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는 기우로, 기대는 '초대박' 관심으로 이어졌다. '대세' 나영석 PD가 KBS 2TV '1박2일' 원년 멤버 네 사람을 데리고 만든 인터넷 방송 '신서유기'가 공개 일주일 만에 1천만 조회수를 넘어서게 됐다. 10일 오후 2시 현재 조회수는 98만뷰가 훌쩍 넘어선 상태다. 이 엄청난 인기를 이끈 건 '국민 MC' 강호동이 아닌 이승기였다.
4일 방송된 '신서유기' 1회에서 나 PD는 이수근, 강호동, 은지원을 만나기 전 이승기에게 "먼저 사과하겠다. 많이 망가져 있는 사람들이랑 같이 모시게 돼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이 말에 이승기는 "순서를 보고 나를 먼저 버스에 태우길래 제일 죄 없는 사람이 먼저 타는구나 싶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렇게 시작된 이승기의 재치는 이날 공개된 5회 방송까지 쭉 이어졌다. 그는 "멤버들이 탈 순서는 모르겠지만 마지막 멤버는 알겠다. 부동의 4위는 상암동 베팅남"이라고 말했다. '상암동 베팅남'은 도박 물의로 자숙하다가 복귀한 이수근. 이승기는 은지원에 대해서는 "여의도 이혼남"이라고 표현해 시청자들을 웃음 짓게 했다.
'자학 개그'도 이어졌다. 그는 "얼마 전 사주를 봤다. 나는 내년에 잘 풀린다고 하더라. 그런데 어쩌겠나, 군대를 가야하는데. 역술인이 미루라고 해서 '난 어디든 가야 한다고' 한 마디했다. 그러니 나는 군대 아니면 교도소에 가야 한다"고 센스 있게 받아쳐 웃음을 안겼다.
거침없는 이승기를 가장 부러워한 건 강호동이었다. 한때 예능계를 주름잡던 강호동이지만 최근 뚜렷한 활약상이 없을 뿐더러 인터넷 방송이라는 환경 자체가 그에게는 한없이 낯설었기 때문이다. 오프닝과 동시에 촬영 흐름을 자유롭게 이끄는 이승기를 부러운 눈빛 가득하게 쳐다 본 그였다.
결국 강호동은 얼굴이 벌개진 채 "그렇게 말하면 되는 거냐. 적응 안 된다"고 털어놨고 "이승기 보통 아니다. 많이 배워야겠다"고 여러 번 감탄했다. 심지어 "대단하다. 나도 좀 가르키도라(가르쳐 달라)"고 '예능 후배' 이승기에게 고개를 숙였을 정도.
강호동이 감탄할 수준으로 이승기의 예능감은 성장했다. '1박2일'에서 시작된 그의 예능 인생은 숱한 게스트 출연과 SBS '강심장' MC를 거쳐 tvN '꽃보다 할배'로 확장됐다. 이렇게 꾸준히 쌓은 예능감은 인터넷 방송인 '신서유기'에서 좀 더 자유로운 날개를 달게 됐다.
더욱 흥미로운 건 이승기가 예능 초보 시절 강호동의 밑에서 '강라인'으로 엮였는데 이젠 전세가 역전됐다는 점이다. 오히려 '기라인'에 '예능 초짜' 강호동이 자리한 모양새다. 과거에는 강호동이 톰, 이승기가 제리였다면 지금은 둘의 캐릭터가 뒤바뀌었다.
자칫 뒤처질 수도 있었던 강호동을 살린 건 8할이 이승기의 센스 덕분이었다. /comet568@osen.co.kr
'신서유기'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