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라스트’, 그래도 이범수·윤계상 연기력은 남았다[종영①]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5.09.13 07: 53

‘라스트’가 요즘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은 받았지만 운이 좋지 않았다. 누가 봐도 ‘라스트’는 명품 드라마였다. 어느 드라마에나 있는 ‘쪽대본’이 ‘라스트’에는 존재하지 않았고 구멍배우 한 명 없었다. 연출력, 연기력, 필력 삼박자가 ‘완벽’했다.
지난 12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라스트’(극본 한지훈, 연출 조남국)는 100억 원 규모의 지하세계에 귀속된 남자들의 생존경쟁을 그린 액션 느와르 작품. 방송 전까지만 해도 큰 기대를 모은 드라마였다. ‘라스트’의 조남국 PD, 한지훈 작가 모두 최고의 연출력과 필력을 인정받았기 때문. 조남국 PD는 ‘추적자 THE CHASER’, ‘황금의 제국’, ‘야왕’ 등에서 강렬한 연출을 보여줬고 한지훈 작가는 ‘개와 늑대의 시간’, ‘로드 넘버원’, ‘닥터 진’에서 인상 깊은 대사들을 선보였다.
거기다 보통 드라마들이 빠르면 방송 한 달 전이나 몇 주 전에 촬영을 시작하지만 ‘라스트’는 방송 두 달 전부터 촬영을 시작한 것은 물론 대본도 반이 나온 상황에서 방송을 시작했다. 이에 ‘라스트’에 쪽대본은 존재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드라마들이 쪽대본으로 허술한 스토리 전개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을 실망시키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라스트’는 그렇지 않았다.

이범수는 기자간담회 당시 “촬영 후반부에 갈수록 타 드라마처럼 대본이나 시간에 쫓겨서 방송 하루 전에 대본 받아서 퀄리티가 떨어진 환경이 아니라 1주일에 한 부가지고 꼼꼼히 촬영 중이라 가면 갈수록 퀄리티가 좋아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는 자기가 맡은 배역에 충실할 수 있어서 좋은 환경이다”고 밝혔을 만큼 ‘라스트’ 스토리 전개가 이상하다거나 배우들의 연기가 어색하다는 평은 없었다.
이범수의 말대로 배우들이 미리 대본을 받아 캐릭터를 분석하고 촬영에 임하니 연기가 좋을 수밖에 없었다. 지하세계를 제패한 일인자 곽흥삼 역을 맡아 열연했던 이범수는 관록의 배우답게 강렬한 연기로 극을 이끌었고 영화 ‘소수의견’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윤계상은 주식작전 실패로 인생의 밑바닥을 친 뒤 지하세계에서 악전고투를 펼친 장태호 역을 맡아 직접 액션연기를 펼치고 다양한 감정의 기복을 섬세하게 표현, 연기의 정점을 찍었다.
특히 ‘라스트’의 두 주연배우 이범수와 윤계상의 투샷은 폭발적이었다. 서로 묵직하게 대사를 주고받는 장면은 시청자들을 확 몰입시키며 카타르시스를 선사했고 이들의 아우라는 화면을 꽉 채웠다. 두 사람 외에 박원상, 윤제문, 박예진, 서예지, 공형진, 이철민, 조재윤, 김영웅, 장원영, 정종준 등 조연들도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들이었고, 때문에 연기력에서의 아쉬움은 전혀 없었다.
연출, 대본, 배우 모두 완벽했던 ‘라스트’도 아쉬운 건 있었다. 1%대 중반의 시청률을 기록, 전작 ‘사랑하는 은동아’와 큰 차이는 없었지만 화제성이 극심하게 낮았다. 이는 동시간대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의 영향이 컸다. 박보영, 조정석 주연의 ‘오 나의 귀신님’이 신드롬을 일으켰을 만큼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가져갔고 종영 후 바로 최지우의 첫 케이블 출연작 ‘두번째 스무살’이 방송되면서 새로운 시청자들을 유입시키는 것은 물론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또한 남자들의 액션과 두뇌싸움이 주된 내용이라는 점과 장르극 드라마라는 점이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데 한계가 있었다.
성적으로 보면 ‘라스트’가 참 아깝고 아쉬운 드라마다. 그래도 확실한 건 ‘라스트’를 웰메이드 드라마였고 이를 완성시키는데 이범수와 윤계상의 연기력이 큰 역할은 했다는 사실은 남았다.
한편 ‘라스트’ 후속으로 ‘디데이’가 오는 18일 오후 8시 30분 첫 방송된다./kangsj@osen.co.kr
드라마하우스&에이스토리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