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배우들이 성장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큼 뿌듯한 일이 있을까? 얼마전까지 풋풋한 모습을 보였던 아역들이 몇 년사이 훌쩍 자란 모습을 보일 때 더 그렇다. ‘화정’의 마지막을 장식할 효종 역의 이민호.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에서 ‘맙소사’를 외치던 꼬맹이가 이렇게 성장했다.
MBC 월화극 ‘화정’은 광해(차승원)와 인조(김재원) 시대를 살아온 정명 공주(이연희)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리고 있다. 반정으로 광해를 몰아내고 왕위에 오른 인조는 김자점(조민기)과 소용조씨(김민서)에 휘둘리며 무능한 왕으로 전락한다. 최근 자신의 아들 소현세자(백성현)마저 자점과 조씨에 음모에 독살을 당하자, 삶에 대한 의욕마저 놓아버린다.
15일 방송에는 인조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정적인 정명의 충고를 받아들이는 모습이 그려졌다. 정명은 조씨의 아들 숭선군이 아닌 소현의 동생 봉림대군(이민호)을 세자에 책봉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지금의 정치를 바꿀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라고 설득한다. 인조는 한 때나마 나라를 바로 세우고자 했던 자신의 예전 모습을 회상하며 측근 자점을 배신하고 봉림을 세자에 책봉했다.
봉림은 쇠약해진 인조를 대신해 국사를 직접 관할하고, 제일 처음 한 일은 두 번의 난 때 죄를 저질렀던 대신들을 벌하고자 하는 과거 청산이었다. 이에 위협을 느낀 주선(조성하)과 자점은 봉림과 손잡기 위해 서로를 역모죄로 모는 음모를 꾸몄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가 판 함정에 빠졌다.
이날 봉림을 연기한 이민호는 쟁쟁한 성인 연기자들에게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선사했다. 백성현의 동생으로 있던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정치에 정식 데뷔하며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으로 몰라보게 성장한 모습을 선사했다.
1998년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서 미달이의 친구 역으로 처음 안방에 등장한 이민호는 그 동안 다양한 사극에서 주인공들의 아역을 연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화정’을 통해서는 한층 성숙한 연기를 선사하며 시청자들을 흐뭇하게 만들고 있다. 눈빛 좋은 배우로 성장하고 있는 이민호. 그의 미래가 기대가 된다. / bonbon@osen.co.kr
‘화정’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