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어른’ 중년의, 중년에 의한, 중년을 위한 ‘진짜 예능’이 왔다 [종합]
OSEN 박꽃님 기자
발행 2015.09.10 21: 10

소외받은 중년을 위로할 ‘진짜 예능’이 나타났다. 온통 2030세대를 주 타깃으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범람하고 있는 가운데, ‘어쩌다 어른’은 ‘39금 토크쇼’를 지향하며 3059세대의 ‘진짜 이야기’를 담아내 중장년층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
10일 오후 8시에 첫 방송된 O tvN '어쩌다 어른‘에서는 평균연령 45.5세인 4명의 MC 김상중, 남희석, 서경석, 양재진이 어른들의 고민과 행복, 진짜 사는 재미를 두고 거침없는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네 사람은 장어집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이들은 ‘어쩌다 어른’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에 대해 의논했고, 특히 김상중은 “해답은 제시하지 못하지만 (어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저런 건데 대신해주는 구나”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다며 새 프로그램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첫 방송에는 배우 김혜은이 출연해 ‘언제 어른이 됐을까?’라는 주제로 MC들과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상중은 “목욕탕에 가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궜을 때, 뜨거움이 아니라 시원함을 느낄 때”라고 답했고, 이에 모두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이어 김혜은은 “아이를 위해 나를 배제한 행동을 하고 있을 때 어른이 됐구나”라고 생각한다며 털어놨다.
정신의학과 전문의 양재진은 아이는 쉽게 풀 수 있는 ‘나는 어른인가?’ 테스트를 진행했다. 테스트의 내용은 간단했다. 숫자를 뒤집고, 숫자를 숫자가 아닌 도형으로 보면 간단하게 맞힐 수 있는 문제 앞에서 이들은 진땀을 흘렸다. 아이들의 눈으로 더는 세상을 바라볼 수 없고,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단순한 건 보지 못하는 자신들의 모습에 김상중은 “이런 게 슬프다”며 “이럴 때 어쩔 수 없이 ‘내가 어른이구나’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송길영 다음 소프트 부사장 겸 이화여자대학교 교수가 출연, 빅데이터를 활용해 대한민국 어른들의 일상과 고민을 분석했다. ‘어른이란 도대체 뭘까?’라는 주제로 송길영 교수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했다. 특히 그의 “어른의 범주에 ‘엄마’는 있지만 ‘아빠’는 없다. 아빠는 어른도 아니고 가족 구성원도 아니다”는 얘기에 아빠 MC들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단어의 조사 결과는 1위가 엄마, 아빠는 70위권이라는 결과는 아빠 MC들에게 다시 한 번 씁쓸함을 안겼지만 이에 대해 남희석은 “이런 걸 겪는 게 좋다”며 남자라면, 아빠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과정을 보며 “다른 사람도 나와 같다”는 생각에 위안이 되기도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어른만을 위한 아지트 ‘한 평의 방’은 3059세대인 일반 시민들의 이야기로 MC들의 깊은 공감을 샀다. 한 평의 방에서 어른들은 당신은 어른인지, 결혼을 후회하는지, 삶에 만족하고 있는지, 가장 외로울 때는 언제인지에 대해 이야기했고, 자신의 속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위로를 받았다. ‘한 평의 방’에서 나눈 이야기 중 서경석은 가장 공감 가는 이야기에 대해 두 딸을 둔 아버지의 외로움을 털어놓은 사연을 꼽았고, MC들과 김혜은, 송길영은 현대 사회의 아빠 역할 감소와 부재로 인한 소원해지는 자녀와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마지막으로 MC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어른에 대해 얘기했다. 김상중은 “각자의 위치 또는 말과 행동까지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남희석은 “예전에는 신동엽이 나보다 한 프로 더 하면 화가나고 신경 쓰였지만 이제는 동료를 응원할 줄 알게 되었다"며 어른이란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고, 서경석은 “평양냉면 국물 맛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며 “밍밍함 속에서도 무언가를 깨닫고, 웬만한 것에 흔들리지 않을 때 어른이라고 느낀다”고 답하면서도 자신은 아직 평양냉면 맛을 모른다고 덧붙여 웃음을 주기도 했다.
O tvN에서 채널 론칭을 알리며 첫 선을 보인 토크쇼 ‘어쩌다 어른’. 기존의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듣기 힘들었던 중년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어른들을 울고 웃게 하는 새로운 공감 소통의 이 토크쇼는 O tvN 개국의 일등 공신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한편 ‘어쩌다 어른이 되어버린’ 김상중, 남희석, 서경석, 양재진이 어른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어쩌다 어른’은 매주 목요일 8시, O tvN에서 방송된다. / nim0821@osen.co.kr
‘어쩌다 어른’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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