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도 결국 아버지였다. 정치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아들을 때때로 정적으로 여기기도 했던 김재원이었지만, 뜻하지 않았던 아들의 죽음에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살 의욕마저 상실한 그의 모습은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MBC 월화극 ‘화정’은 광해(차승원)와 인조(김재원)시대를 살았던 정명공주(이연희)의 삶을 그리고 있다. 인조는 병자호란을 겪은 뒤 김자점(조민기)과 여정(김민서)에 휘둘리며 점점 허수아비 왕이 되어간다. 소현세자(백성현)는 청에 잡혀갔다가 청의 문물에 놀라고, 다시는 난을 겪지 않기 위해 힘을 길러야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조는 소현의 그런 충정을 오해해 그를 정적으로 내몰았다. 여정은 눈엣가시같은 소현을 없애기 위해 의원을 매수해 그를 독살시켰다. 14일 방송에서는 소현의 죽음으로 충격에 빠진 대신들과 백성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백성들은 세자의 죽음 의혹을 밝히라고 난리고, 인조는 여정과 자점을 의심하지만 결국 자신마저 공범으로 몰릴 것이 두려워 소현의 죽음을 조용히 덮었다.
이후 정치도, 권력도, 삶마저도 의미가 없어진 인조. 그는 모든 의욕을 상실한 채 침상에 누워있었다. 그런 인조를 대신해 정명은 봉림대군(이민호)을 세자에 책봉하고자 나서고, 인조를 찾아가 설득한다.
인조는 “이제 공주의 말은 듣지 않겠다”고 거부하지만, 정명은 소현의 생전 뜻이었다며 “다시 나라를 바로 잡을 기회”라고 말한다. 인조는 “정말 다시 바로잡을 수 있는 거냐. 어쩌면 능력도 안되는 내가 왕위에 올랐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나라를 이 꼴로 만들었다”고 자책하며 눈물을 보였다. 아울러 자식을 죽인 아비라는 죄책감을 토로했다.
반정으로 어좌를 차지한 뒤 어좌를 다시 뺏길까 늘 초조했던 인조. 자신이 왕위에 오른 깜냥이 안된다는 것을 잘 알기에 더 불안했다. 결국 자식마저 자신의 정적으로 여겼던 가엾은 왕이었다. 하지만 이날 그는 자식의 죽음 앞에 누구보다 슬퍼했고, 정신을 놓기까지 했다. 결국 인조도 어쩔 수 없는 아버지였다. 이날 인조는 애끊은 부성애로 시청자들을 짠하게 만들었다. / bonbon@osen.co.kr
‘화정’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