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다소 주춤했던 사극 바람이 하반기에는 다시 거세질 전망이다.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SBS ‘육룡이 나르샤’와 KBS 2TV ‘객주’가 곧 시청자들을 찾아오기 때문. 이름만 들어도 믿음이 가는 배우들과 제작진이 뭉친 이 두 드라마가 평일 안방 극장에 신바람을 불어 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는 23일 첫 방송되는 ‘장사의 神-객주 2015’(이하 ‘객주’)는 폐문한 ‘천가 객주’의 후계자 천봉삼이 시장의 여리꾼으로 시작해 상단의 행수와 대 객주를 거쳐 마침내 거상으로 성공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이다. 1979년부터 총 1465회에 걸쳐 서울신문에 연재됐던 김주영의 역사소설 ‘객주’를 원작으로 조선 후기 보부상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객주’의 무대가 되는 19세기 말은 봉건사회의 붕괴와 함께 양반만이 입신양명을 꿈꾸던 시대에서 벗어나 그 누구든 꿈을 꾸고, 성공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의 시대였다. ‘객주’는 이를 배경으로 과거의 신분제도처럼 부와 가난이 되물림 되는 자본주의의 병폐 때문에 스스로를 포기하는 이 시대 젊은이들과 붕괴된 중산층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기획됐다.
또 선망과 존경의 대상이자 지지를 받아 마땅한 장사꾼을 그려내 기업가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려는 목적이 있다. 천봉삼이라는 걸출한 객주인을 통해 이 시대 희망의 아이콘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다. 그렇기에 이 천봉삼이라는 역할을 맡는 배우의 역량이 무척이나 중요하다. 연기력뿐만 아니라 시대를 아우를 수 있는 존재감이 확실해야 하는 것. 이에 제작진은 2010년 KBS 연기대상을 안겨준 ‘추노’를 시작해 SBS ‘뿌리 깊은 나무’, MBC ‘빛나거나 미치거나’ 등 주연을 맡은 사극에서 폭발적인 연기력과 에너지를 뿜어낸 장혁을 천봉삼 역으로 낙점, ‘객주’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여기에 유오성, 김민정, 한채아, 이덕화, 양정아, 정태우 등 연기력에서는 일가견이 있는 배우 라인업을 구축했다. 또 ‘광개토대왕’ ‘대조영’ ‘태조 왕건’ 등 굵직한 사극을 연출한 김종선 PD와 ‘근초고왕’ ‘자명고’ 등을 집필했던 정성희 이한호 작가가 의기투합해 KBS만의 사극 자존심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보다 2주 뒤인 10월 5일 첫 방송되는 ‘육룡이 나르샤’는 조선의 기틀을 세운 철혈 군주 이방원을 중심으로 한 여섯 인물의 야망과 성공 스토리를 다룬 작품이다. 혼란스러웠던 고려 말기 새 왕조를 만들고자 의기투합했던 ‘육룡’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육룡’은 사극에서 많이 다뤄졌던 실존 인물 정도전, 이방원, 이성계 와 가상인물인 분이, 땅새(이방지), 무휼이다.
‘육룡이 나르샤’가 방송 전부터 큰 기대를 모으는 가장 큰 이유는 MBC ‘대장금’ ‘선덕여왕’ ‘뿌리깊은 나무’ 등을 집필한 김영현 박상연 작가가 오랜 시간에 걸쳐 정보를 수집해 만든 완성도 높은 대본 때문이다. ‘뿌리깊은 나무’ 집필 당시 정도전과 이방원이라는 인물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는 두 사람은 ‘뿌리깊은 나무’의 프리퀄이며 ‘선덕여왕’의 700년 후 이야기인 ‘육룡이 나르샤’를 통해 ‘일개 개인에게 있어 국가란 무엇인가’를 그릴 예정이다.
또한 50부작의 긴 호흡을 준비한 만큼 캐릭터 간의 관계와 색깔에 중점을 두고 대본을 집필하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김영현 작가는 “캐릭터물로 많은 차별점을 보일 것”이라며 “어떤 한 사람을 다른 캐릭터에 의해 희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캐스팅 역시 여느 대작 못지 않게 화려하다. KBS ‘불멸의 이순신’으로 ‘연기본좌’에 오른 김명민이 조선의 정치적 건국자이자 이방원의 스승인 정도전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강력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유아인이 목적 지향적이고 판세를 읽을 줄 아는 똑똑하고 열정적인 이방원을 연기한다.
또 조선의 제 1대 왕 이성계는 천호진이 맡아 극 전개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예정이며, 우직한 검객 땅새 역은 변요한이, 조선 제일검 무휼 역은 윤균상이, 이방원의 여인이자 절망을 모르는 밝고 맑은 성격의 분이 역은 신세경이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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