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의혹 제기에 브랜드 홍보라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 제기. 이 마지막 문단이 없었더라면, 표절시비 진위여부와 관계없이 문제가 발생한 것에 대한 사과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배우 윤은혜가 자신이 디자인한 의상이 표절시비에 휘말린 가운데, 그가 이틀 만에 내놓은 첫 번째 해명 자료가 두고두고 문제가 되고 있다.
윤은혜와 윤춘호 디자이너의 표절공방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윤춘호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두 번째로 장문의 글을 올리면서 윤은혜가 지적한 표절 의혹 제기의 다른 이유, 즉 홍보성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사안에 대해 그럴 이유가 없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또한 윤은혜의 의상과 윤춘호의 브랜드인 아르케 의상이 어떤 점에서 유사한지에 대해 설명하고, 공식적으로 인터넷에 표절 의혹을 제기하기 전 충분한 물밑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윤은혜는 1차 자료에서 사전에 연락 없이 표절 의혹을 문제 삼았다고 문제 제기 자체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미의 문장을 여러 차례 썼다. 윤춘호의 2차 표명 글은 윤은혜의 보도자료에 대한 전면 반박인 셈이다.
윤은혜는 중국 동방TV ‘여신의 패션’에서 자신의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만든 의상으로 1위를 차지했다. 사실 노래, 드라마, 영화, 의상 가릴 것 없이 하나의 작품에서 표절시비를 가린다는 것은 쉽지 않다. 허나 윤은혜의 경우는 표절이 맞는지, 아닌지를 떠나 억울한 감정을 토로하면서 적어내려간 보도자료 속 윤춘호에 대한 공격성 문제 제기가 역풍을 맞고 있는 모양새다. 이제 표절을 했는지, 안 했는지 도덕성 문제는 중요하지 않게 된 것.
시간을 돌려, 윤은혜가 논란이 발생한지 약 이틀 만에 그리고 야밤인 오후 11시께 보도자료를 배포하기 전으로 돌아가 왜 대중이 두 의상이 비슷하다고 여기는지, 설사 비슷하지 않더라도 윤춘호의 억울한 마음이 담긴 다소 감정적일 수 있는 글에 감정 이입을 했는지에 대해 고민을 했으면 어땠을까.
윤은혜가 발표한 “윤춘호 디자이너의 의상과 팔의 위치가 흡사하고, 흰색 색상이 같아 더 흡사해 보일 수 있었던 것 같다”라는 말 대신 “비슷하게 보이는 시선에 대해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방송으로 만천하에 공개될 의상을 왜 표절을 하겠느냐”라고 조금 더 이성적인 설명을 곁들였으면 지금처럼 여론이 악화되진 않았을 터다.
또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마지막으로 충분히 확인이 되지 않은 정보들로 SNS를 통해 표절 논란을 제기하신 부분에 유감을 표합니다. 더 이상의 FW 컬렉션을 앞두고 자사의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 윤은혜라는 이름을 도용하지 않기를 바라는 바”라는 고압적인 말은 고칠 이유도 없이 아예 빠졌어야 할 문구라는 것을 윤은혜 역시 이제는 알고 있을 터다.
이 문장 대신에 “의도하지 않았지만 표절시비가 벌어지며 대중을 불편하게 만든 것에 대해 사과드리고, 유사성 의혹에 대한 문제는 윤춘호 디자이너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더 이상의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마무리를 했으면 표절시비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가려지기도 전에 데뷔 이래 최대 위기에 놓이는 지금의 상황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윤춘호라는 디자이너가 굳이 표절 문제를 건드려 잡음을 일으켜 홍보를 할 만큼 다급한 위치의 디자이너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윤은혜의 이름을 이용한다는 식의 표현 자체가 요즘 대중이 소름 끼치게 싫어하는 ‘갑질’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윤은혜와 그의 소속사 직원들이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는 게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 진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만약에 표절이 아니라면, 당사자인 윤은혜와 스타일리스트는 굉장히 억울할 일이다. 허나 대중이 왜 윤춘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는 공감하면서, 더 인지도가 높은 자신의 말에는 불편함을 여기는지는 명확한 사태 파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 많은 거리의 강을 건넜지만, 이제라도 표절 문제를 떠나 깔끔한 사과를 바라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다. / jmpy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