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레인보우로 지난 2009년 데뷔, 유닛 레인보우 픽시와 레인보우 블랙으로 한 걸음씩 변화를 꾀했다. 그리고 현재는 2편의 작품을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채워넣으며 어엿한 '배우'로 거듭났다. 91년생, 올해로 스물넷이 된 조현영의 연예계 고군분투기는 물론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 음주·주사·짜증 연기는 훌륭하다고…
지난해 하반기 방영된 MBC 에브리원 '하숙 24번지'에 이어 올해 tvN의 시즌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14'(이하 '막영애14')로 배우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조현영은, 힘든 촬영에도 불구하고 웃음이 가득했다. "행복한 하루하루다"라는 게 본인의 설명.
"연기에 대한 갈망은 오래 전부터 있었어요. 그렇지만 (그룹)멤버도 많고, 이미 연기를 시작한 멤버들도 있다보니,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았죠. 그러다가 2번이나 기회가 찾아왔어요. 지금요? 기쁘고 행복해요. 하루하루를 신나게 보내고 있어요. 게다가 '막영애'는 전 시즌을 모두 봤을 정도로 진짜 팬이었거든요. 촬영 직전까지도 내가 여기에 출연한다는 게 믿겨지지 않았을 정도였어요."
첫 작품에서는 자신의 연기를 스스로 모니터 하기조차 (본인의 표현에 의하면) "오그라들었다"던 현영은 이젠 방송 후 모니터를 하고 연기 선생님에게 평가를 받고, 아쉬운 부분을 체크하는 게 익숙해졌다.
"처음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던 거라, 그때보다는 지금 좀 괜찮아지지 않았나 싶어요. 모니터를 하니깐 확실히 연기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보이더라고요. 아쉬운 부분들이 많았어요. '이걸 좀 고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틈틈이 연기 레슨을 받고 있는데, 방송이 끝나면 선생님과 꼭 연락을 주고받아요. 칭찬이요? '술 먹는 연기', '짜증내는 연기'를 칭찬 받았어요. 생활 연기를 너무 잘한다고, 더 가르칠 게 없다고 하셨어요.(웃음)"
◇ 첫 키스신에 레인보우 멤버들 'ㅋㅋㅋㅋㅋ' 폭발
조현영이 맡은 극중 캐릭터 조현영은 워낙 술을 좋아하는 인물로 그려져 '주사 연기'가 종종 등장한다. 다소 신기한 점은 실제로는 술을 체질적으로 못한다는 것. 이는 레인보우 멤버들의 도움 아닌 도움이 작용했다.
"멤버 언니중에 '주사'가 있는, 이거 익명으로 괜찮죠? 예전에 숙소에 살 때 그 멤버 언니의 주사를 많이 지켜봤어요.(웃음) 굉장하게 업이 된 모습이었는데, 연기할 때 그때 봤던 모습을 살짝 참고했어요. 보컬 라인이에요, 더 이상은 비밀! 숙소 생활은 끝나 흩어졌지만 여전히 단체 채팅방에서 대화가 끊이질 않아요. 가끔 휴대폰을 들어보면 새 글이 100개가 넘개 있는 경우도 있어요. 특히 요즘 연기하는 걸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이 오가요."
레인보우 멤버들 만큼이나 대중들 역시 '막영애14' 방송을 전후해 늘 조현영의 이야기를 입에 오르내렸다. 특히 지난주 방송됐던 박두식(박두식 분)과의 취중 키스신과 동침 장면은 핫이슈였다.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는 조현영의 이름이 수시로 오르내렸다.
