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복면가왕'은 아이돌 보컬들에 대한 편견을 깨고 있다는 점에서 가요계에 여러 시사점을 던진다. 파일럿 방송에서 우승을 차지한 EXID 솔지를 시작으로 '1대 가왕' 에프엑스 루나, '대세'가 된 비투비 육성재, 엑소의 첸, 에이핑크 정은지, B1A4 산들 등이 '복면가왕'에서 '아이돌' 꼬리표를 떼고 가수로 거듭났다.
여기에 한 명 더 추가. 13일 방송에서 베스티 유지가 12대 '가왕' 타이틀에 도전한 '아이러브 커피'의 주인공으로 공개됐다. 아쉽게 2라운드에서 탈락하고 말았지만 유지 역시 '복면가왕'을 통해 실력파 아이돌 메인보컬임을 입증했다. 그래서 2라운드 탈락이 마냥 아쉽만은 않은 그다.
유지는 방송 후 OSEN과 전화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선 무대 중에 '복면가왕'이 가장 긴장감 넘치고 떨려서 미칠 것 같았다. 제 노래를 어떻게 들어 주실까 궁금했고 저만의 목소리를 알리고 싶었다. 저한테 자신감을 주는 기회였고 스스로를 테스트하는 기회였다. 정말 좋았다"며 벅찬 소감을 말했다.
유지는 1라운드에서 포스트맨의 성태를 꺾고 2라운드에 진출했다. 둘의 표 차이는 단 한표. 유지는 "1라운드가 가장 불안했다. 상대가 워낙 세더라. 듀엣곡 연습 때에도 서로의 얼굴을 모른 채 하니 어렵기도 했다. 투표 결과가 공개될 때 심장마비에 걸리는 줄 알았다. 2라운드 시작 전 '포스트맨 성태를 꺾은 아이러브 커피'라고 저를 소개해서 그때 상대가 누구였는지 알았다"고 설명했다.
'가왕'까지 오르려면 세 곡을 불러야 한다. 제작진이 지정해 주는 1라운드 듀엣곡과 두 곡의 솔로곡. 2라운드에서 거미의 '기억상실'을 열창하고 탈락한 유지의 못다 부른 세 번째 솔로곡은 박미경의 '기억속의 먼 그대에게'였다. 어린 시절부터 가수를 꿈 꾸며 수도 없이 불렀던 노래들이다.
하지만 덜덜 떨며 불렀던 1라운드와 달리 2라운드는 좀 더 편했다고. 유지는 "상대가 먼저 불렀는데 '진달래꽃'의 에너지가 엄청나더라. 뒤에서 들으면서 '난 안 되겠다' 싶었다. 그냥 후회 없이 내가 준비한 것만 다 부르자고 마음 먹었다. 탈락해서 아쉽긴 하지만 후회는 안 된다"고 속내를 밝혔다.
유지가 아쉬워 하는 건 자신이 좀 더 잘해서 오래도록 '가왕'에 올랐다면 훗날 가면을 벗었을 때 베스티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몸매 좋은 큐티 섹시 걸그룹 베스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실력까지 탄탄하게 겸비한 국보급 걸그룹'으로 평가 받을 수 있는 기회였다는 생각이다.
유지는 "사실 1라운드 통과만으로도 좋았지만 탈락하고 나니 미안했다. 응원해 주신 회사분들과 베스티 멤버들 생각이 많이 났다. 제가 베스티를 대표해서 '복면가왕'에 나간 거니 부담이 컸다. 내가 잘하면 베스티가 더 널리 알려질 수 있으니까. 그런데 일찍 탈락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복면가왕' 출연이 좋은 경험이 된 그다. 유지는 "1라운드가 먼저 방송이 된 후 팬들이 제 얘기를 하더라. 방송 끝나고 '너 맞지?'라며 묻는 연락들을 '그게 뭔데'라고 모른 척 하려니 재밌었다. 패널 중에 김구라 씨가 절 언급해 주셔서 신기하기도 했다. 감사하다"며 활짝 웃었다.
그리고는 "저는 노래하는 사람이니까 앞으로도 더 잘할 수 있는 무대, 많이 보여 드리고 싶은 것들을 제대로 하겠다. 저 유지와 베스티를 향해 큰 응원 부탁드린다"고 팬들에게 인사했다.
'복면가왕'은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오로지 목소리 하나로만 노래 대결을 펼치는 음악 경연 프로그램이다. 이날 방송에서 유지를 꺾고 가왕전에 오른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가 12대 가왕에 올랐다. /comet568@osen.co.kr
'복면가왕'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