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정선편①] '삼시세끼', 박수 받으며 떠난다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5.09.11 14: 26

'삼시세끼'가 성공할 줄은 몰랐다.
그저 시골에 가서 끼니를 챙겨먹는 예능이라니, 그야말로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포맷이었다. 지난해 10월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이 알려지고 첫 선을 보이려던 때, '이런 걸 누가 보겠어?'라는 게 대다수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KBS 시절 '1박 2일'로 이름을 제대로 알리고, CJ E&M으로 이적해 '꽃보다' 시리즈로 한 두차례의 성공을 맛본 나영석 PD의 '무모한 객기'쯤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랬던 '삼시세끼'는 엄청난 '대박'을 쳤다. 자급자족 유기농 라이프라는 요상한 포맷은 tvN 채널을 넘어 수많은 유사 프로그램까지 양산시키며 '국민 예능' 비스므레한 게 됐다. 대한민국에서 TV 좀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이 '삼시세끼'라는 타이틀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의 대성공이었다.

4%로 시작했던 '정선편' 시청률은 6주만에 7%대가 됐고, 이후 9%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퇴장했다. 그저 겨울 농사가 힘들어, 스핀오프 격으로 만재도로 떠나 만들어진 '어촌편'은 더 뜨거웠다. 시작부터 10%에 가까운 시청률로 모두를 놀래키더니 결국 13.34%(닐슨코리아, 케이블기준)라는 수치로 tvN 역대 채널 최고시청률을 가볍게 경신했다. 이후 봄·여름편으로 돌아온 '정선편' 역시 12%를 넘기며 변함없는 화제성을 입증했다. 여전히 2%쯤을 성공 시청률로 가늠짓던 케이블 채널에서 일궈낸 꿈 같은 결과물이었다.
이에 대해 나영석 PD는 "더는 욕심이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나 PD는 "예상외로 어르신분들이 좋아해주고, 많이 보신다. 그런 부분이 시청률을 견인하는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여태껏 tvN은 젊은 친구들이 (시청률의) 주축이 됐는데, 지금은 40대 이상 시청층에게도 반응이 좋다. 아무래도 포맷 자체에 아날로그적 느낌이 강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성공 요인을 자평했다.
나영석 PD는 '삼시세끼'로 확실히 '대체불가 스타 PD'임을 입증했다. 이서진은 툴툴거리는 매력으로 큰 사랑을 받았고, 수많은 작품에서 러브콜을 받는 스타로 거듭났다. 만재도에서 웬만한 셰프보다 뛰어난 요리실력을 보여준 '차줌마' 차승원, 넉살 좋고 사람 좋은 동네 아저씨 포스의 '참바다씨' 유해진 역시 큰 인기를 누렸다. 이들은 함께 출연한 멤버들이나, 게스트들과 각종 대형 CF를 휩쓸며 달라진 인기를 체감했다.
게스트도 남달랐다. 그저 '홍보의 장'으로 전락한 여느 예능프로그램들과 달리 출연자와 친분이 있는 '손님'을 옥순봉 산골로 들여 함께 밥을 해먹고, 수다를 떠는 모습은 적절한 선택이었다. 자연스럽게 게스트 역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본 적 없는 인간미가 강조됐다. 이제는 "삼시세끼에 게스트로 출연하고 싶다"가 연예인 인터뷰의 단골 멘트가 됐을 정도다. 고아라는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가겠다"는 발언을 2014 SIA 프레스룸에서 했다가, 게스트 러브콜을 실제로 받아 출연이 성사되기도 했다.
'삼시세끼'의 인기는 사람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옥순봉 '세끼하우스'를 뛰놀던 강아지 밍키와 이서진과 묘한 러브라인을 생성했던 암염소 잭슨, 그리고 만재도 '세끼집' 방을 부지런히 누볐던 강아지 산체와 아기고양이 벌이 역시 웬만한 연예인만큼이나 '핫'했다. 따로 동물 간담회라도 열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흘러나왔고, 이를 전해 들은 나 PD는 "아직 그럴 계획은 없다. 다들 말을 하지 못한다"고 웃어넘겼다.
'삼시세끼'라는 이름을 알렸던 '정선편'은 이제 11일 방송을 끝으로 완전히 종영한다.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큰 변화없이 시즌을 반복할 수도 있을텐데, 나영석 PD는 과감하게 박수를 받으며 퇴장하는 쪽을 택한 듯 싶다. 물론 여전히 '어촌편2'도 남아있고, 웹예능 '신서유기'도 있어, 가야 할 길이 먼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여러모로 힐링을 안겼던 느릿한 '정선편'의 종영은 가까운 친구를 멀리 떠나보내는 것만큼이나 그 아쉬움이 짙다.
처음으로 '삼시세끼'를 선보이던 때 제작발표회에서 이서진은 이런 이야기를 했더랬다. "이건 '꽃할배'보다 힘들다. '꽃할배'는 해외에서 좋은 경치를 보는 낙이라도 있는데, 이건 그런 낙도 없다"고 툴툴대며 "끝날 때까지 재미라는 걸 모르겠다. 프로그램 안 되면 나 PD와 '같이 죽자'고 했다"고. '삼시세끼-정선편'이 종영하는 지금, 그때의 발언을 새삼 돌이켜보니 이서진과 나영석 PD는 아무래도 백년해로를 할 운명이 아닐까 싶다. / gat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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