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전현무는 묘한 매력을 지녔다. 남들의 치부를 은근하게 공격하며 '깐족MC'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그 모습이 왠지 밉지 않다. 알고 보면 박학다식한 엄친아에, 하고 싶은 것은 반드시 이루고마는 노력파이기 때문이다. 깐족대지만 결코 밉지 않은 정겨움이 그만의 주무기다.
지난 2012년 KBS에서 퇴사한 후 JTBC 예능 '히든싱어' 시즌1부터 진행을 맡고 있는 전현무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른바 'JTBC의 유재석'으로 성장했다. 그는 프리랜서 선언 직후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했지만 진행자로서 주목받은 프로그램은 단연 '히든싱어'다. 처음으로 단독 MC로 나서면서 '원톱 MC'로서의 자질을 인정받았다.
'히든싱어' 시즌4 첫 방송을 앞두고 지난 4일 오후 서울 중구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도플싱어 가요제'에서 그의 진가를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등장만으로 객석 일부에선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JTBC의 유재석' 전현무의 깨알 진행
이날 전현무는 원조 가수와 모창 능력자의 목소리를 헷갈려하는 가수 변진섭이 "굳이 머리를 쓸 필요가 없다"고 하자, "변진섭 씨 머리 좀 써주세요"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장윤정의 모창 능력자에게 생활고가 있느냐는 대본상 실수를 저질렀고, 오예중이 "저는 잘 살고 있다"고 대답하자 "네 미안합니다. 나중에라도 생활고가 없도록 조심하세요"라고 받아치는 센스를 발휘했다. 뿐만 아니라 출연자들과의 대화 곳곳에서 전현무만의 재치와 말발을 엿볼 수 있었다.
앞서 언급한대로 그는 '히든싱어'를 통해 '깐족 MC'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자신의 캐릭터를 확실히 한 것은 물론, 진행력을 인정받았다. JTBC 예능 '비정상회담' '크라임씬' 시즌1, '나홀로 연애중' 등 수 많은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았고 결국 제51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남자 예능상을 거머쥐었다. 안정적인 진행력과 예능 감각을 겸비한 무기로 힘을 발휘한 것이다. 그는 올 하반기 친정 KBS로 복귀를 앞두고 있다. 그의 오랜 바람대로 국내를 대표하는 예능MC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성장하는 중이다.
●형제-자매보다 더 닮은 가수&모창 능력자들
추석연휴를 겨냥해 특별 기획된 '도플싱어 가요제'는 그동안 '히든싱어' 시즌1~3에 출연했던 화제의 원조 가수와 모창 능력자가 한 팀이 되어 원조 가수의 노래를 듀엣으로 부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가수들이 한자리에 모였기에 그만큼 열기도 뜨거웠다.
이날 윤민수와 '작곡가 윤민수' 김성욱, 장윤정과 '새댁 장윤정' 오예중, 이수영과 '판매원 이수영' 우연수, 임창정과 '용접공 임창정' 조현민, 휘성과 '사랑해 휘성' 김진호, 이재훈과 '성수동 이재훈' 임재용, 환희와 '나이트클럽 환희' 박민규, 이승환과 '발전소 이승환' 김영관 등 8팀이 참가했다.
이들 가운데 가장 팀워크가 좋았던 팀을 뽑는 자리였지만, 정이 쌓인 멤버들은 서로에게 협력자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듯했다. 이들은 방송 촬영 이외에도 서로 자주 연락을 하고 어려울 때 도와주면서 친형제처럼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히든싱어'를 통해 각별한 사이로 발전한 것이다.
'도플싱어 가요제'는 오는 추석 연휴에 2회에 걸쳐 방송되며, '히든싱어4'는 10월 3일 오후 11시 첫 방송된다./ purplish@osen.co.kr
민경훈 기자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