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덕 교수 "'무도'와 협업 4번째, 매번 진정성 느껴" [인터뷰]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5.09.13 13: 34

서경덕 성신여자대학교 교수와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협업은 벌써 네 번째다. 그때마다 만들었던 것은 예능프로그램이 쉽게 줄 수 없는 감동이었다. 또다시 '국민 예능'과 만난 이 대한민국의 홍보 전문가는 무관심 속에 묻혀있던 한 현장을 공개, 잊고 있었던 우리의 슬픈 역사를 되새기게 했다.
지난 12일 방송된 '무한도전-배달의 무도'는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징용을 간 우리 선조들의 피와 땀이 서린 현장, 하시마 섬과 다카시마섬을 다뤘다. 이 방송에는 하하와 함께 서경덕 교수가 출연했는데, 그는 잊고 있었던 역사적 사실들을 조곤조곤 설명,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방송 이튿날인 13일 오전, OSEN의 전화를 받는 서경덕 교수의 목소리는 밝았다. 전날 방송을 봤다는 그는 "너무나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라고 했고, 그 목소리에서는 남다른 책임감이 느껴졌다.
사실 서경덕 교수는'강제 노역 사실에 대한 시인 없이 하시마 섬과 다카시마섬의 유네스코 등재는 안 된다'는 생각에 오래전부터 꾸준히 관련 운동을 해왔다. 배달의 '무도'와 관련해 김태호 PD의 전화를 받은 날도, 하시마 섬에 다녀온 날이었다. 8월 초 김태호 PD의 전화를 받고 약 2주간 촬영을 진행했다.

다카시마섬에 있는 공양탑을 찾기까지의 과정이 매우 험난했던 것은 방송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서경덕 교수는 이 경험을 통해 우리나라 사람들뿐 아니라 그곳에서 있었던 비극적인 역사를 보고자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해 길을 정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가을께 대학생들과 함께 다시 일본을 찾아 이를 실행하겠다고.
 
