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더지니어스4', 장동민 우승에 왜 열광할까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5.09.13 10: 55

장동민이 '어벤지니어스'의 수장이 됐다. 그의 우승은 '더 지니어스: 그랜드 파이널'(이하 '더지니어스4')이 초중반을 넘는 순간, 어느 정도는 예측됐던 결과물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의 우승에 대중은 왜 이토록 열광하는 걸까.
장동민은 개그맨이다. 그를 제외한 '더지니어스4' 참가자들은 대부분이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상위 1% 안팎의 고학력자, 고스펙자들 투성이다. 머리를 쓰는 '두뇌 예능'을 콘셉트로 한 만큼, 통상적으로 이들 중에 우승자가 나오는게 당연할 터.
하지만 결과는 늘 그렇지 않았다. 시즌1 홍진호, 시즌2 이상민, 시즌3 장동민 등 '더지니어스'는 매회 '의외의' 플레이어들이 최종 우승을 꿰찼다. '더지니어스'를 보는 재미도 늘 이런 곳에서 생성됐다. '약자'라 여겨졌던 이들이 '강자'들을 누르고, 승리하는 모습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늘상 봐왔던 일들. 하지만 리얼리티 게임쇼에서 실현되는 이 모습은, 그야말로 각본없는 드라마였다.

지난 12일 방송됐던 '더지니어스4' 결승전은 이런 스토리의 방점을 찍었다. 제작진은 방송 초반, 결승 진출자 장동민과 김경훈의 어린 시절을 교차 편집했다. 시골에서 태어나 학원 한 번 가본 적 없고, 글을 모르는 상태로 학교에 입학해야 했던 장동민은, 그렇게 성장해 개그맨이 됐다. 반면 김경훈은 어린 시절부터 알찬 조기교육을 받고 자란 '금수저'의 느낌이 짙게 묻어난 모습으로 '초상위 엘리트' 임을 재차 확인시켰다. 누가 봐도 애초에 기울어진 게임으로 보이게끔.
결국 이는 '영웅' 장동민을 탄생시키는데 일조했다. 교육 혜택을 받지 못했던 그가 타고난 천재성을 무기로 삼아, 카이스트, 서울대 출신 등의 엘리트들을 제거해 나가는 모습은 보는 이에게 현실에서는 느끼지 못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들었다. 김경훈과의 맞대결에서도 결국 압도적인 능력을 발휘해, 경기를 지배하며 우승을 거머쥐었다.
장동민의 우승 소감은 그야말로 화룡정점. 그는 "개그맨들이 조금 더 높게 평가됐으면 좋겠다. '장동민이 머리가 좋다'가 아닌 '대한민국에 현존하는 개그맨들이 다 머리가 좋더라'로 됐으면 좋겠다"라며 저평가 받는 개그맨들을 향한 애정 가득한 소신을 전했다. 이어 "뭔가 열심히 하면 되는구나, 진짜 죽을 때까지 뭔가 열심히 하면서 살아야 되겠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끊임없이 열심히 해야 되겠다"는 교훈과 메시지까지 더했다.
사회가 늘 그렇게도 강조했던 말들이지만, 현실에서 늘 외면받았던 이야기다. 장동민과 제작진은 결국 '더지니어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이같이 뻔한 교훈을 한 번 다시 떠올리게 만들었고, 가슴 깊은 곳에 새겨주는데 일단 성공한 분위기다. 현실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영웅 스토리'를 대본 없이 만들어낸 '더지니어스'에, 그리고 장동민에, 대중은 그래서 그렇게도 열광하고 또 환호했다. / gat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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