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씨름인은 영원한 씨름인 이었다. 현재는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으로 방송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이만기는 역시 뼛속까지 ‘천하장사’라는 타이틀이 어울렸다. 특히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그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스포츠인의 자존심이 인상적이었다.
지난 14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 500인’에는 ‘사위 특집’을 맞아 ‘자기야-백년손님’에 출연하고 있는 이만기가 출연했다. ‘백년손님’에서는 장모와 티격태격 톰과 제리를 보는 듯한 코믹함을 뽐내던 그가 씨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돌연 달라졌다.
사실 이만기는 씨름계에서 결코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도 그럴 것이 1983년에 열린 첫 천하장사 대회에 출전해 열아홉의 나이에 우승을 거머쥐었을 뿐 아니라,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시청률 68%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만들어냈기 때문. 그는 당시 자신의 인기를 설명하며 결승전이 펼쳐지는 시간에는 시내에 차가 다니지 않았을 정도라고 표현했다.
현재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스포츠인에 김연아가 있다면, 80년대에는 이만기가 있었다. 컬러TV부터 치약 등 각종 CF를 섭렵, 짜장면이 300원하던 시절 4천만 원이라는 엄청난 몸값을 자랑한 것. 그만큼 이만기는 씨름 선수로서, 스포츠인으로서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스타였다.
그리고 그가 이렇게 큰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데에는 씨름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이 큰 역할을 했다. 씨름을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라고 표현한 이만기는 97년도 IMF때부터 시작된 씨름의 흑역사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했다. 줄줄이 사라지는 씨름단 탓에 이종격투기나 다른 장르로 빠지는 선수들이 늘어났고 이는 이만기와 같은 천하장사 출신인 이태현 선수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동료이자 선배인, 그리고 씨름에 전부를 걸었던 이만기는 이태현의 격투기 시합을 지켜보며 피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심지어 격투기 선수로 전향할 시 10억을 주겠다는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을 정도. 그들은 격투기 선수로서의 이만기의 가능성을 본 것이 아닌 그의 타이틀을 노린 것뿐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씨름인이라는 그의 자긍심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격투기로의 전향을 거절한 그가 택한 길은 대학 교수. ‘운동선수는 머리가 나쁘다’라는 편견을 깸과 동시에 스포츠계의 후배들에게는 제2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심어줄 수 있었기 때문.
현재 방송계에는 다양한 분야의 스포츠인이 예능인으로, 방송인으로 활동 중에 있다. 하지만 이만기와 같이 자신이 몸 담갔던 스포츠에 대한 변함없는 열정과 곧은 자존심을 가진 이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방송인으로서의 안정된 위치에도 마음 한편으로는 씨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간직한 그에게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 jsy901104@osen.co.kr
SBS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