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옥 작가의 '막장 전개'는 변함없었다. 전작 '왔다 장보리'를 능가하는 스토리가 MBC 주말극 '내 딸 금사월' 초반부터 곳곳에 배치됐다. 하지만 이런 '막장 전개'가 시청자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로 거듭나고 있다. '미친 연기력' 전인화 덕분이다.
12일 방송된 MBC 주말극 '내 딸 금사월' 3화에서 신득예(전인화 분)는 남편 강만후(손창민 분)와 시어머니 소국자(박원숙 분)의 악행을 알게 됐다. 자신의 부모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아버지가 정성스레 일궈 낸 보금건설을 가로챈 두 사람이었기 때문.
이를 모르고 강만후와 결혼한 신득예는 모든 불행이 자신 때문에 시작됐다며 괴로워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배 안에 태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강만후와는 결혼 후에도 관계를 가진 적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첫사랑이었던 오민호(박상원 분)를 떠올렸다. 그리고는 모두에게 비밀로 한 채 아이를 홀로 품었다.
그러나 시어머니 소국자가 있는 집안에서 아이를 몰래 낳긴 힘든 일. 결국 그는 집안 물건을 부수고 소국자의 방문을 못으로 박아 가두는 등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죽은 자신의 엄마를 기다린다며 횡설수설 헛소리까지 했고 음식에 집착을 보이는 등 식구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급기야 소국자를 "아줌마"라고 불렀다. 그가 과거 자신의 집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했던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자네 내가 얼마나 뜨겁고 무서웠는데. 자네가 날 죽인 거다. 장례식장에 왜 안 왔냐. 내가 자네 얼마나 기다렸는데. 보고 싶었다. 나한테 미안하지도 않는가"라며 화재로 죽은 엄마의 빙의 연기까지 했다.
강만후와 소국자는 신득예가 미쳤다고 판단해 정신병원에 보냈다. 병원에 가는 순간에도 신득예는 아이 같은 얼굴로 강만후에게 웃어보였다. 하지만 이는 반전이었다. 신득예는 정신병원에 도착한 후 표정을 싹 바꿨고 "여기엔 이제 아기와 나밖에 없다. 아가, 엄마가 꼭 지켜 줄게"라며 배를 감싸고 있던 붕대를 풀었다.
이 모든 게 아이를 안전하게 낳고자 한 신득예의 연극이었다. 그야말로 '미친 연기'. 남편 강만후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상대인 오민호의 아이를 낳으려는 계획이었다. 그리고는 강만후의 곁에서 망가지는 걸 직접 지켜 보겠다는 의지였다.
어려움은 따랐지만 병원 간호사이자 친구인 한지혜(도지원 분)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출산일까지 아이를 지켜 냈다. 이 아이는 자신의 아버지가 일군 보금건설을 물려받을 딸 금사월(백진희 분)이었다. 병원 어두운 곳에서 힘들게 딸을 낳은 뒤 신득예는 더욱 날카로운 복수의 칼날을 갈았다.
3회는 오롯이 전인화의 것이었다. 자신이 강만후를 선택하면서부터 시작된 부모의 불행을 홀로 감내하며 절규했다. 여기에 미친 척하는 정신병자 연기까지 더해지니 말 그대로 신들린 듯했다. 혀를 내두르게 할 만한 자극적인 내용이 계속 됐지만 전인화의 연기 하나만으로 안방 시청자들은 브라운관 앞을 떠나지 않았다.
이쯤 되니 '막장극'도 소화하는 전인화의 연기력에 시청자들이 찬사를 보내고 있다. '발연기돌'이 보고 배워야 할 '미친 연기'가 바로 여기에 있다. /comet568@osen.co.kr
'내 딸 금사월'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