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범석의 사이드미러] 영화 ‘사도’가 언론 배급 시사에 이어 지난 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VIP 시사회를 가졌다. 전관까진 아니지만 10개관 넘게 빌린, 최근 열린 메머드급 규모의 특별 무대였다. 송강호 유아인을 비롯한 주연 배우들과 이준익 감독은 저녁 끼니도 거른 채 각 상영관을 바쁘게 돌며 손님맞이에 분주했다.
밤 10시부터 서울 압구정동의 한 포장마차에서 열린 뒤풀이 역시 성황이었다. 발렛파킹 담당자는 “영화 뒤풀이를 많이 치러봤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려온 건 작년 겨울 국제시장 이후 처음”이라며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두 달 전 베테랑 때와 비슷했다”고 말했다. 포차 입구의 좁은 일방통로에는 쉴 새 없이 차가 밀려 들어왔고, 만석이 되자 건너편 가게로 손님을 보내야 할 만큼 인파로 가득했다.
이날의 호스트인 쇼박스 임직원들은 벌써부터 천만 기대감이 높아져 부담스럽지만 싫지 않은 기색이었다. 쇼박스 투자팀 정현주 부장은 “캐스팅 단계부터 1000만 영화가 돼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생겨 그동안 힘들고 괴로웠다”면서 “사도는 감독님, 배우들과 퓨전 대신 정통 사극으로 좋은 영화를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한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시나리오대로 영화가 잘 구현돼 다행이고 결과만큼 영화가 내포한 메시지와 완성도에도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한 임원은 “칭찬에 인색한 이화경 부회장도 사도를 너무 좋게 보셨다”면서 “암살로 좋은 성과를 낸 유정훈 대표의 어깨가 올 가을 또 한 번 무겁게 됐다. 추석 연휴가 4일로 짧지만 영화가 괜찮게 나온 만큼 스코어도 좋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올 추석 극장가는 ‘사도’ ‘탐정’ ‘서부전선’ ‘에베레스트’ ‘메이즈러너’ 등 5파전이 펼쳐진다.
송강호 유아인 김해숙 문근영 등 배우들은 2층에 자리를 잡고 못 다한 이야기꽃을 피우며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이었다. 누가 재밌는 이야기를 하면 개그콘서트처럼 빵 터졌다가 갑자기 100분 토론처럼 진지한 분위기가 되길 몇 차례 반복됐다고 한다. 2층에서 도망(?) 온 한 매니저는 “좋은 평가가 나와 전반적으로 유쾌한 분위기였지만 영화 얘기만 나오면 다들 웃음기를 거두고 '좀 더 잘했어야 했다'며 자신을 질책하는 모습이 엿보였다”고 말했다.
송강호와 ‘관상’에서 호흡을 맞춘 김혜수는 “묵직한 클래스의 사극이 또 한편 나왔다”며 엄지를 들어 올렸고, 차기작 ‘밀정’에 캐스팅된 공유는 “왜 사람들이 배우 송강호를 극찬하는 지 이 영화를 보며 다시 깨달았다”고 말했다. ‘박쥐’의 김옥빈도 “오랜만에 가슴을 적시는 정통 사극을 봤다. 이준익 감독님 최고”라며 치켜세웠다.
작년 4월 현빈이 정조로 출연한 ‘역린’ 제작진도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초이스컷 최낙권 대표는 “소문대로 끝까지 정성을 다한 영화였다. 후반부에 정조로 나온 소지섭의 부채춤 장면이 꽤 인상적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역린’ ‘곡도’를 집필한 최성현 작가도 “너무 궁금해 올초 시나리오를 구해 읽었는데 영화가 거의 시나리오대로 나왔다”면서 “대사와 지문이 적어 의외였는데 영화를 보니 감독과 배우들이 현장에서 많이 채워 넣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뒤풀이 특성상 덕담이 주로 오고가지만 냉랭한 관람 후기도 여러 테이블에서 새어나왔다. 한 영화사 대표는 “아무리 송강호라지만 익히 알려진 아이템인 만큼 신선도가 떨어지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면서 “그에 비해 영화도 다소 무겁게 나온 감이 없지 않다”고 했다. 또 다른 프로듀서도 “송강호 유아인의 합과 대립은 흠잡을 데 없지만 그만큼 다른 배우들의 기여도는 낮을 수밖에 없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순제작비 65억 원, 48회차로 진행된 ‘사도’는 이준익 감독의 10번째 연출작으로 오는 16일 개봉된다. ‘사도’ 뒤풀이는 ‘베테랑’ 보다 한 시간 이른 새벽 3시쯤 파했다./bskim0129@gmail.com
'사도'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