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이 조용한 옥상 밭에 태풍이 됐다. 출연진 몰래 깜짝 등장한 강호동은 ‘미친 존재감’을 과시하듯 옥상 밭을 날아다녔고, 그의 목소리는 허공을 쩌렁쩌렁 울렸다. 모처럼 ‘인간의 조건’에 좋은 에너지가 넘쳤다.
KBS 2TV ‘인간의 조건’은 현대 문명의 이기 속에서 과연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조건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는 프로그램로, 시즌 3에서는 출연진들이 옥상에 밭을 만들어 직접 농사를 지어보는 도전을 하고 있다.
이날 정태호와 윤종신은 농작물을 나를 때 쓸 수레를 직접 만들었고, 조정치와 이정은 밭에 심을 작물을 손봤다. 두 팀은 때론 티력태격, 때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때 익숙한 경상도 사투리가 들렸고, 강호동이 등장했다.
강호동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출연진들의 잔잔한 분위기는 깨지고, 모두 하이톤이 됐다. 윤종신은 “돼지 족발을 보고 있는데, 돼지가 나타났다”고 특유의 입담으로 반가움을 표시했고, 다른 멤버들 역시 독특한 제스처로 강호동을 반겼다. 이날 처음 만난 강호동과 최현석은 다소 어색한 모습을 보였다. 서로 "세보인다"는 첫인상을 전한 후, 강호동은 최현석의 방송을 잘보고 있다며 잔뜩 추켜세웠고, 최현석 역시 강호동에 기에 눌린 듯 다소곳한 자세로 강호도의 멘트를 받아쳤다.
이후 강호동은 밭을 둘러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구석구석을 다니며 하이톤으로 입담을 과시했고, 후배들은 강호동의 기에 눌린 듯 하면서도 강호동에게 한방 먹이는(?)는 멘트로 반항했다. 박성광의 말처럼 메인 MC가 필요한 ‘인간의 조건’에 합류해도 될 만큼 출연진들과 잘 어울렸고, ‘인간의 조건’에 없었던 활기를 부여했다.
강호동은 이날 식신답게 먹방에도 충실한 모습을 보였다. 최현석이 준비한 요리를 먹으며 “가지볶음 예술이다”고 감탄해 최현석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때로는 호통으로, 때로는 얼굴과 어울리지 않은 애교로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 강호동. 이번 참에 ‘인간의 조건’에 합류하는 건 어떨까. 강호동에게도, ‘인간의 조건’ 팀에게도 좋은 시너지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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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도시농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