 넘긴 강경남 할머니가 여전히 고향의 노래를 부르고 고향을 생생하게 기억한다는 사실은 참 슬펐다.
‘무한도전’이 배달의 무도 특집에 일제강점기의 아픔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주목한 것은 이 프로그램이 걸어온 길을 봤을 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언제나 역사 의식을 갖고, 과거사 하나도 허투루 흘리지 않았던 프로그램이다. 역사 특강을 하며 부끄럽고 아픈 역사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우치게 했다. 한국과 한국어, 한국 음식을 알리며 자긍심을 고취하는 일도 했지만, 지나간 역사를 되새기며 진짜 미래를 도약하는 일도 챙겼다.
공익성을 다룰 때도 재밌게, 예능다운 것을 놓치지 않는 ‘무한도전’은 감동적인 순간에도 짠한 웃음을 만들었다. 우토로 사람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면서 유재석과 하하가 티격태격 장난을 치기도 하고, 강경남 할머니와의 이별의 순간 하하가 오열하자 유재석이 농담을 건네며 위로를 하는 모습은 일부러 웃음을 만드려고 하는 진심을 알기에 시청자들을 더 울렸다. 바쁘다는 이유로, 내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잠시 멀리 뒀던 우리의 아픈 역사가 '무한도전'을 통해 다시 가슴 속으로 깊게 들어왔다. 방송 후 '잊지 않겠다'는 네티즌의 댓글이 쏟아지고, 웬만한 교과서보다 의미 있는 방송을 했다는 호평이 쏟아지는 것은 절대로 우연이 아니다.
꼭 기억해야 할 역사를 다루는 ‘무한도전’의 방식은 그랬다. 교과서보다 재밌게, 그렇다고 전해야 할 이야기는 놓치지 않고 더 강렬하게 담았다. 그리고 예고에는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교수가 함께 하시마섬에 가는 ‘무한도전’의 모습이 담겼다. 하시마섬은 일제 강제징용시설이 있었던 우리에게는 ‘지옥의 섬’으로 불린다.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일본 정부의 뻔뻔한 역사 의식이 다시 한 번 드러나기도 했다. 서 교수와 함께 다룰 하시마섬의 진짜 민낯 역시 꼭 챙겨봐야 할 방송이 될 것으로 보인다. / jmpyo@osen.co.kr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