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프로그램은 신선한 얼굴을 시청자들에게 소개하며, 흥미를 자극하는 것을 즐겨 한다. 웃음을 안길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 터지는 재미의 효과가 크기 때문. 영화에서 한 장면만 나와도 시선을 훔치는 연기자를 ‘신 스틸러(Scene Stealer)’라고 한다면, 예능 역시 웃기려고 한 의도가 아닌데, 심지어 연예인도 아닌데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발하는 ‘미친 존재감’이 있다.
# 정선의 스타 철물점 동식이
1년간의 삼시세끼 장정을 마치고 종영한 tvN ‘삼시세끼’ 정선 편은 ‘동식이’라는 친근한 이름의 철물점 사장의 아들이 있다. 이서진, 2PM 옥택연, 김광규의 단골집인 녹송 철물점 사장의 아들인 동식 씨는 큰 덩치와 걸맞지 않은 선한 웃음으로 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녹였다. 이서진이 시도 때도 없이 ‘동식이’를 찾으면서 동식 씨는 ‘삼시세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인공이었다. 이서진이 동식 씨의 성을 빼고 친동생처럼 ‘동식이’라고 부르면서 동식 씨의 얼굴과 이름은 ‘삼시세끼’ 애청자들에게 각인됐다.
이서진의 부탁에 밤늦게 배달을 하거나, 묵묵하게 망치질을 하는 청년 동식 씨는 김광규의 질투 유발을 야기하기도 했다. 바로 동식 씨에게 라면 광고 제의가 들어왔다는 말에 김광규가 너무 놀라면서, 이서진과 옥택연의 장난으로 이어진 것. 연예인이 아니지만, 연예인 못지않은 관심을 받고 일명 ‘삼시세끼’가 낳은 ‘정선의 스타’가 되면서 광고 제의까지 받은 것. 비록 성사되진 않았지만, 동식 씨의 인기를 한 번에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 아이유의 광팬, 부끄럼 많은 재환 씨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가요제는 박명수와 함께 일하는 작곡가 유재환을 안방극장에 소개했다. 박명수의 윽박지름에도 아이유에 대한 애정을 마음껏 드러내고, 크나큰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수줍은 성격이 유재환의 특성. 아이유 앞에서는 한껏 작아지고, 심지어 극존대를 하는 이 덩치 산만한 남자는 첫 출연부터 시선을 강탈했다. 박명수가 신나는 일렉트로닉 음악을 선호하는 까닭에 서정적인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유와 부딪히자 중간에서 어쩔 줄 몰라하고, 심정적으로는 아이유를 응원하나 현실적으로 박명수를 택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말을 더듬어 많은 시청자들을 웃게 했다.
‘아이유의 광팬’임을 인정한 유재환은 이후 가요제 연습과정의 놓칠 수 없는 흥미 지점이었다. 여기에 제작진은 유재환의 자막에 사랑의 표시인 하트를 집어넣고, 웃음소리마다 분홍색 자막을 입혀 그의 부드러운 면모를 부각시켰다. 아이유 앞에서 한 없이 소년 같은 유재환, 이를 재미로 만들기 위해 일부러 심기 불편하게 바라보는 박명수의 상황 설정, 두 남자의 극과 극 성격에 몸 둘 바를 모르는 아이유의 모습까지 상당히 매력적인 부분이었다.
# 저 교수입니다, 외국에서 공부한 교수
에이핑크 남주의 연기 스승인 성균관대학교 연기예술학과 겸임교수인 김현아의 입담과 재미 가득한 강습은 안방극장을 뒤집어놓았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남주와 함께 연기 강습을 하기 위해 출연한 김 교수는 화술을 가르쳤는데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왔다. 뛰어난 화술을 위해서는 아무래도 자신감을 갖고 정확한 발음을 구사하며,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된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을 터. 김 교수는 이 같은 화술 강습에 있어서 자신이 갖고 있는 비법을 아낌 없이 공개했다.
다만 도구와 장치 없이 독침을 쏘는 연기를 한다든가, 탁구를 친다든가 몸으로 표현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생동감이 넘쳤다. 거침 없이 옆돌기를 하고, 손동작을 과하게 쓰며, 눈을 크게 뜨는 모습이 꼿꼿하고 흐트러짐 없이 연기를 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이해는 했지만 웃음이 유발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결국 네티즌은 “개그학과 교수”라는 농담을 던졌고, 김 교수의 잊지 못할 웃음 명언이 나왔다. “저 교수다. 죄송하지만 박사다. 외국에서 연기 공부했다. 개그학과 교수라니...”라고 말을 잇지 못하고 강조하는 김 교수의 모습은 올해 예능프로그램 명장면을 뽑는다면 꼭 포함될 장면으로 꼽히고 있다. / jmpyo@osen.co.kr
'삼시세끼', '무한도전',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방송화면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