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막을 내린 '2015 DMC 페스티벌'의 마지막 공연 '상암에서 놀자!'의 절정을 수놓은 것은 '무한도전' 가요제로 큰 사랑을 받았던 으뜨거따시(자이언티, 하하)의 무대였다. 가요제 이후 처음으로 공식적인 무대에 함께 나선 자이언티와 하하는 여전히 음원차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자신들의 히트곡 '스폰서'를 열창했고, 육천여 관중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현장은 다양한 사람들로 붐볐다. 페스티벌 소식을 듣고 찾아온 젊은이들이 있었고, 인근 주민으로 보이는 가족 단위의 관중이 많았다. 그리고 그런 인파의 언저리, 자이언티의 부모님이 아들의 무대를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아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왔다"는 이들은 여느 부모님처럼 소탈하고 꾸밈이 없었다. '무한도전'에도 출연했었던 아버지 김기창 씨는 방송에서 봤던 모습 그대로였다. 뮤지션 아들 못지않게 젊은 감각의 옷차림이 그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목사님이라고 알려진 어머니는 차분하면서도 다정한 인상이었다. 공연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가는 자이언티 부모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부모님은 생각보다 아들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아들이 어떤 노래를 하는지, 어떤 시간들을 거쳐 유명한 가수가 됐는지, 어떤 친구들과 함께 하는지 처음부터 관심있게 보지 않았으면 알지 못했을 이야기들을 꿰고 있었다. 아버지가 아들의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양화대교'와 '클릭미'다. '양화대교'는 가족의 이야기라 좋고, '클릭미'는 아들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준 고마운 곡이라서다. 어머니는 '언더' 뮤지션이었던 자이언티의 잠재력을 처음으로 알아봐 준 래퍼 '쌈디'에게는 고마운 마음이 많다며 요즘도 그를 위해 새벽기도에 나가 기도를 한다고 했다.
자이언티는 평소 부모님과 많은 대화를 나눈다. 방송에서는 다소 과묵한 인상이지만, 부모님 앞에서만큼은 수다스럽고 애교가 많은 막내 아들이다. 아버지는 아들의 '언더' 시절부터 클럽 공연을 찾아다니며 그의 모습을 지켜보고 응원해왔다. 아들의 첫번째 관객이자 1호 팬인 셈이다. "처음에는 클럽 공연에 가서도 긴장했는데 이제는 공연을 즐기는구나, 기분 좋게 봤다"는 아버지의 말에서는 아들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났다.
부모님은 "해준 게 없는데, 스스로 이렇게 하니까 고맙고 감사하다"며 아들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렇게 아들의 무대 위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공연에 오지만, 특별히 연락을 하지는 않는다고. 그저 대견한 마음을 가지고 지켜볼 뿐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자이언티 부모님과의 대화는 아들에 대한 그들의 진심어린 마음을 느낄 수 있어 따뜻했다.
이하 자이언티 부모님과 일문일답.
-어떻게 페스티벌에 오게 된 것인가?
남편이 아들의 공연을 보러 오자고 해서 왔다. 교회에 갔다가 여기서 유명하다는 만두를 먹고, 공연을 함께 지켜봤다.(어머니)
-아버지는 '무한도전'에 출연을 하기도 했다. 알아보는 이들이 많지 않나?
많다. 곤란할 때도 있고 좋을 때도 있다. 아들 때문에 아들 프로그램에 나아서 하다보니까, 갑자기 출연을 하게 됐다. 동네 산다는 걸 아는데, 나는 (그렇게 아는 줄) 몰랐다. 내가 운동도 좋아하고 하니까, 동네를 자주 돌아다닌다. 그럴 때 사람들이 알아본다. 학원가 동네라 주변에 학교가 많아서 학생들이 많이 알아보고 한다. 단체로 '와와' 할 때도 있다. 우리 애가 많이 성장을 했구나, 한쪽으로 뿌듯한 마음도 있고, 개인적으로는 나이 먹은 사람이 애들한테 둘러싸이니 당혹스러울 때도 있다.(아버지)
-'무한도전'에도 출연하고, '스폰서'에도 목소리가 나왔다. 아들과 작업을 해 본 소감은 어떤가?
갑자기 그렇게 연락이 와서 촬영인 것도 모르고, '도와주세요' 해서 나갔더니 '무한도전' 촬영이더라. 노래도 처음 들었다. 한 번에 해서 잘된 것 같은데, (가요제 때)전화번호가 오픈이 되니까, 피해를 받았다는 분들이 있더라. 그런 부분에서는 생각이 짧았다. 공개된 번호는 해솔이가 고등학교 때부터 쓰던 번호다. 본인들은 잘 하고자 한 건데 그런 부분에서 이야기들이 나와 조금 안타까웠다.(아버지)
-오늘 무대는 어땠나?
