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꿇어.” 복수의 칼날을 갈며 자신의 성에 스스로 들어간 김태희가 남긴 이 한 마디는 강렬 그 자체였다. 그간의 연기력 논란을 한 방에 불식시키며 여주인공으로서의 존재감을 입증한 것. 과연 김태희가 반환점을 돈 ‘용팔이’를 더 날아오르게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9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용팔이’(극본 장혁린, 연출 오진석) 11회에서 한여진(김태희 분)은 아버지의 유언에 마음을 고쳐 먹고 한신병원으로 돌아왔다. 사고로 기억상실과 실어증에 걸린 한신 일렉트로닉 노동자로 신분을 위장한 한여진은 오빠 한도준(조현재 분)와 전면전을 치르기 위해 필요한 열쇠를 그의 최측근에서 찾았다. 또 후일까지 대비하는 모습으로 그 어느 때보다 치밀하게 복수를 준비했다.
법적 보호자로 김태현(주원 분)을 지목하며 정략결혼을 계획하는 것은 물론 토사구팽 공포에 시달리는 도준의 비서실장을 자극해 여권을 손에 넣었다. 또 보안요원들의 철수시키며 자신의 성인 12층 VIP 플로어 내 제한구역에 입성해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게 됐다.
또 여진은 비자금 조성 내역과 사용처가 담긴 USB를 손에 넣으며 진짜 권력을 얻게 됐다. 이는 극 말미 비서실장을 향한 “무릎꿇어”라는 단 한 마디를 통해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막강한 힘이었다.
김태희는 이 한 마디를 통해 그간의 연기력 논란을 단박에 씻어냈다. 물론 아직도 고통 속에 오열을 하는 장면에서는 어색한 느낌이 묻어나지만, 한신그룹 후계자다운 카리스마와 여주인공의 존재감을 찾았다는 것만은 명확하다. 특히 도도하면서도 당당한 눈빛과 살짝 올라간 입꼬리는 지금까지의 김태희가 맞나 싶을 정도로 기대 이상이었다.
이것이 일회성일지, 아니면 모든 것을 알게 된 여진처럼 김태희 역시 연기적인 각성을 이뤄낸 것인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김태희가 더 깊이 있고 소름 돋는 연기를 보여줄 것이라는 커다란 기대를 갖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분량이 적었던 초반과 달리 극 전면에 나서야 하는 김태희에게 어쩔 수 없이 쏠렸던 걱정을 어느 정도는 거둬도 된다는 점에서 안도감을 느낀다.
‘용팔이’는 ‘장소불문, 환자불문’ 고액의 돈만 준다면 조폭도 마다하지 않는 실력 최고의 돌팔이 외과의사 ‘용팔이’가 병원에 잠들어 있는 재벌 상속녀 ‘잠자는 숲속의 마녀’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는 스펙터클 멜로드라마다. /parkjy@osen.co.kr
‘용팔이’ 방송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