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28, 피츠버그)의 성공으로 목에 한껏 힘이 들어간 에이전트가 박병호(29, 넥센)에 대해서는 더 높은 가치를 호언장담했다. 강정호 진출 때의 발언보다 더 확신에 찬 목소리다. 당시에는 ‘과장’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지만 강정호가 성공한 마당에서 이 주장은 좀 더 현실적으로 와 닿고 있다.
미 CBS스포츠의 저명 컬럼니스트이자 메이저리그(MLB)의 대표적인 소식통인 존 헤이먼은 12일(이하 한국시간) “강정호의 눈부신 신인 시즌이 박병호의 자유계약을 돕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박병호는 현재 KBO 리그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선수이며 올 시즌 뒤 MLB 진출을 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1년 먼저 MLB에 나간 강정호의 맹활약은 박병호의 가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강정호는 올 시즌 기대 이상의 MLB 첫 시즌을 보내고 있다.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 자격을 얻어 지난겨울 피츠버그와 4년 계약을 맺은 강정호는 11일(이하 한국시간)까지 120경기에서 타율 2할8푼8리, OPS(출루율+장타율) 0.824, 15홈런, 56타점을 기록하며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KBO 리그 출신의 야수들을 보는 MLB의 시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당초 강정호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다. “한 단계 수준이 높은 MLB에서는 공격력에서 성공하지 못할 것”, “수비는 평균 아래”라는 말이 쏟아졌다. 그러나 강정호는 이런 의문을 실력으로 당당히 제거하고 있다. 이는 KBO 리그에서 강정호보다 더 뛰어난 타격 성적과 장타력을 보여준 박병호의 가치를 폭등시키고 있다. 이미 수많은 MLB 팀 스카우트들이 1년 내내 박병호를 관찰 중이다. 포스팅 금액만 2000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강정호의 에이전트이자 이미 박병호와도 계약을 맺은 앨런 네로도 박병호의 가치를 대대적으로 홍보할 기세다. 네로는 지난겨울 강정호와의 계약 당시 “만약 강정호가 쿠바 출신(상대적으로 많은 전례가 있어 MLB의 인식이 긍정적임을 의미)이었다면 1억 달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단지 MLB에서 낯선 KBO 리그 출신의 첫 야수라 상대적으로 저평가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헤이먼은 당시 그 발언을 떠올리며 네로에게 “만약 박병호가 쿠바 출신이라면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라고 질문을 건넸고 네로는 “1억 달러 이상, 이상, 이상이다”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네로 또한 폭발적인 장타력을 지닌 박병호의 가치가 강정호보다 더 높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헐값'에는 협상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내비쳤다고도 볼 수 있다. 일종의 선전포고다.
실제 박병호는 KBO 리그에서 3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으며 4년 연속 홈런왕도 유력시된다. 2년 연속 50홈런 고지도 코앞이다. 장타력에 있어서는 강정호보다 위다. 거포에 대한 갈증이 꾸준한 MLB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박병호의 가치가 벌써부터 뛰고 있다. 이는 오히려 올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MLB 몇몇 슈퍼스타들보다도 빠른 행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