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을 주제로 한 드라마 '디데이'가 역대급 규모로 안방극장을 찾는다.
15일 오후 서울 논현동 임피리얼 팰리스호텔에서 JTBC 새 금토드라마 '디데이'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국내 최초로 재난 드라마를 표방한 '디데이'는 대지진이 발생한 서울에서 신념과 생명을 위해 목숨 건 사투를 벌이는 의료팀의 활약상을 그린다.
지진이 지속되는 시간은 길어야 몇 분.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도시 전체가 무너지고 건물이 쓰러지며 수 천 명이 목숨을 잃는다. 지진의 원인은 지구 내부 암석권에 있는 판이 움직이면서 서로 충돌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지진 발생 원인을 설명하는 판구조론으로 볼 때, 판의 경계에 위치해 직접 영향을 받는 일본과 달리 지진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디데이'는 서울에 대지진이 일어난다는 가상을 현실로 그리려한다. 지진의 두려움과 쓰나미(지진해일)의 충격을 숨을 멎게 만들 거대한 스케일과 특급 배우 라인업으로 안방극장 공략에 나서는 것이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감독 장용우와 작가 황은경, 배우 김영광 정소민 하석진 윤주희 이경영 차인표 김혜은 김상호 김정화 성열 등이 참석했다.
연출을 맡은 장용우 PD는 이날 “저는 주로 내셔널지오그래피 등과 같은 다큐멘터리를 많이 시청했다”라며 “이외에도 재난영화 '2012' '투모로우' 등을 봤다. 저희 드라마는 CG를 미리 준비해놓았다. CG란게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원으로 할 수 있는 CG에는 한계가 있었다. 재난 드라마이기 때문에 CG가 중요하지만, 극중 5%도 안 된다. 연기자들의 노력과 제작진의 촬영으로 만든 드라마”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 PD는 “서울에 지진이 났다고 하니까 국회, 남산타워 등 상징물을 무너뜨려야만 했다. 그 분들에게 미안하지만 촬영을 하면서 재미있었다”고 촬영 분위기도 전했다.
앞서 국내 영화 '해운대'와 미국 영화 '2012'가 대재앙 지진을 소재로 한 바 있다. ‘디데이’는 재난 소재의 클리셰를 극복하고, 병원 세트장을 중심으로 전개되던 메디컬 드라마의 판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대본을 집필한 황은경 작가는 “우리 드라마가 쉽지 않은 소재를 가지고 쓰느라 시간도 많이 걸리고 어려웠다. 제작비도 많이 드는 드라마라서 제작사에 부담이 될까봐 상당히 걱정됐다"며 "요즘 제작비 많은 드라마는 안하려는 추세라 제작사에 고마운 마음이 크다. 영화 같고 CG가 좋다는 말을 하는데 돈과 시간이 있었다면 더 좋은 퀄리티를 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 작가는 앞서 2007년 하반기에 방송된 MBC 의학 드라마 '뉴하트'를 집필한 바 있다.
이어 그는 '뉴하트'는 흉부외과를 취재했었다. 더불어 열악한 흉부외과 이야기를 넣고 싶었다"며 "'디데이'는 전기가 끊어진다는 전제하에 이뤄진다. 병원은 전기가 끊어지면 아무것도 못한다. 그래서 어떻게 많은 재난 당한 환자들을 구해낼 것인가라는 의사들의 사명감을 그리고 싶었다"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극중 일반외과의 이해성을 연기하는 배우 김영광은 “이 드라마의 시놉을 받아서 읽으면서 너무 순식간에 읽었다. 제가 하고 싶다고 어필을 많이 했다"며 “제대로 된 주인공을 맡은 게 부담이 되고 겁이 난다기보다 이 드라마를 꼭 해야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열의를 드러냈다.
이어 김영광은 “저희 감독님이 마치 선생님처럼 자상하시다. 연기를 할 때 배우로서 임해야 할 자세를 잘 설명해주신다. 부담되기보다 배우들끼리 이 상황을 즐기면서 촬영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편 처음으로 정형외과 레지던트 역에 도전한 정소민은 “좋은 드라마에 캐스팅 돼 영광”이라며 “드라마의 한 획을 긋는 드라마가 되길 기대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촬영을 하면서 어려움은 없을까. 이에 정소민은 "다치는 곳은 없는데 촬영을 하고 오면 다리에 멍이 들더라. 하지만 즐겁게 촬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해성과 대립하는 일반외과 부교수 한우진 역은 배우 하석진이 맡았다. 그는 앞서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에서 의사 역할을 해본 바 있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지진이 나다가 그 속에서 남녀 배우가 연애를 하겠지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우리 드라마가 연애물은 아닐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김영광과 대립하는 캐릭터에 대해 “이번에 제가 맡은 역할에 격렬한 (수술)장면은 없다. 왜 로봇으로 치료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 대본에 충실해서 하나라도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지진이 나면 전기가 없기 때문에 로봇 수술을 할 수 없다. 수술신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처음해봤는데 오래 서 있는게 힘들더라. 그래도 힘들다기보다 좋은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열정을 가지고 촬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에이'에는 150억원이라는 거대의 제작비가 들어갔다. 경기도 이천에 2층짜리 병원 건물을 만들어 리얼리티를 높였다. 땅이 흔들리며 지진이 난 상황은 배우들이 몸을 흔들면서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실제 세트장 바닥과 벽이 흔들리면서 현실감을 높인다. 눈길을 끄는 점은 반사전 제작으로, 총 20부작 가운데 현재 14~15회 분량을 찍고 있다. 타 드라마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이에 하석진은 "생방송처럼 진행되는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에 밤을 새우지 않고 여유롭게 촬영을 했던 것 같다. 다른 드라마 같은 경우에는 제작발표회 당일에도 밤을 새우고 오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다르다"며 사전 제작으로 인한 퀄리티를 자랑했다.
사실 전작 '라스트'가 기대 속에 시작했지만 시청자들의 큰 반향은 일으키지 못한 만큼 '디데이'의 제작진도 큰 부담감을 갖고 있을 터이다. 그러나 배우들은 "지금 촬영 분위기가 너무 좋다. 스태프가 괜찮냐고 물어보시고 다들 걱정해주시면서 촬영을 하고 있다"며 "우리 드라마가 드라마계의 큰 획을 그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지난 2009년 개봉해 천 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해운대'처럼 '디데이'가 안방극장을 강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18일 오후 8시 30분 첫 방송./ purplish@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