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무도’ 뜨끔하고 울컥한 역사 교과서, 국민예능의 진가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9.13 10: 55

방송의 힘, 나아가 많은 이들이 즐겨보는 예능의 힘, 나아가 ‘국민 예능’인 ‘무한도전’의 힘은 상당했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아픈 역사를 되새기며 살기에 참 바쁘고 고돼서 가끔 잊고 살게 되는 시청자들을 뜨끔하고 울컥하게 만들었다.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의 잊으면 안 되는 뼈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길이길이 기억하고 알려야 한다는 것을 ‘무한도전’이 알려줬다.
지난 12일 방송된 ‘무한도전’은 ‘배달의 무도’ 세 번째 이야기이자, 마지막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10주년 특집이자, 광복절 특집으로 기획된 ‘배달의 무도’는 고국의 맛을 그리워하는 해외 거주 시청자들에게 음식 배달을 하겠다는 목적으로 첫 발을 디뎠다. 가족의 사랑과 정성이 담긴 따뜻한 밥 한끼로 위로를 받고 위안이 되는 순간을 방송해 큰 감동을 안겼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은 일제강점기 시대 강제 징용의 설움이 있는 일본 우토로 마을과 강제 징용자들에게 지옥의 섬으로 불렸던 하지마섬을 차례로 방문,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역사의 한 조각을 강렬하게 끄집어냈다. 일본 근대화의 상징으로서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하지마섬을 관광하는 일본인들과 이를 씁쓸하게 바라보는 하하, 서경덕 한국 홍보 전문가의 모습은 이 프로그램이 두차례에 걸쳐 하지마섬 입도를 시도한 이유를 알 수 있게 했다.

제작진은 이날 일본 여행 안내자가 아름답게 포장한 하지마섬의 이야기와, 조선인들의 고통이 담긴 진짜 이야기를 대비하는 편집으로 우리가 왜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하는지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깊고 아프게 다가오게 했다. 배고픔 속 고된 노역을 한 강제 징용 피해자 할아버지가 일본이 강제 징용이 아니라 자원한 것이라고 거짓말을 한다는 것에 허탈한 표정을 짓는 모습은 많은 이들의 울분을 자아냈다.
하지마섬에서 희생된 조선인들의 공양탑이 길도 없는 곳에 방치돼 있다는 사실을, 일본은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조선인 강제징용의 역사를 은폐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일본 정부의 역사 곡에 또 한 번 뒤통수를 맞았다는 사실을 ‘무한도전’은 하나하나 짚었다. 잊으면 안 되지만, 살고 있는 지금의 현실이 팍팍하다는 이유로 흘러간 과거를 잊어버리고 산 것은 아닌지. 지금 이 순간에도 울분을 토하며 아픈 과거를 토대로 발전적인 미래를 꿈꾸기만 하고 현실로 옮기지는 못하는 것은 아닌지. 이날 ‘무한도전’은 참 무겁지만 잊으면 안 되는 우리의 역사를 쉬우면서도 강렬하게 다뤘다.
예능프로그램이 무거운 주제를 다루다가 자칫 잘못하면 지루할 수도 있는데, ‘무한도전’은 명확한 기획의도인 역사의식 고취라는 측면을 강렬하게 전하는데 성공하면서도, 시선을 다른 곳으로 빼앗길 빈틈을 만들지 않았다. 이날 하하는 일본 정부의 파렴치한 역사 왜곡에 분노하고, 자신이 이 같은 역사를 잘 알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죄송스러운 마음을 표현했다. 이 같은 뜨끔하고 울컥하는 마음은 비단 하하만이 아니었을 터다. 먹고 살기 바쁘다고, 당장의 내 일이 아니라고, 지나간 과거라고 몰랐거나 흘려들었던 많은 이들을 반성하게 만드는 순간, 이번 ‘무한도전’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배달의 무도’라는 이름으로 준비한 살아 있는 ‘역사 교과서’ 방송이 만든 큰 성과였다.
‘무한도전’은 큰 인기만큼이나 그 인기를 공익적으로 활용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국민 예능’이다. 큰 영향력을 좋은 방향으로 활용하고, 이 같은 공익적인 활동 범위는 더 큰 인기와 영향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구조를 띠고 있다. 국민 예능이니까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배달의 무도 특집은 공식적으로 끝맺음됐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것을 또 다시 공익을 추구하는 특집이 나올 것이라는 것을 시청자들은 알고 있다. / jmpyo@osen.co.kr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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