"단체방도 뜨거웠어요. 'ㅋㅋㅋㅋㅋㅋㅋ'가 도배를 했었죠.(웃음) 미리 말은 해놨지만, 다들 '그 정도로 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었어요. 인생의 '첫 키스신'이다보니 긴장이 너무 됐어요. 머릿 속은 아무 생각이 안났고, 그저 지문에 써진대로만 충실했어요. '격렬하게'라고 써있었거든요. 두식 오빠 수염이 자란 상태라서, 너무 따가웠어요. 입술 주변이 빨갛게 부어서…키스는 이렇게 격렬하게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됐죠. 상처가 가득 남은 키스였어요.(웃음)"
◇ '섹시' 이미지, '연기돌' 꼬리표…넘어야할 산
벌써 데뷔 7년차 걸그룹이지만, 이제 갓 입문한 배우로서의 현영은 아직도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우선 걸그룹 활동으로 자리잡은 '섹시'라는 이미지를 언젠가는 스스로 넘어서야 한다는 것. 배우라면 응당 연기 변신이 자유로워야 하는 법이니깐 말이다. 다만 '섹시'라는 수식어가 이제는 꼭 '벗어내고 싶은 이미지'는 아니라는 부분을 거듭 강조했다.
"처음에 섹시로 부각됐을 때는 고민이 많았다. 너무 이렇게 굳어지는 것 아닐까 하는. 다른 이미지를 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지금은 좀 다르다. 어떤 한 가지로라도 저를 누군가 기억해줄 수 있다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든다. '섹시'로 인상을 남겼어도, 일단 알려진 다음에 다른 좋은 모습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 같다."
현영이 떼내야 할 또 하나의 꼬리표, 바로 아이돌 멤버들이 연기에 도전할 때마다 으레 따라붙은 '연기돌'의 수식어다. 이제는 모두의 인정을 받는 '연기돌'들이 다수 생겨났고, 업계 역시 첫 발을 뗀 '연기돌'과 '신인 배우'에 별도의 구분선을 두지 않는 분위가라지만, 여전히 가끔은 혹독한 심사대에 올라서야만 하는 경우를 마주한다. 그렇지만 벌써 데뷔 7년차인 조현영은, 이미 다양한 시선들에 익숙했다.
"'연기돌'이라는 꼬리표는 어쩔 수 없이 당연한 것 같다. 기존 연기만을 공부해오신 분들도 많은데, 선입견을 갖고 보는 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로, 아이돌 중에서도 연기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친구들이, 저를 포함해 많이 있다. 처음에 선입견이 있더라도, 괜찮다 싶으면 실력이나 연기력으로 평가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질 거라 생각한다. 열심히 노력해서 '괜찮은 배우다'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
◇ '도화지 같은 배우'가 목표…하지원이 롤모델
연예계 7년차의 길을 접어든 조현영, 그가 앞으로 걸어갈 7년 후의 길은 어떤 걸까. 가수는 물론이요, 배우로서도 대중의 '인정'을 받고 싶은 게 우선이었다. 하나 추가하자면, '도화지' 같은 배우가 되는 거란다. 말하자면, 지금 단순히 '섹시' 일색보다는 캬말레온이나 팔색조처럼 변화무쌍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설명이다.
"30대에도 아마 이 일들을 계속하고 있을 것 같아요. 노래를 부르고 연기를 하는 거요. 캬멜레온 같은 배우, 도화지 같은 배우가 되는 게 목표예요. 도화지에는 어떤 걸 그리냐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지잖아요. 제 얼굴도 화장을 채워넣기 전에는 그냥 흰색 도화지 같아요.(웃음) 그것처럼 청순도, 섹시도, 귀여움도, 때에 따라서는 잔인함도 소화할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롤모델은 배우 하지원, 연기 호흡을 맞추고픈 이는 소지섭이라는 마지막 설명도 덧붙었다.
"'다모'부터 모든 작품들을 전부 다 봤어요. 어떤 역할이든 캐릭터에 맞게 소화하지만, 본인 만의 색깔을 잃지 않는 그 모습을 본받고 싶어요. 캐릭터에 묻어나면서도, 자신만의 중심이 잡혀 있다는 느낌을 받거든요. 연기해보고 싶은 분은 소지섭이요! 포스가 남다르세요. TV를 보고만 있어도 아우라가 느껴질 정도여서, 처음부터 반했죠. 맞아요. 이상형도 소지섭 선배님이에요.(웃음) 그래도 이왕 연기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멜로'가 좋겠죠?" / gato@osen.co.kr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막영애14'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