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수 국민 MC 송해와 아나운서계의 극혐(?) 또는 삼류담당이라 불리는 조우종이 만났다. 두 사람 사이의 나이 차는 무려 50년. 말 한마디 건네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 같은 대선배님과 까마득한 후배의 만남은 예상보다 편안했다. 조영남-이경규, 김수미-박명수 등 각종 논란과 사건 사고가 많았던 센 이미지의 두 팀과는 달리 두 사람은 스승과 제자, 할아버지와 손자, 또는 큰 형과 막내 동생 같은 잔잔한 이미지로 보는 이들을 편안하게 만들며 ‘나를 돌아봐’라는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새삼 떠올리게 만들었다.
지난 11일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나를 돌아봐’에서는 송해와 그의 매니저를 자처한 조우종의 첫 만남이 그려졌다. 조우종은 송해를 만나기 전, ‘전국노래자랑’ FD를 만나 그의 매니저로서 해야 할 일을 숙지했다. 자기 관리가 철저하며 성실하고 올바름의 대명사인 송해 답게 조우종이 주의해야 할 사항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런 대선배와의 만남을 앞두고 조우종은 긴장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초조함도 잠시, 조우종을 만난 송해는 유쾌한 덕담으로 인사를 건넸고, “조금 힘들 거야”라는 농담을 건네며 얼어있는 후배를 편안하게 만드는 배려를 보였다.
1박 2일 여수 일정을 함께 하기로 한 두 사람은 KTX를 타기 위해 함께 용산역으로 향했다. 프로그램의 출연에 앞서 ‘나를 돌아봐’ 방송을 모니터했다는 송해는 젊은 시절, 생방송을 진행하며 부린 패기로 경고를 받은 적이 많았다며 얘기를 꺼냈다. 과거 그 날의 진행 주제에 맞는 패널들이 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를 진행했던 송해는 회사에서 패널 선정에 간섭하는 것에 불만을 가졌고, 결국 프로그램의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개인적인 사정으로 다음 주부터 뵙질 못 하겠습니다”라는 말로 생방송 중 하차선언을 했다는 것. 그로 인해 송해는 1개월 출연정지를 받았고, 과거의 일에 대해 “그 것도 지금 내가 이렇게 돌아보면 그런 때 없이 사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며 “그걸 못 참았던 게 아직 미숙했다”고 얘기했다. 과거에 저질렀던 실수를 통해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은 송해의 얘기에 조우종은 무언가를 느낀 듯 고개를 끄덕였다.
또한 조우종은 사람들이 자신을 삼류 아나운서라고 부른다는 얘기를 털어놨다. 이에 송해는 “처음부터 일류된 사람 있으면 나오라 그러라”며 “삼류를 겪어야 이류를 알고 이류를 겪어야 일류를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연륜에서 비롯된 송해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다른 어떤 화려한 말들보다 잔잔하게 조우종의 마음을 위로하는 듯 했다.
한편 이날 두 사람은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되기도 했다. 평소 송해에게 형이라 부른다는 조영남의 얘기를 꺼내며 조우종은 “20년 차이인데 형이라고 부르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고, 이에 송해는 “내가 동생 하라 그랬는데 뭐가 그렇게 싫냐”며 조우종에게도 자신을 형이라 부르라고 했다. 선배님이라는 호칭보다는 형이라고 불리는 게 더 편할 것 같다는 송해의 말에 조우종은 조심스럽게 “해형”이라고 불렀고, 그렇게 두 사람은 50년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형 동생 사이가 됐다.
기존의 서로 비슷한 성격을 가진 두 사람을 한 팀으로 만들어 다른 사람까지 돌아보자는 ‘나를 돌아봐’ 콘셉트와 달리 이 팀은 송해를 통해 조우종이 스스로를 어떻게 돌아보고, 어떤 모습을 배우며 성장해 나갈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기존의 콘셉트의 방향을 바꾸며 새로 투입 된 송해-조우종이 이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환기시키고 소소한 재미를 더할 구원투수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한편 자아성찰 리얼리티 ‘나를 돌아봐’에는 조영남·이경규, 김수미·박명수, 송해·조우종 등이 출연한다. / nim0821@osen.co.kr
‘나를 돌아봐’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