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아홉수는 없다..김희애·김현주·문근영의 도전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5.09.14 08: 52

정면으로 맞서 싸움을 건다는 뜻의 ‘도전’은 연예인, 특히 배우들에겐 필수 불가결한 일 중 하나다. 반복된 이미지 소비는 대중들에게 식상함과 피로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우들은 전작과는 다른 역할을 찾고, 조금 더 극한으로 자신을 밀어 넣으며 연기적인 재미를 끌어올린다. 현재 SBS 드라마를 책임지는 여주인공들 역시 자신의 이미지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 49살 김희애의 촉 세운 도전 
 “놓치지 않을거예요” “특급 칭찬이야” 등의 명대사와 함께 ‘우아의 교과서’라 불리는 김희애는 현재 SBS 월화드라마 ‘미세스 캅’에서 34년 연기 인생 처음으로 형사 연기에 도전하고 있다. 김희애가 맡은 최영진은 냉철한 카리스마와 능수능란한 수사력을 겸비한 서울지방경찰청 강력반 팀장. 이 때문에 발로 뛰고 구르는 등의 액션 연기는 기본, 팀을 이끌어가야 하는 카리스마까지 장착해야 했다.

김희애가 말만 들어도 고생길이 훤한 이 역할을 선택한 이유는 역시나 대본이었다. 지금껏 듣도 보도 못한 캐릭터를 만났기 때문. 김희애는 “나이 많은 아줌마가 현장에 총을 들고 뛰어다니는 게 신선했다”고 밝혔다. 여자 나이 40살 이상이 되면 역할 선택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번 역할이 더욱 탐이 났다는 것. 이에 김희애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도전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김희애표 최영진 경감이 탄생했다. 땀 범벅의 민낯, 수수한 옷 차림, 걸쭉한 말투 등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김희애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액션에서도 몸을 아끼지 않았다. 맨 땅에서 구르고 달리며 김희애는 조금씩 베테랑 형사가 되어 가고 있었다. 물론 초반에는 김희애가 가진 이미지 때문에 다소 어색하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진 상태. 오히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경찰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최영진에 시청자들은 뜨거운 박수와 응원을 보내고 있다.
‘미세스 캅’의 한 관계자는 최근 OSEN에 “김희애가 경찰 강력반 팀장 자리에 있다는 것을 거부감 없이 봐주시 시청자들이 많다. 이것이 시청률 상승의 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39살 김현주의 격이 다른 도전
배우 김현주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출연하는 작품마다 높은 시청률을 얻으며 흥행을 이끌어낸 명실상부 ‘시청률 퀸’이다. 개성 강한 마스크와 통통 튀는 매력으로 로맨틱 코미디부터 가족극까지 모두 섭렵하며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전작인 KBS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는 김상경과의 능청스러운 연기 호흡, 유동근과는 가슴  시린 부녀 연기로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기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 덕분에 ‘가족끼리 왜 이래’는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국민 드라마 반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런 김현주가 차기작으로 선택한 드라마가 바로 SBS ‘애인있어요’다. 김현주는 이 작품에서 데뷔 이래 첫 1인 2역 연기에 도전하고 있다. 사실 1인 2역은 그간 많은 작품에서 사용된 단골 소재였기 때문에 식상함을 안길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김현주가 연기한 도해강과 독고용기는 같은 사람이 연기한 것이 맞나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로 다름 그 자체였다. 냉기가 뚝뚝 흐르는 갑질 변호사 도해강을 연기할 때는 세련된 카리스마가 물씬 풍겼고, 뽀글 파마머리 미혼모 독고용기를 연기할 때는 동네 언니를 보는 듯 포근한 매력을 엿볼 수 있었다.
또 김현주는 이번 ‘애인있어요’를 통해 남편의 불륜 앞에 무참히 버림받는 여인의 쓰라린 상처와 애달픈 슬픔을 온몸으로 표현해내 시청자들에게 극찬을 얻고 있다. 불륜이라는 소재는 거부감이 생기지만, 김현주의 소름 돋는 연기력에 참고 본다는 시청자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그간 밝고 건강한 이미지가 가득했던 김현주의 색다른 연기 변신이 오히려 안방극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반증이다. 비록 시청률은 5%대로 아쉬움을 남기고 있지만, 김현주의 도전을 지켜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
#. 29살 문근영의 끝없는 도전
1999년 영화 ‘길 위에서’로 데뷔한 문근영은 드라마 ‘가을동화’로 이름 석자를 알리기 시작한 후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통해 연기 변신을 꾀했다. 공포 영화 ‘장화 홍련’, 남다른 춤 실력을 뽐내야 했던 ‘댄서의 순정’, 남장여자에 도전해 연기 대상이라는 큰 상을 거머쥐었던 드라마 ‘바람의 화원’,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에서 탈피해 조금 더 성숙한 연기를 보여줬던 ‘신데렐라 언니’ 등 문근영이 16년이라는 배우 생활 동안 보여준 연기는 매번 그 색을 달리했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사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준익 감독이 “시나리오를 주기 전 문근영에게 이걸 줘도 되나 싶었다”라고 말할 정도로 영화 속 혜경궁 홍씨의 비중은 적었다. 하지만 문근영은 흔쾌히 출연을 수락했다. 그리고 문근영은 그 안에서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보다는 ‘사도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에 중점을 둬 연기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영화 후반부 60대 노인 분장까지 소화한 문근영은 작품을 위해 여배우로서 많은 것을 포기해 놀라움을 안겼다.
이런 문근영이 이번에는 드라마 여주인공으로 시청자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문근영은 오는 10월 7일 방송 예정인 SBS 수목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이하 ‘마을’)을 통해 2년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다. ‘마을’은 운명처럼 마을 ‘아치아라’로 오게 된 영어 원어민 교사 김소윤(문근영 분)과 3번의 낙방 끝에 겨우 경찰관의 꿈을 이룬 파출소 순경 박우재(육성재 분)가 평화롭고 단조로운 마을이 숨기고 있는 진실을 함께 파헤치는 내용을 담는 드라마다.
최근 공개된 티저 영상 속 문근영은 “23년 전 나는 죽었다”는 내레이션과 당혹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미스터리 수사물의 묘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이 ‘마을’은 지금껏 문근영이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장르물로, 20대 여배우들이 흔히 로맨틱 코미디 속 밝고 경쾌한 캐릭터를 통해 자신의 매력과 젊음을 어필하려 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장름물의 성향과 분위기상 주연 배우의 절제된 감정 표현과 극을 이끌어가야 하는 흡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가운데, 이미 탄탄한 연기 내공을 보유한 문근영이 어떤 연기 변신을 보여줄 지가 벌써부터 기대 요소로 손꼽히고 있다. 또 비투비 멤버 육성재와의 연기 호흡 역시 지금까지와는 전혀 색다른 재미를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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