무대가 참 좋았다. 아들이 알려지기 전에 클럽에서 아무래도 '언더'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에도 내가 몇 번 봤는데 공연을 잘하는 것 같다. 내가 느끼기에. 아버지라서가 아니라, 잘 한다. 오늘도 처음에는 클럽 공연에 가서도 긴장했는데 이제는 잘 하는 걸 보고, 공연을 즐기는구나 싶어 기분이 좋게 봤다.
-클럽 공연에도 다닐 정도면 아들의 음악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나도 흥이 많은 사람이라, 좋아한다. 아들이 그때만 해도 자주 다녔다. 힙합 뮤지션을 다 좋아한다. 그래서 그 쪽을 많이 안다. 그레이, 비비드 크루는 물론이고, 스윙스도 안다. 그레이가 AOMG에서 프로듀서를 하지 않나? 우리 애하고 형, 동생처럼 잘 지낸다. 잘된 것을 보니 좋다. (그레이에게) '잘 지내느냐'고 문자를 보내면 '아버님, 식사하셔야죠' 하고 문자를 보낸다. (아버지)
-힙합 음악이 듣기에 어렵지는 않나?
아무래도 아들이 힙합 쪽에 바탕을 둔 음악을 한다. 그러다 보니까 우리 나이에는 생소하고 힘들다. 엇박으로 나가니까. 그런데도 아들하고 대화를 하려면 많이 들어야하니까 들었다. 그래서 듣다보면 또 좋아지고, 이제는 트로트보다 힙합이 더 좋다. (아버지)
-아들의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이 있다면?
아들의 노래 중에서는 아무래도, 우리 얘기를 쓴 거니까 '양화대교'가 마음에 와 닿는다. 그 전에 해솔이가 이렇게 어려운 환경 속에서 만든 '클릭미'라는 노래가 있는데 그것도 마음에 와닿는다. '클릭미'는 어린 시절에 음악을 시작할 때 해솔이를 있게 해준 노래고, 그래서 그 노래가 고맙다. (아버지)
처음에는 미술을 하려고 했다가, 중학교 3학년 때인가 그 때부터 음악으로 바꿨다. 전공을 음악으로 하고 싶다고 해서, '네가 원하는 거 하고 싶은 거 하라'고 했는데, 힙합을 한다고 해서 '쟤 뭘 하나?' 그렇게 생각을 할 때도 있었다. 사실. 그리고는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걸 한다니 기도하고 그랬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감사하다.(어머니)
-처음부터 아들의 노래를 들었나보다.
쌈디가 '클릭미'를 듣고 콜했다. 그게 크루를 같이 하는 계기가 됐다. 그래서 나는 요즘에도 새벽기도를 갈 때 쌈디 기도도 한다. 들어보시면, 2011년도 싱글 앨범으로 나왔다. 힙합플레이야라고 '언더' 음원 내는 곳이 있다. 거기에 자기 노래를 냈는데 우리 애가 가사까지 써서 냈는데, 나도 그 당시 '클릭미'를 들어보면,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
-어떻게 이렇게 아들에 대해 많은 것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것인가?
대화를 많이 한다. 해솔이는 무슨 일 있으면 엄마하고 대화를 많이 한다. 의지를 많이 하는 편이다. '내가 이런 걸 하고 싶다'고 계획을 말하거나, 음악을 만들면 들려준다. 뭐든지 서로 얘기를 한다. (어머니)
-TV에서는 과묵해 보이는 성격이다. 자이언티의 실제 성격은 어떤가?
안 그렇다. 말을 많이 한다. 자기 얘기를 친구한테 하듯이 한다. '엄마, 어떻게 하는데 나는 그런 계획을 갖고 있다', 이런 걸 진짜 말을 많이 한다. 잘한다. 방송에서는 내가 볼 떄 아무래도 조금 안 해봐서 그런 것 같다.(어머니)
그런 것도 있고, 성격이 남한테 보여주기 위해 꾸미고 그런 걸 싫어해서 그런 것도 있다. 하기 싫은 거 하고, 웃겨야 되고 이런 부분에서 방송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싶다. 그렇지만 막내라 애교가 많다. 엄마도 잘 안아주고 사랑이 많다. (아버지) /eujenej@osen.co.kr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