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재원은 ‘화정’에서 권력에 대한 욕심 때문에 바른 길을 걷지 못하는 왕인 인조를 연기한다. ‘화정’이 조선시대의 다양한 정치가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 가운데, 인조는 야망은 지대한데 그 야망을 담을 그릇이 크지 않아 악수를 두는 인물로 표현되고 있다. 김재원은 MBC 월화드라마 ‘화정’에서 중반부부터 극의 갈등의 중심에 있는 이유 있는 악역을 연기했다.
정명공주(이연희 분)의 시대를 열지 못하게 방해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어지간히 시청자들의 답답함을 유발했다. 인조를 연기하는 배우인 김재원이 제작진이 의도한대로 ‘욕받이’ 연기를 잘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탐욕에 눈이 멀어 정사를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아들인 소현세자(백성현 분)를 죽게 만드는데 책임이 없다 할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 허나 자신을 둘러싼 간신들이 기어코 소현세자를 죽였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충격에 휩싸여 눈물 짓는 아버지이기도 했다.
지난 14일 방송된 45회는 이 같은 인조가 정신을 차리고 각성하는 듯한 모습이 펼쳐졌다. 정명의 설득 하에 봉림대군(이민호 분)을 국본으로 올리겠다고 선언하며 간신들의 뒤통수를 친 것. 한없이 나약하고 어질지 못했던 인조가 처음으로 정도를 걸어가는 듯한 이야기가 전개됐다. 정명의 설득에 마음을 돌리고, 간신들의 예상과 달리 이른 환궁으로 반전을 꾀한 인조의 모습은 박진감 넘치게 담겼다.
김재원은 장엄한 음악과 함께 등장, 노쇠한 인조가 마지막 힘을 발휘하는 듯 국본을 정하겠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있는 힘껏 토해내듯 목소리를 냈다. 늘 잘못된 선택을 했지만, 이를 후회하듯 왕의 위엄을 떨치는 김재원의 연기는 중압감이 넘쳤다. 김재원은 이 드라마의 주인공으로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자신의 잘못을 속죄하듯 잘못된 탑을 바로잡는 인조의 비장한 마음을 시청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연기했다.
그는 ‘화정’을 통해 데뷔 후 가장 큰 도전을 했다. 아무리 중간 투입이라고 해도 긴 흐흠의 50부 사극인데다가, 멋있는 역할이 아닌 긴장감을 유발하는 악역을 택한 것. 주로 선한 인물을 연기하는 많은 젊은 배우들과 달리, 이번에 연기 변신을 꾀했고 자신의 역할은 충분히 해내면서 김재원이라는 배우의 진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김재원은 극의 전개상 50부가 되기 전에 ‘화정’에서 퇴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마지막에 어떤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인조’ 김재원의 강렬한 면모를 뽐낼지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 jmpyo@osen.co.kr
'화정'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