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이론' 박병호와 너무나 닮은 정의윤 행보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9.11 14: 21

2011년 LG의 거포 유망주는 7월까지 1군에서 15경기밖에 뛰지 못했다. 성적도 16타수 2안타 타율 1할2푼5리 1홈런 3타점으로 초라했다. 당시 모 감독은 "박병호가 갖고 있는 잠재력은 정말 좋은데 뛸 자리가 없다. 그러니까 크지를 못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해 7월31일 트레이드 마감일에 2대2 트레이드를 통해 LG 유니폼을 벗고 넥센으로 향했다. 그의 이름은 지금 KBO리그를 호령하는 박병호이고, 모 감독은 김시진 당시 넥센 감독이었다. 트레이드 당시만 하더라도 '넥센이 손해를 보는 장사'로 평가됐으나 이제는 트레이드를 함부로 평가해선 안 될 사례로 꼽힌다.
박병호는 넥센 이적 후 김시진 감독의 믿음아래 곧장 4번으로 고정됐다. 트레이드된 8월 이후 51경기에서 박병호는 타율 2할6푼5리에 그쳤지만 12개의 홈런과 28타점 OPS .892로 가능성을 보였다. 특히 홈런 12개는 8월 이후 리그 전체 1위에 빛나는 기록. 자신감을 얻은 박병호가 어떤 선수가 됐는지는 역사가 말해준다. 이제 그는 KBO리그 최초의 4년 연속 홈런·타점왕이 눈앞이다.

4년 전 박병호와 비슷한 행보를 걷는 선수가 있다. 바로 박병호와 함께 LG에서 터지지 못한 유망주 정의윤이 SK 이적 후 반전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트레이드 마감 일주일을 남긴 지난 7월24일 2대2 맞교환으로 10년 정든 LG를 떠나 SK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정의윤이 제2의 박병호가 될 수 있을지 뜨거운 시선이 집중됐다.
트레이드 전까지 정의윤은 1군 32경기에서 66타수 17안타 타율 2할5푼8리 무홈런 7타점 OPS .636으로 평범한 성적을 내고 있었다. 외야수들이 득실한 LG에서 뛸 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반면 SK는 힘 있는 우타 외야수를 필요로 했고, 정의윤을 트레이드로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이적 후 정의윤은 다른 타자가 됐다. 39경기에서 122타수 37안타 타율 3할3리 8홈런 28타점 OPS .932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SK 이적 후 두 달도 지나지 않아 LG에서 데뷔 첫 해였던 2005년 기록한 개인 한 시즌 최다 8홈런과 타이를 이뤘다. 지금 페이스라면 첫 두 자릿수 홈런도 가능하다. 4년 전 박병호의 트레이드 이후 성적과 비교하면 홈런은 다소 모자라지만 타율·타점·OPS 페이스는 더 낫다.
특히 4번으로 고정된 최근 7경기에서 26타수 10안타 타율 3할8푼5리 3홈런 7타점 OPS 1.256으로 위력이 배가 됐다. 외국타자 앤드류 브라운의 부진, 최정의 부상 이탈로 시름을 앓고 있는 SK 타선에 정의윤의 잠재력 폭발은 바라던 시나리오. 외인 타자 앤드류 브라운의 부진과 최정의 부상 이탈한 SK로서는 정의윤이 활약이 매우 크다. SK 김용희 감독은 "의윤이가 4번으로 잘해주고 있다. 어릴 적부터 봐온 선수라 기대치가 있었다. 중학교 때도 사직구장 담장 밖으로 타구를 날린 선수였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그동안 밀어치는 홈런이 적었다. (8일) 롯데전에 처음 밀어서 홈런을 쳤을 것이다. 시즌 마치고 그 부분을 보완하면 무서운 타자가 될 수 있다. 우중간 빠지는 타구를 더 멀리 치는 기술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풀타임으로 홈런 30개를 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SK 이적 후 39경기에서 8개의 홈런을 치고 있는데 이를 144경기로 환산하면 30개의 대략적인 수치가 나온다. 박병호와 너무나도 빼닮은 행보, 내년 시즌이 더욱 궁금해지는 정의윤이다. /waw@osen.co.kr
대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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