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복면가왕’이 아니었다면, 모르고 지나갔을 일들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9.07 07: 52

배우 김동욱이 이렇게 노래를 잘할 줄은 몰랐다. 개그맨 김영철이 목소리는 딱 걸렸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노래실력을 갖췄다는 것을, 격투기 선수 서두원의 목소리가 이토록 감미로운 줄도 몰랐다. 이 모든 게 ‘복면가왕’이 없었다면 모르고 지나갔을 일들이다.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은 우스꽝스러운 복면을 쓰고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는 경연 프로그램이다. 복면은 노래가 아닌 그 어떤 편견도 불가능하게 만든다. 얼굴도 볼 수 없고, 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어떤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전 정보 없이 오직 노래만 듣고 감명을 받을 수 있는 무대, ‘복면가왕’이 방송 당일부터 반전의 역사를 쓰고 있는 이유다.
지난 6일 방송된 ‘복면가왕’은 역대급 충격부터 재미, 뭉클한 감동이 펼쳐졌다. 배우 김동욱은 광대승천 어릿광대로, 개그맨 김영철은 피타고라스의 정리로, 서두원은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올랐다. ‘신촌을 못가’라는 명곡을 부른 포스트맨 성태만이 이날 얼굴이 공개된 출연자 중 유일한 전문 가수였다. 이 프로그램은 경연에서 패할 경우 얼굴이 공개되는 구성인데 얼굴이 공개돼도 짜릿한 반전이 있기에 ‘탈락의 아쉬움’이 적은 경연 프로그램이다.

얼굴이 공개됐을 때의 시원섭섭함이 있기에 다른 노래 경연 프로그램보다 무거운 압박감이 덜하고, 덕분에 노래 그 자체만 즐길 수 있다. 출연자도, 이를 듣고 즐기는 시청자도 좀 더 가볍게 접근하는 바람에 반전이 안기는 놀라움이 배가되는 구성이다. 물론 김영철처럼 누가 들어도 그의 목소리이고, 말을 하면 할수록 김영철임을 확신하게 만드는 순간도 있지만, 대다수는 추리하는 재미가 있다. 김영철의 경우는 판정단을 비롯해 많은 시청자들이 단 번에 그를 알아차렸지만, 특유의 개그감 덕분에 빵빵 터지는 웃음을 안겼다. 비록 그의 정체를 숨기는데는 실패했지만, 장난스럽게 자신을 구박한 김구라와 재밌는 조합을 만들며 웃음을 주는 예능인의 소임은 다했다. 
많은 시청자들은 김구라가 분명히 입신양명을 위해, 즉 얼굴을 알리기 위해 ‘복면가왕’에 출연했을 것이라고 잘못 예측한 김동욱이 이렇게 노래를 잘 부른다는 것을, 김영철이 이토록 의외의 미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한 ‘노래하는 파이터’로 유명한 서두원이 최근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부른 애절한 노래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사실 서두원은 그동안 ‘복면가왕’ 제작진으로부터 섭외를 여러차례 받았다. 그는 출연을 주저한 것에 대해 악성댓글을 이유로 들었다. 아버지가 아픈 와중에 자신의 이름을 매일 포털사이트에 검색을 하는데, 괜한 상처를 받을까봐 출연을 자제했다는 이유였다. ‘복면가왕’에 출연하면 일부 네티즌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까봐 걱정을 했다는 것. 격투기 선수가 본업이 아닌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일부의 네티즌으로 인해 출연을 고사했다는 설명이었다. 서두원의 아픈 속내는 그의 심금을 울리는 노래와 함께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굳이 ‘복면가왕’에 출연할 이유가 없는 김동욱이 오롯이 즐거운 무대만을 위해 출연을 했고, 가왕이 되기 위해 출연했다고 재치를 발휘한 김영철이 큰 웃음을 안겼으며, 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던 효자 서두원이 감동을 선사했다. 뛰어난 노래 실력으로 안방극장의 가슴을 미어지게 만든 성태까지 ‘복면가왕’이 또 다시 반전의 역사를 썼다. / jmpyo@osen.co.kr
‘일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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