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파니는 참 다재다능한 연예인이다. 그는 과거 천상지희라는 그룹으로 활동할 당시에도 유독 눈에 띄는 춤 실력과 매력적인 음색으로 자신의 이름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킨 바 있었다. 하지만 그룹 활동 이후 브라운관에서는 좀처럼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것이 사실. 그대로 썩히기엔 너무나 아까운 재능을 가졌던 그가 돌아왔다. 개성 강하고 끼가 넘치는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스테파니의 매력은 어김없이 발휘됐다.
스테파니는 지난 9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이하 ’라스‘)’에 출연해 솔직담백한 토크와 녹슬지 않은 춤과 노래 실력으로 넘쳐흐르는 끼를 아낌없이 발산했다.
이날 스테파니는 마치 약장수처럼 자신의 솔로 컴백을 알리며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신곡을 열창했고, 시작부터 독특한 말투로 눈길을 끌었다. 엄마 계모임을 따라 다니며 이모님 같은 톤으로 변했다는 그의 말투는 함께 출연한 오정연과 오나미에게 “한참 언니 같다, 언니라고 할 뻔 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켰을 정도로 오랜 연륜과 능수능란함이 묻어나는 여사님 말투였다.
스테파니의 시원시원한 입담은 방송 초반부터 어김없이 발휘됐다. 같은 회사의 후배이자 ‘라스’의 MC인 규현에 대해 “과거 SM타운 촬영 당시, 혼자 구석에 앉아있었던 쭈구리였다”는 사실을 거침없이 폭로하면서도 착하다는 말로 규현을 들었다 놨다 하며 MC들을 만족시켰다. 이어 스테파니는 12년 째 소속되어 있는 소속사인 SM에 대해 “내가 벌어다 준 게 없는데 숙식제공을 해줄 수 있는 회사는 많이 없다”며 솔직한 마음을 고백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또한 스테파니는 입담 뿐 아니라 발레단 출신다운 우아한 몸동작으로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토슈즈를 신고 발레 동작을 선보이는 그의 몸짓은 마치 한 마리의 백조를 보는 듯 했고, 이어 스테파니는 뮤지컬에서 1인 7역을 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스튜디오에서 이를 재현했다. 간호사부터 알코올 중독자, 실연당한 여자, 수녀, 동네 아줌마 등 거침없이 말투와 동작을 바꿔가며 기대 이상의 무대를 보여준 그에게 MC 윤종신은 “무대 체질이라는 느낌이 든다”며 칭찬했고, 스테파니는 “너무 좋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무대에 설 때 가장 행복하다는 스테파니의 에너지는 브라운관을 넘어서까지 전달되는 듯 했다. 그의 끼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는 스테파니는 역시 무대체질다운 모습으로 여유만만하게 분위기를 주도했고, 뮤지컬로 다져진 연기력과 가창력을 뽐내며 다시 한 번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스테파니는 함께 살았던 연습생만 13명이 넘을 정도로 SM 여자 숙소의 산 증인이기도 했다. 어느덧 데뷔한지 10년 차가 되었지만 제대로 활동한 기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말한 그가 숙소 생활을 하며 자신보다 먼저 가수로서 성공을 거두고, 인기를 얻어 숙소를 나가는 연습생을 보며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마음고생을 했을지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는 변함없이 밝았고, 긍정적이었다. “인생은 살아봐야 안다”며 “어쨌든 연예계에 몸담고 있고 어딘가에서 작지만 꾸준히 활동하고 있으니까 기회는 생길 것 같다”는 스테파니의 말은 어딘가 짠하기도 하면서 녹록치 않은 연예계 생활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버티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그를 응원하고 싶게 만들었다. 매일 아침 그가 듣는다는 퍼렐 윌리엄스의 ‘Happy'라는 노래처럼 천상 연예인 스테파니가 그 끼를 마음껏 발산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본다.
한편 이날 '라스‘는 ’오~ 나의 체대 여신님!‘ 특집으로 오정연, 스테파니, 고우리, 오나미 등이 출연했다. / nim0821@osen.co.kr
‘라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