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때는 바야흐로 ‘아인시대’ [인터뷰]
OSEN 정준화 기자
발행 2015.09.08 14: 54

 바야흐로 ‘아인시대’다. 배우 유아인이 ‘야인’ 같은 매력으로 스크린을 집어 삼켰다. 성장드라마 ‘반올림’으로 데뷔한 그는 드라마 같은 성장을 이루며 충무로의 ‘푸른 별’로 빛을 발하는 중이다. 영화 ‘베테랑’을 통해 천만 배우 반열에 이름을 올렸고, ‘사도’를 통해서는 집중도 높은 인물을 입체적으로 살려내며 연기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쟁쟁한 선배 배우들과의 기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는 존재감이 특히나 인상적. 황정민, 송강호, 김희애, 김윤석 등의 내로라하는 배우들과의 대립과 호흡에서도 절대 밀리는 일이 없다. 그와 함께 연기를 하고난 배우들은 그의 이야기가 나오면 늘 ‘엄지 척’이다.
가만히 있어도 풍겨 나오는 반항기, 연기로는 지고 싶지 않다는 ‘깡다구’도 갖췄다. 객기가 아니라는 13년 넘게 차곡차곡 쌓아올린 필모그래피와 이에 걸맞은 연기력이 입증한다. 

젊음을 대변하는, 대체 불가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충무로의 ‘야인’ 유아인을 만났다. 
  
- ‘베테랑’으로 천만 배우가 된 소감이 어떤가
“행복해요. 로또 맞으면 행복에 겨워하는 거보다 조심해야하는 게 더 많죠. 그렇듯이 걱정도 많고 부담도 있고 그런 상태에요.”
- 어떤 걱정인가?
“제가 교만해질까 봐요. 스코어는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하는데 마치 그것이 내 것인 것처럼 교만해질까봐 조심해야할 것 같아요. 지난 번 인터뷰할 때는 ‘믿을만한 배우’라고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조금은 생긴 것 같고 좋아해주시는 거 같아요. 그만큼 잘해내야한다는 부담이 생기는 거 같아요. 
- 흥행으로 인한 자심감도 생겼는지?
“‘베테랑’의 경우 오락성이 강한 웰메이드 상업 영화로 자신이 있었어요. ‘사도’의 경우에는 영화가 가진 색깔이 워낙 강하다보니 호불호가 나눠질 수 있겠다 생각을 했는데, 일단 기자님들의 평이 좋아서 조금은 안심을 했어요. ‘베테랑’ 때 보다도 더 떨면서 긴장하고 두려워하면서 언론 시사를 봤어요. 다행스럽게 좋은 말씀 해주셔서 안심이에요. ‘사도’는 틀림없이 좋은 영화라는 느낌을 주는 영화에요. 
- 영화 ‘사도’의 어떤 요소들이 좋은 느낌을 주는가
“이야기의 진부함과 익숙함이 있기 때문에 돌직구 같은 이야기 방식은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정통성 있게 전하자고 생각했죠. 영화적인 구조, 병렬로 연결된 내용 안에서 혼란을 드리지 않도록 했고. 그런 요소들이 좋은 요소가 될 수 있을 거 같네요.”
- 사도세자를 연기하기 위해 공부한 부분이 있나
“사도세자 관련 자료와 다큐멘터리, 관련 서적 등을 살펴봤어요. 우연히 웹툰 같은 것들로 봤고요. 많은 분들이 사도세자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사도세자가 그저 광인이라거나 나름대로 이상주의자였다가 꺾어진 인물로 다양하게 해석하는 분들도 있는 거 같다. 해석이 분분하기 때문에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하나 고민을 했죠. 설득력 있게 그려낼 수 있도록 했어요. 절대적인 악도 절대적인 선도 없다고 생각으로요. 
   
