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드라마에 뒤통수를 강하게 강타하는 참신함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아이 바꿔치기라는 또 한 번의 식상함이 벌써부터 결말을 예측케 한다.
지난 13일 오후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내딸, 금사월'(극본 김순옥 연출 백호민, 이재진)에서는 운명이 뒤바뀌는 두 아이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날 방송에서 신득예(전인화 분)는 강만후(손창민 분) 몰래 오민호(박상원 분)와의 사이에서 얻은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아이를 기를 수 없었던 득예는 자신이 알고 있는 보육원에 아이를 맡기게 됐다.
하지만 득예의 시어머니 소국자(박원숙 분)는 득예의 출산 사실을 알게 됐다. 정신병원을 몰래 빠져나가는 득예의 뒤를 밟은 것. 그리고 득예가 아이를 보육원 앞에 버리는 모습까지 목격했다.
소국자가 득예가 버린 아이를 들어올리려는 찰나, 보육원의 원장인 금원장(김호진 분)의 아이를 낳은 김지영이 마침 보육원 앞에 자신의 아이를 버리게 됐다. 한날 한시에 태어난 두 아이가 같은 보육원에 버려진 것.
이를 본 소국자는 "나중에 제 딸을 찾기라도하면 골치 아픈데. 넌 천벌을 받는거다"라며 두 아이의 옷을 바꿔입혔다. 앞서 김지영에게 "분홍색 옷을 입혔더니 예쁘네"라는 말을 들은 바 있는 금원장은 옷이 바뀐 득예의 친딸을 자신의 딸로 착각, 그 아이에게 금사월이라는 이름을 지으며 친딸처럼 키웠다.
또한 금원장의 친딸은 득예가 지어준 혜상이라는 이름을 가진 채, 몸이 약하고 다소 까탈스러운 성격의 아이로 자라나며 운명의 장난을 몸소 보여줬다.
아이가 뒤바뀌는 건 이미 수많은 '막장' 드라마에서 확인해 온 소재다. 그리 멀리 더듬을 필요도 없다. 악녀 연민정을 탄생시킨 드라마 '왔다 장보리'에서도 두 아이의 운명은 뒤바뀐 바 있다. 이처럼 '운명 뒤바뀌기' 소재는 막장의 사골과도 같은, 케케묵은 소재임이 분명하다.
때문에 '내딸 금사월'의 결말도 어느정도 예측이 간다. 두 아이의 운명을 바꾸며 시작한 막장 드라마들이 그리 큰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극을 진행시켰기 때문에, 그 학습결과 '내딸 금사월'의 결말 역시 예측할 수 있겠다. 굳이 읊지 않아도 보이지 않나. 게다가 이날 방송에서 강만후와 최마리(김희정 분)의 친아들이 득예의 친딸, 금사월과 만나는 모습도 전파를 타며 이들의 운명 역시 예측 가능하게끔 했다.
아무리 '욕하며 보는 막장 드라마'라고 하지만 계속해서 되풀이되는 같은 소재는 보는 이들을 지치게끔 한다. 앞으로 작가가 극을 어떻게 풀지는 작가의 손에 달렸지만 벌써부터 시작된 '반복의 기운'이 보는 이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한편 '내딸 금사월'은 인간 삶의 보금자리인 집에 대한 드라마로, 주인공 금사월이 복수와 증오로 완전히 해체된 가정 위에 새롭게 꿈의 집을 짓는 드라마다. 매주 토, 일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 trio88@osen.co.kr
'내딸 금사월'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