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능수능란하다. 아이의 탈을 쓴 어른이 앉아있는 것만 같다. 7세-9세의 아이들로 구성된 ‘내 나이가 어때서’ 돌직구 위원단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절로 그런 생각이 든다. 분명 아이들의 토론을 보고 있는 것인데 왜 자꾸만 어른들의 모습이 비치는 것일까.
지난 8일 오후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키즈쇼 ‘내 나이가 어때서’에서는 돌직구 위원단이 ‘맞벌이하느라 얼굴보기 힘든 부모님, 이해할 수 있다 VS 이해할 수 없다’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펼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돌직구 위원단은 맞벌이 부모님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이들은 이날의 주제에 관해 투표를 했고,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은 3표,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은 5표로 의견이 갈렸다. 김겸은 맞벌이 부모님을 이해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요즘은 맞벌이를 해야 생활이 가능한 환경이 됐다“라고 말한 김겸은 “세금도 올랐고 물가도 올랐고 집값도 올랐다”며 현실을 이야기했다.
권미조는 이에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했다. 직장에 나간 부모가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학원을 여러 군데 보내거나 육아 도우미를 쓰게 되는데, 결국 맞벌이를 해 번 수입이 모두 육아비로 지출되는 셈이라며 아이를 위한 맞벌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는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었다. 이에 김겸은 여성 평균 월급에서 사교육비와 육아 도우미 비용을 빼면 10만 원이나 남는다는 데이터를 내세우며 맞벌이 수입이 모두 육아비로 지출되는 건 아니라고 반박했다.
한편 정지훈은 “10만 원과 아이들을 바꾸겠냐”며 자신이 맞벌이를 한다면 차라리 10만 원을 덜 벌고 아이들과 놀아주고 공부를 가르쳐주겠다고 말해 이를 지켜보던 MC 박지윤을 뜨끔하게 만들었다. 또한 김태린은 부모님이 자신을 위해 힘든 고통을 참고 일하는 건데 맞벌이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며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더 나은 생활을 위한 현실적 선택이기 때문에 맞벌이를 찬성한 위원들과 돈보다는 정서적 안정을 선택한 맞벌이를 반대한 위원들은 이휘재의 “부자지만 바쁜 부모님과 가난하지만 가정적인 부모님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질문에 모두 하나가 됐다. 이들 모두 부자지만 바쁜 부모님을 택한 것. 맞벌이를 반대하던 이효린은 “돈이 없으면 조그만 집에서 살아야 되는데 난 콧구멍 같은 집에서 살기 싫다”고 말했고, 맞벌이를 찬성했던 김하준은 “(돈이 있으면) 여행이라는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다. 가난하면 아무리 가정적이라고 해도 가난해서 나쁜 추억만 쌓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하준은 “돈도 안 벌고 그냥 아이만 키우면서 구걸할 거냐. 돈을 벌면서 살림을 꾸려나갈 거냐”라는 질문으로 MC들을 생각에 잠기게 만들었다. 가정의 소중함을 주장하던 정지훈도 고민 끝에 부자 부모님을 택했다. 정지훈은 “바빠서 애는 못 보지만 애는 똑똑해질 수 있다”며 현실적인 이유를 덧붙였다.
어른들이 나누어도 찬반 논란이 뜨거울 주제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치는 아이들의 모습은 예상보다 너무나 현실적이었다.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에게 자신은 이런 생활에 익숙하다며 괜찮다고 말하는 아이와 자신이 월드스타가 돼서 돈 많이 벌 테니 외벌이도 괜찮다는 아이의 말은 이미 지나치게 어른스러웠다. 아직은 몰라도 될 어른들의 세계를 너무 빨리 알아버린 듯한 아이들의 입담은 신통방통하면서도 씁쓸함이 진하게 남았다.
한편 ‘내 나이가 어때서’는 7~9세의 개성만점 어린이들이 어른들의 세상에 거침없는 돌직구를 날리는 어린이 토론 프로그램으로 매주 화요일 오후 9시 40분 방송된다. / nim0821@osen.co.kr
‘내 나이가 어때서’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