- 본인이 표현한 세도세자 만족스러운가
“연기력은 모르겠지만, 만족스러워요. 특히 사극은 대체되기가 쉽거든요. 전형성과 특이성, 사극톤이라는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배우의 스타일이 크게 관여를 안 하죠.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내 목표 안에서 어쨌든 유아인만의 사도세자를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고, 그 부분이 만족스러워요.”
- 비극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런 것이 영화 선택에 영향을 주는가
“영화 ‘베테랑’을 선택할 때는 비극과는 상관없었어요. 비극적인 소년 연기로 첫 연기를 시작했기 때문에 비극을 연기하고 싶다고 한 것이죠. 저에게도 발랄한 면도 있지만, 나만이 알 것 같은 어둠과 고민 번민들이 있어요. 젊은 배우가 그런 것들을 꺼내기가 사실은 쉽지 않아요. 항상 꽃다운 청춘이어야 하니까. 청춘이야말로 비극을 온몸으로 뿜어내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그런 에너지들을 충분히 뿜지 못해서 갑갑함이 있었던 거 같아요.”
- ‘사도’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지
“‘이준익’, ‘사도’라는 키워드만으로도 느낌이 왔어요. 시나리오를 본 후에는 심지어 재미있기 까지하더라고요. 글로 봤을 때도 정말 재미있었어요. 흥미진진하고 몰입감 있었죠. 그래서 더 힘차게 달려들었던 거 같아요. 감독님이 저를 생각해두고 썼다고 말씀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 작품들이 잘 되고 일이 잘 풀리는 시점인데, 군 입대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일이) 잘 풀리고 있을 때 가게 돼서 다행이다.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로 6~7개월 대장정이 남아있고, 끝나고 시기를 봐야할 거 같아요.”
- 사도세자 역할에 관심이 많았나
“언젠가는 반드시 하겠구나 생각했었어요. 감정의 진폭이 아주 크고 드라마틱한 배역을 하고 싶어 하는 게 당연해요. 많은 것을 보여드릴 수 있으니까요. 사도는 구체적으로 꿈꿔왔던 캐릭터였고, 하게 됐으니 감사할따름이죠.”
- 사도세자를 하고 싶었던 이유는
“아버지라는 코드가 있었던 거 같아요. 저도 아버지와 사이가 안 좋은 편이었고 그런 분들이 많은 거 같아요. 무뚝뚝하고 서로 경쟁심 같은 것도 있고..그런 부분에 있어서 '깡철이'는 엄마에게 보여드리고 싶은 영화, '사도'는 아버지가 보고 느끼실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아버지와의 관계는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얼마 전에 ‘베테랑’ 보시고고 나서는 그날 스코어도 말씀해주시고 그러셨어요.”
- 배우 송강호와의 호흡은 어땠나
“대본 리딩 때 스케줄이 있어서 30분정도 늦었어요. 영화에 선배님들이 정말 많이 나와요. 당시 늦었는데,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았어요. 바로 악을 쓰는 신이었는데. 여기서 질러야 잘 넘어가겠구나해서 질렀던 거 같아요.
- 첫 촬영은 어땠나  
“첫 촬영은 대리청정 장면이었는데, 사실 불꽃이 튀면 안 되는 장면이었어요. 그런데 후배 배우로서 불꽃이 튀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요. 이분과 ‘케미’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생각이죠. 그래서 기운 세게 연기를 해버렸어요. 영조(송강호 분)에게 압도당해야하는 장면이었는데..이 신의 정확한 표현이 아니었던 거죠. 너무 오버를 했었어요.”
- 뒤주에 갇히는 장면, 연기 어려웠을 것 같은데
“한 번에 다 찍지는 않았어요. 촬영 때 틈틈이 들어갔다고 보시면 되요. 감히 예측할 수 없는 공포와 고통이 있었겠거니 추측을 하고 연기 했어요. 지네가 등장하는 헛것이 보이고 죽었다가 살았다가.. 실제 영화에서느 편집 됐지만 그 안에서 모기와 얘기 하는 장면도 있었죠. 그 안에서 용변 다 봤을 것이고 인간이 끝까지 가는 그런 장면인데, 영조가 참 독하고 모질다라는 생각도 했어요.”
- 시사회 때 이준익 감독이 500만 관객만 되도 좋겠다고 했는데 
“사실 만드신 분들이나 투자자 배급사분들은 더 크게 생각하실 거예요. 저는 현실적으로 500만만 들어주면 정말 감사할 거 같은 영화에요. 진심이이요. 더 들수록 물론 좋지만 수치적으로 500만만 들면 행복할 것 같아요.”
- ‘한국의 제임스딘’이라는 별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별명 마음에 들어요. 제임스딘 같은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런 역할을 제대로 못해본 거 같네요. 진짜 아이코닉한 청춘의 얼굴을 기록할 수 있는, 청춘들을 대변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을 하고 싶어요. 니가 뭔데 대변을 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배우는 그저 사랑받는 스타가 아니라 동시대를 대변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joonamana@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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