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조쉬 린드블럼(28, 롯데)이 없었다면, 롯데의 올 시즌은 어떻게 진행됐을까. 구단과 팬들로서는 아찔한 상상이다. 그만큼 실력과 인성 모두에서 뛰어난 인상을 남기고 있다. 롯데 외국인 선수 역사상 최고 투수 등극에 한 걸음만을 남겨둔 린드블럼은 꾸준함의 상징인 200이닝 또한 동료들과 함께 올라서겠다는 각오다.
린드블럼은 8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6이닝 동안 몇 차례 위기를 잘 정리하며 2실점으로 호투, 시즌 13승(7패)째를 따냈다. 올 시즌 21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2회 박계현의 타구에 오른쪽 팔꿈치 아래를 맞는 아찔한 상황도 있었으나 의연한 모습으로 6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팀의 6연승을 이끌었다.
올 시즌 린드블럼은 롯데의 구세주와도 같은 선수다. 입단 당시에는 MLB 경력이 화려한 다른 선수들에 비해 덜 주목받았지만 실력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올 시즌 28경기에서 13승7패 평균자책점 3.29를 기록하고 있다. 성적만 놓고 보면 에릭 해커(NC)와 최고 외국인 투수를 다투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여기에 시즌 중반에는 팀 사정상 4일 휴식 후 등판도 적지 않았으나 묵묵하게 마운드에 오르는 자세로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이런 린드블럼은 벌써 롯데 외국인 투수 한 시즌 최다승 기록 타이를 세웠다. 13승은 쉐인 유먼이 2012년과 2013년 두 차례 기록했고 크리스 옥스프링(현 kt)이 2013년 기록한 적이 있다. 이제 1승만 더 추가하면 롯데 외국인 투수 최다승의 영예도 안을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린드블럼은 올 시즌 리그 첫 200이닝 투수가 될 가능성도 매우 높아졌다.
200이닝이라는 기록은 꾸준히, 그리고 잘 던져야 달성이 가능한 기록이다. 144경기 체제의 KBO 리그에서 산술적으로 선발투수들은 대개 28~30경기 사이에 나선다. 에이스들은 등판이 조금 더 잦을 수 있지만 그래도 200이닝을 던지려면 경기당 6~7이닝은 꾸준하게 잡아줘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명제에 가장 충실한 선수 중 하나가 린드블럼이다.
린드블럼은 8일 현재 186이닝을 투구, 이 부문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위 에릭 해커(NC, 178⅓이닝)과는 다소 격차가 있다. 이변이 없는 이상 가장 먼저 200이닝 고지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200이닝은 지난해에는 없었으며 2010년 이후로는 2012년 브랜든 나이트(당시 넥센, 208⅔이닝), 2013년 레다메스 리즈(당시 LG, 202⅔이닝) 만이 가지고 있는 기록이다.
하지만 린드블럼은 200이닝 자체에 그렇게 큰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다. 8일 경기 후 이에 대한 질문을 받은 린드블럼은 “200이닝 소화가 꾸준한 투구를 증명할 수는 있을 것이다”라고 말을 떼면서도 “경기 중에는 무수히 많은 변수가 있다. 내 실력이나 꾸준함 등 나 혼자 어떻게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팀원들이 있어야 한다”라며 또 한 번 ‘팀 정신’을 강조했다. 이어 린드블럼은 “만약 200이닝을 채운다면 팀원들에게 고마울 것 같다”라고 웃었다. 물론 린드블럼을 쳐다보는 동료들의 시선도 고마움 그 자체일 것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