하하와 함께 할아버지들을 위해 흰 쌀밥에 고깃국을 올려놓을 때는 "참 울컥했다"고 회상했다. 공양탑을 다시 한 번 찾게 된 것은 당시 그곳으로 강제노역을 갔던 할아버지들의 인터뷰 때문이었다. 애초 북어와 막걸리를 올렸었는데, 배가 고파서 잠이 안 올 정도였다는, 흰 쌀밥에 고깃국을 먹고 싶었다는 할아버지들의 이야기가 걸렸다.
서경덕 교수는 지난 2009년 뉴욕타임스에 비빔밥 광고를 실을 때부터 '무한도전'과 협업을 해왔다. 뉴욕 타임스퀘어에 올릴 동영상 광고를 제작하고, 지난해에는 브라질 월드컵 당시 함께 대한민국 응원 광고를 만들었다. 이번이 벌써 네 번째. 그는 이 프로그램의 '진정성'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함께 촬영할 때 김태호PD 뿐 아니라 유재석, 정준하, 하하 등 멤버들이 가진 진정성이 너무나 보인다"는 것. 그는 "이 진정성 때문에 시청자들에게도 사랑을 받는 게 아니냐"며 '무한도전'과의 또 다른 협업 역시 환영한다는 생각을 알렸다.
이하 서경덕 교수와의 일문일답.
-방송을 보고 어땠나?
너무나 반응이 좋아서 정말 다행인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건 '무한도전'을 통해서 잘 알지 못했던 역사적 사실들을 국민이 알게 됐다는 점이다. 일본이 몇 년 전부터 하시마 섬을 올리려고 많은 노력을 했는데, 실은 우리가 잘 몰랐고, 관심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무한도전' 방송을 통해 그런 사실들이 많이 알려진 게 다행이다.
-김태호 PD의 전화를 받고 어떤 기분이 들었나?
실은 등재되기 전부터 이런 쪽 일을 계속했기 때문에 5월 말에 하시마섬을 갔었다. 일본이 유네스코 등재를 시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어서 강제로, 징용한 사실 인정 없이 안 된다는 생각에 동영상을 제작해 영어로 퍼트렸다. 그런 활동을 보고, 김태호 PD가 8월 초에 나에게 연락을 줬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는데, 등재되고 나서 이들이 제대로 약속을 이행하고 있는지 징용 관련된 사실을 등재되기 전에 알리겠다고 했는데, 정보센터를 만든다든지 안내센터를 설치하는 등으로 말이다. 이것들을 일본에서 이행하고 있는지 검사하기 위해 넘어갔었다. 그런데 내가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는 날, 휴대전화를 켜니까 김태호 PD가 바로 전화를 했다. 오늘 갔다 왔다고 했더니 놀라더라. 둘이 협업을 해야겠구나 생각했고, 2주 동안 촬영을 했다.
-방송을 위해 어떤 준비들을 했나?
준비는 어쩌면, 하하 씨한테 칭찬을 해줘야 할 것 같다. 원래는 한 번 촬영이었는데, 두 번 함께 가게 된 거다. 하하 씨도 일정이 많은데 두 번째에는 개인 일정을 취소하면서까지 함께 했다. 알려야겠다는 마음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공양탑에 가서는 눈물을 많이 흘렸다. 그때 기분이 어땠나?
첫 번째는 TV에서도 작년에 나왔는데 막걸리 북어를 올렸다가, 할아버지의 인터뷰를 보고, 배달의 '무도'니까 마지막 배달이 강제노역 넋을 기리는 음식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고깃국에 흰 쌀밥이 드시고 싶었다더라. 그걸 배달하는 게 배달의 '무도'가 주는 마지막 선물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다시 방문하게 됐다. 그곳에 계셨던 할아버지들은 배가 고파서 잠이 안 올 정도였다더라. 곡소리밖에 안 들리고, 흰 쌀밥 꼭꼭 눌러 준비했을 때 정말..나나 하하나 울컥하더라.
-공양탑까지 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 시간 동안 하하와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일단 위치를 무선상으로 확인을 했다. 공동묘지 쪽에 있다고 해서 그 주변에 있을 줄 알았는데, 모든 제작진이 거의 3시간 동안 찾아 헤맨 거다. 물어서 찾아갔다. 다카시마 섬에는 많은 사람이 살지 않지만, 일본인 한 분이 그쪽에 대해서 들어봤다고 했고, 길을 알려줘 찾아갈 수 있었다. 너무 놀랐다. 하시마 섬에서 돌아가신 분들의 유골도 묻어놓은 건 제일 안타까운 게 위패를 옮길 때 언제 죽었고, 뭐 때문에 죽었고 그런 게 적힌 위패들을 다 불을 태우고 가져왔다는 거다. 역사적 사실이고. 그런 부분들이 안타깝다. 어떤 분들이 묻혀있는지 모른다. 그런 얘기들을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설명해줬다. 하하도 거의 말을 잇지 못하더라.
-'무한도전' 이후에 하시마 섬, 다카시마섬에 대한 관심을 더 많이 두게 되는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무한도전'과는 일부러 다른 계획을 얘기한 건 없다.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해 알리는 일을 하고 있는데 가을에는 공양탑에 들어가는 길을 정리하러 대학생들과 함께 갈까 생각 중이다. 길 정비를 하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와서 역사의 현장을 답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 설명을 아무리 해도 그곳은 못 찾아간다. 그 정도로 험하다. 방송 이후 어떻게 가야 하는지 SNS나 메일이 많이 들어온다. 그래서 일단 길 정비를 해드리겠다고 했다. 그 길을 정리해서 역사적 사실을 나가사키 시에서 인정하도록, 강제 노역을 인정하는 정보센터를 건립하도록 촉구하는 등 일본 정부 압박하는 활동을 계속할 계획이다.
-일본입국이 어렵다거나 그런 문제는 없었나?
내가 유명인이 아니다 보니 아직 그런 일은 없다.
-바람이 있다면?
하시마, 다카시마 섬 자체를 몰랐던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번 기회에 많이 알려져서 할 수 있는 어떻게 보면 일본 정부도 잘못했지만, 우리들의 무관심이 큰 잘못이다. 우리 스스로 우리 역사에 대해 더 잘 알고, 올해는 광복 70년 나라를 되찾은 지 70년째 되는 해다. 아픈 역사를 몰랐던 것에 대해 '무도'를 통해 반성하고, 문화와 역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무한도전과 계속 좋은 협업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도 협업 의사는 있나?
같이 계속하고 싶다.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고, 파괴력이 있는 프로그램이다. 같이 했던 게, 뉴욕 타임스 비빔밥 광고, 뉴욕 타임스퀘어 동영상 광고 제작, 작년에 브라질 월드컵 때 대한민국 응원 광고가 있었고,이번에 하시마 섬을 토해 네 번째 같이 작업을 했다. '무도'의 진정성 들이 정말, 함께 촬영할 때 매번 느껴진다. 김태호PD 뿐 아니라 재석이 형, 준하 형, 하하 등 이들의 진정성이 너무나 보이기 때문에, 이런 진정성을 갖고 만들다 보니 시청자들에게도 통하는 게 아닌가 싶다. 역사, 문화에 관련된 소중한 기획이 또 계획된다면 기꺼이 도움이 되고 싶다. /eujenej@osen.co.kr
서경덕 교수 페이스북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