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PD가 이번에도 또 한 건 제대로 터뜨렸다.
지상파를 과감히 떠나 케이블에 안착했던 그가, 이번엔 온라인 플랫폼에 자신만의 색깔이 묻어있는 예능을 성공적으로 풀어낸 것. 지난 4일 네이버 TV캐스트를 통해 첫 공개된 '신서유기' 1~5회 본편은 공개 일주일 만에 무려 천만뷰를 돌파하게 됐다.
사실 드라마의 경우 '웹드라마'라는 장르로 이미 온라인에서 다양한 작품들이 우후죽순 범람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별달리 큰 화제를 낳거나 꼭 챙겨봐야할 작품으로 손꼽을 만한 작품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더욱이 '웹예능'은 아직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입에 붙지 않아 생소한 용어로, 그 성공 여부는 더욱 불투명했다.
최근 인터넷 1인 미디어를 활용해 TV방송과 접목시킨 예능이 등장해 이슈를 모으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주축이 됐던 플랫폼은 결국 TV였다는 점에서 나영석 PD의 '신서유기'와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 심지어 '신서유기'는 tvN이 직접 제작을 진행했음에도 불구, 자신들이 보유한 케이블 채널이 아닌 네이버를 통한 온라인 제공만을 확정했다.
많은 것을 쥐고 있으면, 그만큼 잃을 것도 많다. 거듭된 성공을 거둔 나영석 PD가 이미 검증된 콘텐츠 만을 제작하면서 현실에 안주할 수 있는 환경에서 새로운 영역으로의 도전이 결코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어떤 이는 '나영석 PD 였기에 이런 저런게 가능하다'는 말로 그의 도전과 노력을 네임벨류 덕분이라 평가절하한다. 이는 위와 같은 나 PD가 떠안은 상황과 고민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오판이다.
온라인과 모바일은 이미 우리 생활 속 깊숙하게 침투해있다. 예전처럼 가족이 모두 모여 앉아서 TV를 시청하는 일은 드문 일이 됐으며, 많은 이들은 바쁜 시간을 쪼개 각자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을 통해 드라마나 예능을 시청한다.
'하이킥' 시리즈로 '시트콤계의 거장'이라 불렸던 김병욱 PD는 이와 관련해 OSEN에 "'신서유기'는 탁월하다. 드라마는 적당한 집중도가 요구되는 만큼 여전히 TV를 고집하는 사람이 많지만, 예능은 짧은 클립만으로 몰입이 충분하다는 게 이미 SNS 등을 통해 검증됐다. 심의 규제에 얽매이지 않고, 방송을 위한 억지 분량을 맞출 필요가 없다는 점도 장점이다"고 웹예능 '신서유기'에 대한 긍정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신서유기'가 성공하면 콘텐츠 업계에 엄청난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덧붙였다.
이같은 의견을 나영석 PD에게 전하니 "그렇게 (지각변동처럼) 거창하게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저 '신서유기'를 많은 분들이 관심있게 봐주신 것 같아서 기쁘다. 기대했던 것 이상의 호응에 감사할 따름이다"고 해당 영상을 클릭해 시청해준 네티즌을 향한 고마움을 전했다.
앞서 나 PD는 '신서유기' 제작발표회 당시 "클립이 20화 정도 나갈 것 같은데, 천만 이상 클릭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당시 진행을 맡았던 오정연이 선공개 영상 100만뷰를 언급하며 "너무 겸손한 것 아이냐"고 되묻자, "그럼 2천만 클릭을 노려보겠다"고 정정했었다.
우선 4분의1에 해당하는 1~5회 만으로 천만뷰는 달성했으니 '엄살'은 확실했다. 또한 웹콘텐츠의 특성상, 뒤늦게 접한 콘텐츠의 한 번에 몰아보기가 TV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점에서 '신서유기'가 공개되는 오는 11일, 18일, 25일 등에 집중적으로 기존 콘텐츠 조회수도 동반 급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천만뷰를 넘어선 '신서유기'의 최종스코어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2004년 개봉한 강제규 감독의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대한민국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이다. 이후 '천만 영화'라는 수식어가 업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이후 '왕의 남자'(2005), '괴물'(2006), 그리고 최근 개봉한 '암살'(2015), '베테랑'(2015) 등 수편의 흥행작이 '천만 영화'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웹예능은 현재 불모지다. 영화의 관객수나, TV의 시청률처럼 성공여부를 가늠짓는 명확한 기준조차 부재다. 때문에 새롭게 발을 내디딘 '신서유기'의 발자취가 향후 순차적으로 탄생할 다양한 웹예능의 기준점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나영석 PD의 '신서유기'의 성공을 속단하기엔 아직 이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게 있다. 그가 '신서유기'로 시도한 이번 도전은 그 자체 만으로도 콘텐츠 업계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청사진을 제시했으며,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 gato@osen.co.kr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